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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1 ㅣ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스케일이 큰 대서사적인 작품을 오랫만에 만났다.미국에서 각종 상(賞)을 휩쓴 '윈터스 테일'은 상복도 많지만 테마 영화로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아닐 수가 없다.비록 책의 부피가 두껍고 등장인물들의 스토리가 끊겼다 복귀되었다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도 있어 내용면에서 매끄럽지 못함도 없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뉴욕시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삼으며 캐나다의 코히어리스 호수 그리고 관목이 우거진 숲의 생태 환경 등을 교차식으로 스토리를 들려 주고 있다.마크 헬플린작가는 천성적으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문체를 매우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과 20세기 1,2차 세계대전 이후의 뉴욕의 갱(Gang)의 숨가쁜 활동상을 그리고 있는 점도 무척이나 인상 깊다.
이민자 출신으로 쇼트 테일 갱단에서 활동하다 갱단에서 빠져 나온 피터 레이크 그리고 그를 쫓는 두목 펄리 솜즈는 숨박꼭질을 반복한다.피터 레이크가 갱단 생활 10년 남짓 하면서 금고털이 등을 하기 위한 뒷기술을 익히는데 신변에 위험을 느낄 때엔 습지에 은신하고 나머지는 뉴욕 맨해튼에서 암약한다.그러는 가운데 신의 가호인지는 몰라도 마구간에서 뛰쳐 나온 백마 한 마리가 피터 레이크의 애마가 되어 주면서 그는 백마를 몰면서 쇼트 테일 갱단의 추격을 따돌리게 된다.피터 레이크는 호수로 휴가를 떠나고 홀로 남은 배버리 집의 금고를 털려다 그만 그녀와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만다.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의 피터 레이크와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배버리는 그만 영혼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진실한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결국 배버리가 운명을 달리하게 되고 고아로 떠돌이 생활을 하던 피터 레이크 역시 이슬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둘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쉽게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마크 헬프린작가는 해변가의 습지,코히어리스 호수 주변의 자연 경관과 뉴욕시의 사계(四季)의 변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특히 뉴욕의 브롱크스가,허드슨강,이스트강의 모습을 고아인 크리스티나의 눈으로 멋지게 표현해 주고 있다.뉴욕은 19세기 영국,네덜란드로부터 유입된 청교도 세력과 무역상인들에 의해 개척이 되면서 산업과 도시화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 왔다.특히 어떠한 사유인지는 몰라도 부모 없는 고아가 증가하면서 거리의 부랑자,조폭,갱단 등이 거리를 활보하기도 하고 지하로 숨어 들면서 강도,사기,도박 등의 사건이 끊이지를 않아 치안부재가 이슈였을 것이다.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웅대하고 화려하지만 도시의 속은 부패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호수 근처에 살던 버지니아는 새로운 삶,보다 나은 삶의 희망을 안고 뉴욕으로 이동해 온다.그녀는 실패한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삶을 조각하고자 뉴욕으로 왔던 것이다.뉴욕에서 신문사에 취지을 하게 되고 뉴욕에서 일과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뉴욕에 오기 위해 말과 썰매 마차가 이동 수단이었는데 수북이 덮인 호수 위의 눈의 빛깔은 햇빛에 반사되어 은세계를 보여 주는 것과 같았다.그녀의 새로운 삶에 서광이 도래하는 것과 같은 희망 찬 여정이 되어 주었다.그런데 짝잃은 버지니아에게 찾아 온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하디스티이다.차갑고 고요하고 푸른색으로 잠든 도시의 이미지에 둘은 사랑으로 맺어지면서 아름다운 삶을 연출해 나간다.양 떼 목장에서 잠깐 일한 경험이 있는 하디스티이지만 신문사의 기사까지 쓸 수 있게 되면서 일적인 면에서 부부가 공조하는 입장으로 바뀌어 훈훈하기만 하다.
또 한 명의 고아 크리스티나는 덴마크 출생이지만 호텔이 화마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덴마크로 돌아가 버리게 되어 뉴욕에 홀로 남게 된다.크리스티나는 마르셀의 보살핌과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가는중, 노르웨이 출신 에즈버리를 만나 둘은 하나가 되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할 정도로,살아 온 환경,생각이 다르고,서로 숫기가 없어서인지 벽돌 벽을 쌓은 벽으로 마음이 가까워지지 못하게 되지만 차츰 마음을 열고 사랑의 열기를 조금씩 피워 나간다.또한 읽어 가던 중에 동물 검투사들과 백마와의 피튀기는 격돌이 숨을 죽이게 했다.순수한 영혼을 갖고 인간과 오랜 세월 생사고락을 나눴던 백마를 앞에 두고 검투사들이 창과 화살로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은 처참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 층의 방에서 바깥 공기를 느끼는 감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차갑고 무심하고 극히 개인적이며 이해관계로 똘똘 뭉쳐 있는 회색빛 뉴욕시의 모습은 어느 나라 대도회지에서 볼 수 있는 감각이 아닐까 한다.
이곳은 참으로 당황스럽고,힘들며,용서도 안 되고,불친절하지만,고통스럽고,형벌과도 같은 살인적인 날씨를 강하게 견뎌내는 도시였다.뉴욕의 기후와 인구는 낫(벼를 베는 도구)과 같았다.그 앞에서는 가장 강인한 사람조차도 맥없이 쓰러졌고,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약한 이가 거리에서 영원히 사라져 취위와 어둠 속에서 잊힌 채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120층에 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P507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농촌이 공동화되고 자연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이러함에도 질높은 교육의 기회,생계를 위한 일자리,신분상승과 문화생활이 가능하다고 여기면서 모두들 구름떼처럼 농촌에서 자연을 버리고 매마른 콘크리트 땅을 밟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도시,도시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삶다운 삶을 누리고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대도시라는 마력의 환상에 쫓겨 너도 나도 도회지로 몰려 오고 있지만 그 환상과 꿈을 쫓느라 시간과 세월,청춘의 열기를 허비하지는 않았는가? 마크 헬프린작가는 도시와 인간이라는 주제를 놓고 대서사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참 잘 엮어진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