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기억 상실을 다룬 SF물을 접하게 되었다.과학과 의학의 발전,인간의 상상력을 토대로 그럴 듯하게 스토리를 전개하고 등장인물들의 트릭과 반전을 교묘하게 혼용하게 독자들에게 스릴감과 추리력을 느끼게 하는 SF물이 대세라면 대세이다.무미건조하고 정형화된 삶에서 일탈하여 별세계의 신비함과 가공물의 신선한 자극까지 준다.이미 몇 권의 SF물을 접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적인 소재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의 뇌의 기억 회로의 쇠퇴와 상실을 소재로 하여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13년 10월 초 제18회 부산국제 영화제에 출품한 <무명인>은 한국 여배우와 일본 남배우가 협연을 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게놈 해저드 즉 DNA 속에 숨어 있는 ACV가 활발하게 움직여 발병하고,그 후론 몇 년에 걸쳐 신체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데 인격 파괴,기억 상실 및 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한다.근래 노인성 질환 중에 알츠하이머병이 바로 그러한 현상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여 관심있게 읽어 갔다.

 

 예감은 있었다.뭔지 모르지만 있었다.말하자면 머릿속에 무덤과 같은 것이 있는데,스스로는 그게 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럼 예감이었다.다른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느낌,불길한 느낌이 때때로 내 의식을 빼앗고 있었다.언제부터였을까? -P7

 

 보편적인 현상에서 본다면 인간의 뇌세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사멸화해 간다.그런데 이 글의 주인공 도리야마씨는 나이가 이십대 후반이라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으리라고는 전혀 에상이 가지 않은데,쓰카사키 시로작가는 블랙아웃 즉 기억 상실을 소재로 도리야마 그의 부인 미유키 그리고 가짜 형사 및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이부키,야구 모자를 썼던 지아키와 병원,연구소 등이 무대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도리야마가 결혼하고 맞는 아내의 첫 번째 생일날 늦게 귀가하면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끔찍한 사고를 목도한다.아내의 생일을 맞이해 설레는 마음으로 귀가했건만 아내 미유키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가운데 정신이 없는 와중에 걸려온 전화는 아내가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였다.일반인이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 아니겠는가.곧이어 가짜 형사가 들이 닥치자 뭔가 '당했다'라는 생각에 도망을 치면서 야구 모자를 쓴 지아키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도리야마가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시간이 흐르면서 도리야마는 일러스트 가작상을 수상할 때부터 기억이 끊겨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과연 생일날 아내는 누구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것일까.그리고 친정에서 걸려온 아내의 목소리는 조작된 것은 아닐까 라는 대목에서 긴장을 더해 갔다.작가는 주변 인물들을 교묘하게 성격과 행동을 설정하여 범인을 밝혀 내고 도리야마의 이중 인격과 같은 증상은 사라지면서 본래 아내인 미유키와의 재회 그리고 야구 모자를 쓴 지아키와의 밝은 만남으로 극적인 결말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SF물의 재미와 흥미,스릴과 반전,추리가 골고루 배합되어 유익한 독서시간이 된 것은 분명한데,기억 상실,DNA배열 및 세균주에 의한 바이러스 침투,뇌신경 및 뇌세포 등에 대한 예비지식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생물학적 배경지식이 약하다 보니 작가의 글의 전개에 따라 가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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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근자 이미 나왔던 작품들을 각색하여 영화로 개봉되는 경우가 두드러지고 있다.작품을 이미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읽지 않은 채 영화 관람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의견은 분분하다.작품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작품 속의 내용에 못미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또한 상업 메커니즘에 따라 각색이 잘 되어 호응도가 좋아 흥행이 성공한다면 작품과 영화의 진가는 오래 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즐겨 보는 성격이 아니어서 밀도 높은 책의 내용을 더 즐기고 음미하는 편이지만 향후 좋은 작품에 걸맞은 영화가 개봉된다면 흔쾌히 시네마로 직행하려 한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이 가미된 역사 팩션물을 접하게 되어 무척이나 흥미와 유익함을 더해 주는 시간이었다.화산 폭발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파묻혀 버린 비운의 도시,폼페이의 화산 폭발 전후 4일 간을 그린 로버트 해리스저자는 폼페이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와 관계자들의 조언과 도움을 통해 사실성과 개연성,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역할,심리 묘사를 실감나게 풀어내 주고 있다.스토리가 일방향이 아닌 교차식이고 인과관계에 입각하여 서술하고 있는 점이 독자들에겐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습득과 스토리에 내재된 흥미성을 떠나 삶의 교훈마저 안겨 주고도 남는다.

 

 폼페이 도시는 이제 지도상에는 없다.A.D 27년 8월 24일 폼페이시 베수비우수 산에서 검은 연기,폭풍과 같은 용암의 포효와 함께 거의 모든 생물들이 죽어가고 화산재는 폼페이시를 뒤엎으면서 도시 전체를 납작 코로 만들어 버렸다.당시 로마는 공화정 체제였는데 계속된 내전으로 무너졌지만 옥타비아누스 체제에 돌입하면서 영토 확장을 꾀하고 원로원에게 속주를 맡기면서 민간인에겐 행정권까지 부여했던 시기였다.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콤파니아에 속한 폼페이의 베수비우수 산의 화산 폭발 직전의 상황을 비롯하여 당시 로마 사회규율,인습,공공시설,다양한 등장인물을 내세워 당시의 상황을 사실에 가깝게 들려 주고 있어 읽는 흥미를 더 해 주었다.

 

 당시 베수비우스 산 주변에는 갈수(渴水)현상이 심해 유수조,저수조 밑바닥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수로 기사 아틸리우스가 부임을 하게 된다.그런데 이러한 그간의 수로 관리를 하던 전임자 엑솜니우스가 그만 행방불명이 되고 만다.그런 가운데 졸부가 된 암플리아투스를 만나게 되면서 엑소니우스의 행적의 비밀을 알게 된다.또한 노예출신이고 고리대금업자 빚 회수 일을 하던 암플리아투스는 사위감으로 점찍은 포피디우스의 집을 담보로 사기행각까지 하는 악질적인 존재인데 그의 딸 코렐리아는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꺼내 수도 기사인 아틸리우스에게 보여 준다.그 두루마리 속에는 갈수 현상의 비밀이 담겨져 있는데 엑솜니우스가 암플리아투스에게 거액의 돈을 받고 팔아 넘겼던 것이다.돈과 권력에 어두운 아빠의 못된 성격을 알고 있는 코렐리아는 아버지의 뜻대로 포피디우스와 혼인을 하고 싶지 않아 신경전이 오고 간다.코렐리아가 집을 나와 아틸리우스가 있는 아우구스타 수도교에서 만나고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전하면서 둘은 이성적으로 호감을 갖게 되고 가까워진다.때가 8월이라 폼페이 베수비우스 산 주변도 찌는 듯한 날씨에 말썽 피우고 마음에 들지 않는 노예들을 뱀장어 먹이감으로 삼기도 한다.

 

 베수비우스 산이 폭발하기 전에도 화산 폭발 사고가 있었고 화산 폭발 직전의 조짐.징조라는 것도 수로에서 간간히 발견되었다.수로에서 풍기는 유황 냄새,구조적 결함,석회 퇴적물,막힘 현상 등이 멀게는 화산단층의 균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데,작가가 시간대별 스토리를 진행하기 전 <화산학>의 짧막한 증상을 보더라도 쉬이 화산 조짐을 감지할 수가 있는데,상부에서는 이를 안일하게 받아 들여 안타깝기만 했다.화산폭발 조짐 현상에 대한 의견 제시를 상부의 누군가는 받아 들여 베수비우스 산 주변의 거주민들을 멀리 소개(疎開)시키는 것이 정상이지만 암플리아투스는 화산 폭발에 의해 부자가 되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베수비우스 산의 폭발 조짐에 대해서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지 않았나 싶다.매우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가 아닐 수가 없다.

 

 자신의 직무에 충실로 일관한 아틸리우스,아버지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려한 코렐리아 그리고 수로의 갈수 현상과 화산 폭발 전.후의 상황을 사실대로 기록하려 했던 플리니우스는 현대판 정의와 상식의 화신이다.부정한 돈과 권력으로 힘없는 사람들은 착취하고 기만하려는 암플리아투스와 같은 사람도 사회에는 무수하게 존재할 것이다.베수비우스 산이 폭발하면서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그대로 화산재를 뒤짚어 쓰고 열운(熱雲)에 못이겨 죽어 갔던 사람들의 시체가 나뒹그는 처참하게 폐허가 되어 버린 폼페이의 비극은 인류 고고학자들에게 의해 1600년 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장조사,유물과 유적 등을 발굴하고 있다고 한다.아틸리우스와 코렐리아가 아름답고 행복하게 생을 살아 갔으리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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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2 스토리콜렉터 21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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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윈터스 테일 1권의 분량이 만만치 않았는데 2권 역시 막상막하이지만 1권을 읽은 덕분에 2권은 어느 정도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고 읽는 진척도도 빨랐다고 여겨진다.1권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면 2권에서는 역할은 다르지만 지척으로 모이게 된다.또한 도시에서 일어날 법한 갖가지 정치적 행사는 친근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인력(人力)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일종의 초월성을 띠면서 환타지에 가까운 감각을 안겨 주기도 한다.이러한 환타지 요소는 마크 헬프린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이 글의 주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의란 오래전에 잊힌 행위와 결과로부터 놀라운 순간에 불현듯 실현된다.그리고 사랑은 시간으로 갈라놓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P514

 

 뉴욕의 양대 신문사 <선>과 <고스트>지는 정론지이지만 고스트지는 타블로이드판으로서 눈요기를 하는 기사를 자주 싣고 때로는 백지에 가까운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하디스티와 버지니아,그리고 애즈버리와 크리스티나까지 선지에 적(籍)을 두고 일을 하고 있다.행방불명이 된 주인공 피터 레이크는 다시 뉴욕 맨해턴으로 돌아와 선지(紙)의 기계 정비 책임자로 취직을 하게 된다.그러는 가운데 시장 선거를 앞두고 양신문사의 원로자문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양사가 공동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선에서는 프래거 드 핀토가 입후보로 나서면서 사상에 대한 말실수를 하지만,편집장의 경력,인망이 있었던지 그가 시장에 당선된다.고스트는 부동산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했던 탓인지 세간에서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었다.사장 크레이그 빈키와 그의 친구 마르셀 애입 핸드는 사업동료였던 것으로 둘은 의기투합하여 부를 일구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하디스티와 버지니아는 눈덮인 코히어리스에 계시는 어머니를 만나러 두 자식과 함께 떠난다.그런데 딸 애비가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 의사의 손을 쓰지만 차도가 없는 채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어린 아이의 관을 짜고 하관시켰던 피터 레이크는 땅 속의 관을 열고 다시 아이를 꺼내라고 말하는데 기적인지 초능력의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딸 애비는 다시 부활을 하게 된다.피터 레이크의 백마 애산설도 여러 차례 호된 고통을 겪어오면서 또 다시 구름 장벽 너머로 높이 날아 다시는 돌아 오지 않았다,피터 레이크가 시큼한 잿빛 연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등의 표현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았다.그것은 인간의 의지와 상상력,욕망만으로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이동해 갈 수 있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뉴욕은 대도회지로 치안과 질서가 더 잡힌 난장판의 전형으로 새롭게 재편성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라 시장을 다시 뽑는 등 정치적 시련을 거듭해 나간다. 이와는 반대로 환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흥미가 배가 되기도 했다.버지니아 딸 애비가 부활을 했다든지 피터 레이크의 애산설이 구름 장벽을 너머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등의 표현에서 흥미를 느꼈던 바이다.피터 레이크는 배버리가 시한부 삶을 살다 운명을 달리하면서 현세에서의 인연은 끊어졌지만 그가 굳게 믿는 것은 "사랑은 영혼에서 영혼으로 전달되는 거야"라고 펄리에게 전했다.일반인 중에 이렇게 생각하고 지켜 나가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피터 레이크는 질기고도 질긴 쇼트 테일 갱단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죽은 자가 부활을 했기에 피터 레이크도 부활을 시켜 주어야 스토리가 더욱 환상적이지 않을까.그런데 그의 백마 애산설이 구름 장벽 너머로 높이 날아 지나갔듯이 그도 애산설과 함께 황금빛 넘실대는 세상에서 멋진 생을 살아 가지 않을까 라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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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1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스케일이 큰 대서사적인 작품을 오랫만에 만났다.미국에서 각종 상(賞)을 휩쓴 '윈터스 테일'은 상복도 많지만 테마 영화로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아닐 수가 없다.비록 책의 부피가 두껍고 등장인물들의 스토리가 끊겼다 복귀되었다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도 있어 내용면에서 매끄럽지 못함도 없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뉴욕시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삼으며 캐나다의 코히어리스 호수 그리고 관목이 우거진 숲의 생태 환경 등을 교차식으로 스토리를 들려 주고 있다.마크 헬플린작가는 천성적으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문체를 매우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과 20세기 1,2차 세계대전 이후의 뉴욕의 갱(Gang)의 숨가쁜 활동상을 그리고 있는 점도 무척이나 인상 깊다.

 

 이민자 출신으로 쇼트 테일 갱단에서 활동하다 갱단에서 빠져 나온 피터 레이크 그리고 그를 쫓는 두목 펄리 솜즈는 숨박꼭질을 반복한다.피터 레이크가 갱단 생활 10년 남짓 하면서 금고털이 등을 하기 위한 뒷기술을 익히는데 신변에 위험을 느낄 때엔 습지에 은신하고 나머지는 뉴욕 맨해튼에서 암약한다.그러는 가운데 신의 가호인지는 몰라도 마구간에서 뛰쳐 나온 백마 한 마리가 피터 레이크의 애마가 되어 주면서 그는 백마를 몰면서 쇼트 테일 갱단의 추격을 따돌리게 된다.피터 레이크는 호수로 휴가를 떠나고 홀로 남은 배버리 집의 금고를 털려다 그만 그녀와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만다.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의 피터 레이크와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배버리는 그만 영혼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진실한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결국 배버리가 운명을 달리하게 되고 고아로 떠돌이 생활을 하던 피터 레이크 역시 이슬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둘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쉽게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마크 헬프린작가는 해변가의 습지,코히어리스 호수 주변의 자연 경관과 뉴욕시의 사계(四季)의 변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특히 뉴욕의 브롱크스가,허드슨강,이스트강의 모습을 고아인 크리스티나의 눈으로 멋지게 표현해 주고 있다.뉴욕은 19세기 영국,네덜란드로부터 유입된 청교도 세력과 무역상인들에 의해 개척이 되면서 산업과 도시화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 왔다.특히 어떠한 사유인지는 몰라도 부모 없는 고아가 증가하면서 거리의 부랑자,조폭,갱단 등이 거리를 활보하기도 하고 지하로 숨어 들면서 강도,사기,도박 등의 사건이 끊이지를 않아 치안부재가 이슈였을 것이다.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웅대하고 화려하지만 도시의 속은 부패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호수 근처에 살던 버지니아는 새로운 삶,보다 나은 삶의 희망을 안고 뉴욕으로 이동해 온다.그녀는 실패한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삶을 조각하고자 뉴욕으로 왔던 것이다.뉴욕에서 신문사에 취지을 하게 되고 뉴욕에서 일과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뉴욕에 오기 위해 말과 썰매 마차가 이동 수단이었는데 수북이 덮인 호수 위의 눈의 빛깔은 햇빛에 반사되어 은세계를 보여 주는 것과 같았다.그녀의 새로운 삶에 서광이 도래하는 것과 같은 희망 찬 여정이 되어 주었다.그런데 짝잃은 버지니아에게 찾아 온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하디스티이다.차갑고 고요하고 푸른색으로 잠든 도시의 이미지에 둘은 사랑으로 맺어지면서 아름다운 삶을 연출해 나간다.양 떼 목장에서 잠깐 일한 경험이 있는 하디스티이지만 신문사의 기사까지 쓸 수 있게 되면서 일적인 면에서 부부가 공조하는 입장으로 바뀌어 훈훈하기만 하다.

 

 또 한 명의 고아 크리스티나는 덴마크 출생이지만 호텔이 화마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덴마크로 돌아가 버리게 되어 뉴욕에 홀로 남게 된다.크리스티나는 마르셀의 보살핌과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가는중, 노르웨이 출신 에즈버리를 만나 둘은 하나가 되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할 정도로,살아 온 환경,생각이 다르고,서로 숫기가 없어서인지 벽돌 벽을 쌓은 벽으로 마음이 가까워지지 못하게 되지만 차츰 마음을 열고 사랑의 열기를 조금씩 피워 나간다.또한 읽어 가던 중에 동물 검투사들과 백마와의 피튀기는 격돌이 숨을 죽이게 했다.순수한 영혼을 갖고 인간과 오랜 세월 생사고락을 나눴던 백마를 앞에 두고 검투사들이 창과 화살로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은 처참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 층의 방에서 바깥 공기를 느끼는 감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차갑고 무심하고 극히 개인적이며 이해관계로 똘똘 뭉쳐 있는 회색빛 뉴욕시의 모습은 어느 나라 대도회지에서 볼 수 있는 감각이 아닐까 한다.

 

 이곳은 참으로 당황스럽고,힘들며,용서도 안 되고,불친절하지만,고통스럽고,형벌과도 같은 살인적인 날씨를 강하게 견뎌내는 도시였다.뉴욕의 기후와 인구는 낫(벼를 베는 도구)과 같았다.그 앞에서는 가장 강인한 사람조차도 맥없이 쓰러졌고,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약한 이가 거리에서 영원히 사라져 취위와 어둠 속에서 잊힌 채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120층에 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P507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농촌이 공동화되고 자연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이러함에도 질높은 교육의 기회,생계를 위한 일자리,신분상승과 문화생활이 가능하다고 여기면서 모두들 구름떼처럼 농촌에서 자연을 버리고 매마른 콘크리트 땅을 밟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도시,도시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삶다운 삶을 누리고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대도시라는 마력의 환상에 쫓겨 너도 나도 도회지로 몰려 오고 있지만 그 환상과 꿈을 쫓느라 시간과 세월,청춘의 열기를 허비하지는 않았는가? 마크 헬프린작가는 도시와 인간이라는 주제를 놓고 대서사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참 잘 엮어진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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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까마귀 2
마야 유타카 지음, 하성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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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서 카인이 남동생 아벨이 지도에 없는 마을 즉 노도마을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죽음에 얽힌 사연과 베일을 펼쳐 내기 위해 찾아가지만 그에게는 생각지도 않게 줄줄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살해범으로 의혹을 받게 된다.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의 곁에는 탐정과 같은 메르카토르가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노도 마을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비밀의 열쇠를 그가 쥐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아재,세미코의 혼약자가 자살,살해로 죽어가고 신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인 오카가미는 그를 호위하는 이들에 의해 철저히 봉쇄된다.그가 현인신이 맞는 걸까.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본 고래로부터 내려 오는 토착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오카가미는 종교적,정치적 제사장과 같은 위상의 존재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카가미에 의해 신체적,정신적 규율과 질서가 정해져 버린 노도 마을 사람들은 사냥을 하려고 해도 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외지로 출타를 하려고 해도 그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어떤 이는 신비에 가려진 외지를 가보고 싶어 하고,어떤 이는 금을 제련하여 갖고 싶은 것들을 욕심을 내기도 한다.금은 오카가미와 같은 유일한 물질이기에 금으로 뭔가를 만들려고 생각을 해서도 안되고 허락도 나지 않을 것이 뻔하다.그러한 가운데 외지인 오쓰코쓰를 비롯하여 세미코,다쿠 등이 줄줄이 죽음을 맞게 되면서 동촌과 서촌은 흉흉하기만 하다.동촌의 촌장 후지노미야는 죽음의 배후에 서촌의 누군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토지와 연결시키며 경제적 실권을 쥐려고 한다.특히 살해범으로 카인을 주목하고 관찰해 나간다.카인은 '혹을 떼러 갔다 혹을 붙이는 형국'과 같은 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그는 노도 마을에 들어 온 전후배경을 소상하게 밝힌다.특히 가던 날이 장 날이라고 신사 주변을 기웃거리다 노나가세를 죽인 혐의를 받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글이 민간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음양오행설을 추가적으로 가미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갖게 한다.마름모 문양에 나타난 오카가미의 가르침이 나무,불,흙,물로 구성된 세계이며,세계 전체를 파악하기 위한 인식틀이고,이러한 재단의 도끼는 물질 원소뿐 아니라 추상적인 사물에까지 미친다는 점이다.방위,내장,인.의.예.지.신,미각,계절,방위 같은 시간,공간에서는 차례를 정해 개념을 할당해야 한다고 하면서,고정적인 분류 설명과 동시에 역동적인 변화도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또 하나는 노도 마을에 귀태(鬼胎)가 태어나 잔혹하게 집안이 통째로 멸문을 당했다는 점이다.마을의 정쟁으로 인해 한 집안이 멸문을 당했다고 하니 불가사의하기만 하다.오카가미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샛길로 빠지는 무리,집안은 귀태라는 불길한 존재에게 내리는 강력한 처벌이기도 하다.

 

 이제 카인도 살인범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사람들에게 누가 죽였는지를 묻고 다니면서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당당함을 내세우려 한다.그가 지도에 없는 마을에 출현한 것은 동생의 죽음의 비밀을 알고 싶은 것도 있지만,근본적으로는 동생 아벨이 아내 가야코와의 깊은 열애,혈족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는 점에서 경멸할 건더기라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탐문을 하고 살해범을 찾다 보면 동생 아벨(기노에)의 행적이 드러날테니 말이다.결국 카인은 반점,수사를 두려워하지 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장본인을 지목하고 나선다.카인은 노도 마을에 나타나 살인혐의를 받아 가면서 겹친 피로로 몸이 천근만근이었을 것이지만 동생 아벨의 죽음의 진범을 찾아 내어 목적을 달성하는 승리의 환희와 복수를 향해 카인은 놀라운 추리를 이끌어 내고 만다.카인과 메르카토르의 멋진 정신적 앙상블이 절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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