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기억 상실을 다룬 SF물을 접하게 되었다.과학과 의학의 발전,인간의 상상력을 토대로 그럴 듯하게 스토리를 전개하고 등장인물들의 트릭과 반전을 교묘하게 혼용하게 독자들에게 스릴감과 추리력을 느끼게 하는 SF물이 대세라면 대세이다.무미건조하고 정형화된 삶에서 일탈하여 별세계의 신비함과 가공물의 신선한 자극까지 준다.이미 몇 권의 SF물을 접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적인 소재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의 뇌의 기억 회로의 쇠퇴와 상실을 소재로 하여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13년 10월 초 제18회 부산국제 영화제에 출품한 <무명인>은 한국 여배우와 일본 남배우가 협연을 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게놈 해저드 즉 DNA 속에 숨어 있는 ACV가 활발하게 움직여 발병하고,그 후론 몇 년에 걸쳐 신체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데 인격 파괴,기억 상실 및 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한다.근래 노인성 질환 중에 알츠하이머병이 바로 그러한 현상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여 관심있게 읽어 갔다.

 

 예감은 있었다.뭔지 모르지만 있었다.말하자면 머릿속에 무덤과 같은 것이 있는데,스스로는 그게 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럼 예감이었다.다른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느낌,불길한 느낌이 때때로 내 의식을 빼앗고 있었다.언제부터였을까? -P7

 

 보편적인 현상에서 본다면 인간의 뇌세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사멸화해 간다.그런데 이 글의 주인공 도리야마씨는 나이가 이십대 후반이라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으리라고는 전혀 에상이 가지 않은데,쓰카사키 시로작가는 블랙아웃 즉 기억 상실을 소재로 도리야마 그의 부인 미유키 그리고 가짜 형사 및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이부키,야구 모자를 썼던 지아키와 병원,연구소 등이 무대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도리야마가 결혼하고 맞는 아내의 첫 번째 생일날 늦게 귀가하면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끔찍한 사고를 목도한다.아내의 생일을 맞이해 설레는 마음으로 귀가했건만 아내 미유키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가운데 정신이 없는 와중에 걸려온 전화는 아내가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였다.일반인이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 아니겠는가.곧이어 가짜 형사가 들이 닥치자 뭔가 '당했다'라는 생각에 도망을 치면서 야구 모자를 쓴 지아키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도리야마가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시간이 흐르면서 도리야마는 일러스트 가작상을 수상할 때부터 기억이 끊겨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과연 생일날 아내는 누구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것일까.그리고 친정에서 걸려온 아내의 목소리는 조작된 것은 아닐까 라는 대목에서 긴장을 더해 갔다.작가는 주변 인물들을 교묘하게 성격과 행동을 설정하여 범인을 밝혀 내고 도리야마의 이중 인격과 같은 증상은 사라지면서 본래 아내인 미유키와의 재회 그리고 야구 모자를 쓴 지아키와의 밝은 만남으로 극적인 결말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SF물의 재미와 흥미,스릴과 반전,추리가 골고루 배합되어 유익한 독서시간이 된 것은 분명한데,기억 상실,DNA배열 및 세균주에 의한 바이러스 침투,뇌신경 및 뇌세포 등에 대한 예비지식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생물학적 배경지식이 약하다 보니 작가의 글의 전개에 따라 가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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