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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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건.사고에 관한 장르 소설을 읽고 난 뒤에는 사건의 전후 과정과 인과관계 등이 어느 정도 기억으로 저장이 되곤 하는데,<파이브>라는 작품은 독특한 소재에 잔잔하게 전개되는 캐릭터들의 심리적인 이유인지는 몰라도 시종일관 긴장감 보다는 글의 주인공과 사건의 진범과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스토리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찌되었든 끝까지 읽고 난 뒤의 소감은 한마디로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이면서 내면의 세계를 그린 글이었다라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잘츠즈부르크 주변을 배경으로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다.요즘에는 살인의 유형도 다양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기에 공포심과 전율감보다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진범의 심리 세계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파렴치하게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비인륜적인 행위이기에 그에 상응하는 법의 심판을 엄혹하게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무슨 이유로 잘즈부르크 강 근처 방목장에 중년 여성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하면서 연쇄적인 살인 사건이 터져야 했던가.살인 사건이 터지면 단서 찾기,관련 인물 탐문,알리바이,유전자 감식,시체 해부 등이 이어지기 마련인데 첫 희생자 노라 파펜부르크의 발바닥에 새겨진 문신이 단서가 된다.문신에는 기호와 숫자가 표식되어 있다.문신의 내용은 스마트폰의 GPS를 활용한 지오캐싱게임으로서 그 사이트에 접속하여 보물찾기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일명 '캐시 쌓기'라고 볼 수가 있다.캐시 쌓기가 게임의 일종이면서 자칫 잘못하면 중독이 되면서 게이머들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글의 주인공 여형사인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슈테판 등이 등장을 하지만 베아트리체가 단연 주연이다.문신에 대해 베아트리체와 심리전을 지속하는 안개 속의 범인 '오너'는 기기묘묘하기만 하다.마치 무대 위의 휘장 뒤에서 속삭이는 것과 같다.그는 한 명도 아닌 다섯 명을 살해했는데 죽이는 수법도 다양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이 글이 살인 사건에 대한 전형적인 수사물이기 보다는 지오캐싱 게임과 관련하여 진범인 오너와 베아트리체와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면서,오너는 베아트리체의 과거 전력을 들춰 내면서 그녀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기도 한다.베아트리체는 싱글맘이면서 워킹족인 관계로 자녀 양육에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살인 사건에 대한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채 스토리는 흘러가기만 한다.

 

 과연 오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왜 지오캐싱 게임에 사람을 끌어 들여 사람을 무참히 죽이는 것을 즐기기라도 하듯 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베아트리체는 여형사이지만 그만 오너의 심리전에 말려 들기라도 하듯 시간 싸움을 벌여 나간다.그러던 와중에 베아트리체는 지카르트로부터 지오캐싱 게임과 관련하여 살해범의 뒤를 쫓았다는 내용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용을 듣게 된다.또한 숫자 5가 있던 상자가 반짝이면서 화재에도 끄덕없도록 우물 안에 상자를 매달아 놓았다는 점에서 보물 찾기 게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사람을 죽였으니 당연 형사는 범인을 잡아 법의 심판대에 올려 놓는 것이 상례이겠지만,이 글은 그 상궤를 벗어나 지오캐싱 게임이라는 것을 중심 소재로 삼아 형사와 진범 간의 한바탕 심리전이 팽팽하게 전개되어 갔다.베아트리체는 우물 속에 빠졌다 플로린 선배형사에 의해 구출되면서 보다 둘의 관계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장막에 가려진 수수께끼같은 진범과 어리바리하게 그의 수법에 말려 드는 베아트리체와의 관계가 약간은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졌지만,현대 첨단기기를 소재로 하여 스토리를 엮어낸 우르즐라 포츠난스키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참신한 스토리텔링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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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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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독서계는 북유럽 소설이 강세를 타고 있다.영미,일본 소설에 약간 식상한 독자들이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스릴의 전개,기기묘묘한 미스터리가 돋보이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비채에서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물은 총 여섯 권으로서 나오는 즉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개인적으로는 뒤늦게서야 해리 홀레 시리즈에 시선이 집중되어 읽지 않고는 후회할 것 같은 마음으로 읽게 되었던 것이다.요 네스뵈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다.사건.사고도 많지 않지만 등장인물 및 그와 관련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수사반장 해리 홀레이다.노르웨이 오슬로의 보그스타바이엔 가(街)의 한 은행에 복면강도가 나타나면서 은행 여직원을 살해하고,잠깐 사귀었던 해리의 여친 안나가 살해된 두 가지의 사건을 놓고 사건.사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먼저 은행에서 복면을 한 상태에서 침입한 2인조 강도는 은행직원 스티네를 죽이고,경찰이 오기도 전에 유유히 사라진다.당시의 상황을 CCTV를 보면서 강도들의 향방,주변인물을 탐색한다.또한 해리의 여친 안나는 해리를 초대하여 잘 놀다 해리는 술 취한 상태에서 귀가하고 마는데,곧이어 안나가 살해되자 용의자를 해리로 몰아간다.과연 은행털이범은 누구이고,안나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를 놓고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글은 집시족과 이슬람 세력과의 연계를 다루고 있다.2001년 9.11 미국 무역센터 폭발사건을 두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은행털이범과의 연계성을 고려하고 있다.이 글의 제목이 네메시스이고 의미는 '복수의 여신'이듯 복수에 대한 동기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복수도 자살의 흔한 동기라네.자신의 삶이 이렇게 비참해진 것은 누군가의 탓이고,그러니 자살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려는 거지. -P131

 

 은행털이범에 대한 윤곽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지리멸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해리는 안나를 죽인 용의자로 떠오르고,자신이 사랑했던 엘렌 옐톈마저 자살을 했으니,수사반장으로서 그의 자존감과 명예는 '낙동강 오리알'이 아니었을까.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가운데,해리는 한 통의 메일을 접하게 된다.자신이 은행털이범이었다는 것이다.또한 죽은 안나의 구두 속에서 발견된 한 장의 사진이 그녀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그를 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지루하고 패닉상태에 빠질 뻔한 두 개의 사건에 대한 진범의 용의자가 떠오르게 된다.해리는 수사반장으로서 혐의자로 몰릴 뻔한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홀가분한 상황으로 바뀌었을 것이다.요 네스뵈작가는 누구가 갖고 있는 죄책감을 씻어 내어 도덕성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누구에게나 속죄가 필요해.베아테.자네도 마찬가지야.난 말할 것도 없지.라스콜도 그렇고.속죄는 씨는 행위처럼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야.조화이자,절대적으로 필요한 내적 균형이지.그 균형을 우리는 도덕성이라 불러." -P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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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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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자신의 실로써 공간의 자유에 이른다˝는 소설 속 문장이 잔잔하게 여운을 안기고 있습니다.작가는 글의 공간적 배경을 인도로 삼으면서 광활하고 다채로운 서사,흡사 쌍둥이와 같은 한 형제의 삶의 죽음을 그리면서,지난 삶은 소멸하는 것이 아닌 저지대에 웅숭 깊게 고여 있다고 말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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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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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미와 유익함을 안겨 준다.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의 예리한 상상력과 통찰력은 독자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균형과 조화를 다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지난 과거에 대해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다만 '역사'라는 것이 당대를 이끌던 위정자와 주류 이데올로기에 의해 집필되었기에 객관적인 균형 감각을 온전하게 살릴 수가 없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특히 한반도의 역사는 매우 굴절되어 있고 온전하게 정착되어 있지 않아 청소년들에게 한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시각,분별력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게다가 한국사에 대한 학습량이 적고 주된 과목이 아닌 탓에 설렁설렁 시험준비시에만 반짝하기에 지난 역사의 본류를 인식하고 통찰해 가는 것은 요원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사에 대한 학습은 고작 중.고교시절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당시(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에는 주로 사지선다형 문제를 내놓고 해답을 요구하고 암기과목에 속했던 만큼 벼락치기 공부가 대세였다.역사를 좋아한다는 동급생 중에는 대부분이 중국 《삼국지》 및 《수호지》 등을 즐겨읽고난 뒤 의기양양하게 그 내용을 재잘거리기도 했다.또한 고교시절 사회과 교사의 경우에는 중국현대사의 큰줄기인 《대장정》에 대해 실타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매시간 남는 시간을 이용해 수업의 지루함을 달래 주기도 한 반면,흥미진진하게 한국 역사를 접할 기회는 극히 적었다.물론 1970년대 비민주적인 인권탄압과 억압된 정치상황도 한 몫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사설이 길어졌는데,이제 지나간 한국 역사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을 필요가 있다.지금은 물러난 후진타오 중국 서기가 재직하던 시절(2002~2012년) 중국 정부 및 사학계는 한국의 고대사 부분,즉 고조선과 고구려 등의 역사를 심히 왜곡하고 있으며,이를 흔히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고 부른다.특히 고조선과 고구려 등 고대사 부분에 대한 인식은 극히 한반도로 축소되어 있다.《사기》 등 중국 사료 연구 분석과 유물유적 분석에 의하면 고조선의 한부분인 한사군(漢四郡)의 지정학적 위치가 한반도가 아닌 중국 허베이성,랴오닝성 서남부에 산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역사학계와 연구원,한.중 양국간의 이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크고 친일사관에 의해 축소된 고조선의 유역은 반드시 변경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다.

 

 김진명작가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예민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나간다.주로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드는 역사 인식과 작가만의 공들인 연구와 해박한 지식을 교묘하게 잘 풀어내 주고 있다.예리한 통찰력,번뜩이는 기발한 발상,초(秒)를 다투는 현장감과 스릴감,그리고 독자들에게 주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니 여운이 오래도록 남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역사 인식과 작가만의 소설 구상에 의해 《고구려》 시리즈가 독자들 곁에 다가섰다.고구려 시대에 대한 역사 학습이 일천하고 한 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주로 광개토대왕,장수왕,영양왕 등 전쟁과 관련한 영웅담 및 영토확장 문제에 치중되어 있어,기타 고구려 왕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다고 본다.중국의 동북공정 및 한국 고대사 부분에 대해 보다 더 자주적으로 살펴 보는 계기를 마련한 김진명작가의 선도적인 작품 구상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까지 들게 한다.

 

 우선 1권~5권을 완독(緩讀)을 하게 되어 뿌듯함마저 든다.각권마다 주제 및 내용 전개가 조금씩 다르지만 고구려의 호방한 기상과 고토회복 그리고 주류 세력보다는 민본주의에 가까운 스토리 전개가 주인공 을불(乙弗)의 행적을 통해 전반에 깔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서천(西川)왕의 아우인 안국군(安國郡)이 숙신족(肅愼族)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백성들에게 신망을 얻자 봉상왕(烽上王)은 자신의 숙부 안국군과 아우 돌고(咄固)를 왕권강화 차원 및 그의 못된 성정(性情)에 의해 희생된다.안국군은 생전 종손자(從孫子) 을불에 대해 장차 고구려를 이끌어 갈 기재(奇材)로 삼는다.이러한 왕족 간에 불화(不和)가 계속되자 을불은 고구려 땅을 벗어나 안국군의 주무대였던 숙신 홀한주성으로 떠나게 된다.을불은 자신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기에 이웃 나라인 낙랑(樂浪)에도 들르게 된다.마침 동맹제가 있어 무사들의 무예를 겨루기도 한다.을불은 낙랑의 무예총위 양운거의 눈에 잘 보여 무예술을 전수받기도 한다.당시는 3세기 말의 고구려 상황이고,한사군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낙랑을 비롯하여 유목 민족인 선비(鮮卑)족이 서쪽과 북쪽에 포진에 있었다.진(晉)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낙랑으로 진의 유민,세력들이 유입되어 오고,낙랑은 태수 최비(崔琵)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되었다.선비족은 모용외(慕容嵬)를 주축으로 주변국과의 힘의 역학을 가늠하고 있던 시대였다.특히 진이 내전에 휘말리면서 유목민족인 선비족은 남하를 꾀하며 영토확장을 호시탐탐하던 시기였다.무예총위 양운거 부녀가 낙랑 태수에 의해 무참하게 버려지면서 둘은 잠시나마 을불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고구려로 피신을 하는 것으로 1권은 막을 내린다.

 

 안국군의 유지를 받들어 장차 고구려왕으로 나뭇꾼,소금장수로 와신상담을 하던 을불은 나름대로 자신의 힘을 키워 나간다.낙랑땅에 지천으로 깔린 철을 이용하여 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마련하여 고토(故土)인 낙랑을 되찾는 것이다.무예총위의 딸 소청과의 만남,그리고 고구려 출신이면서 낙랑에서 주 대부와 그의 딸 아영과의 만남은 이후 을불에게 어떠한 관계로 발전되어 갈 것인지 무척 기대가 간다.단순한 로맨스로 흐를 것인지 아니면 당시의 상황으로 봐서 치밀한 지모(智謀)에 따른 정략적인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3세기 경의 고구려 주변의 나라들의 개요를 주요 인물들의 동태를 묘사하면서 을불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 지가 관건이 아닐 수가 없다.1권이 고구려의 서막이니 버려진 왕족으로서 을불이 차지하는 역할은 점입가경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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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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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에서 행해지는 재판은 민사와 형사로 나뉘며,헌법을 위시하여 형법,형사소송법,민법,민사소송법,상법을 육법이라고 한다.한국은 1948년 7월 17일을 제헌의 날로 제정하면서 사법체계가 거듭나 왔다고 생각한다.기초질서를 훼하고 사회질서,치안을 뒤흔드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범죄의 요건은 다양하기만 하다.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법조계에서 일하는 검사,변호사,판사들은 상기 육법에 관한 법조항을 꿰차고 필드에서는 판례 및 심리(審理)를 종합하여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 한다.단 사법권이 정치권력에 예속되기라도 하면 사법권의 고유권한은 퇴색될 수도 있다.특히 돈과 물질,정치권력과 영합하는 일부 법조계 인사들로 인해 사법계에 대해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사회발전,시민중심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법의 생리를 너무도 잘 알아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범법,범죄행위가 늘어만 가고 있다.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이기에 안보에 관련한 법으로 인해 개인의 사상과 이념의 표현은 국가의 주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는 행동에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개인이 모르는 상태에서 법에 저촉되는 행위도 있기에,민사,형사,상법 등에 관련한 기초 법조항은 상식의 수준에서라도 공부를 해 놓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속칭 '알아야 면장을 살아 먹는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한다.

 

 다카기 아키미쓰(高木彬光)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다카기 아키미쓰는 공학부 출신으로 항공사에 취직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실업(失業)자가 된다.일본 추리소설의 시조인 에도가와 란포(江戶川亂步)의 추천에 의해 추리소설계에 발을 내딛는다.그는 불우한 개인사와 일본 사회의 불안상을 작품을 투여하는 것이 주특기로 알려지고 있다.또한 그의 작품 속의 명탐정 가미즈 교스케,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요코미조 세이시의 간다이치 코스케와 더불어 일본 3대 명탐정으로 알려져 있다.이번 《파계재판》은 99% 법정물로서 법에 문외한인 내게는 법원 재판정의 돌아가는 상황을 긴장감,흥미진진함으로 가득 매꿔 주었다.사건.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기록이 검찰로 넘겨진다.검찰의 검사는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로 나뉘어지고,피고인에 대한 억울함과 인권을 보호하고,재판의 공정성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변호사,그리고 피고와 관련한 증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판사에 의한 판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한국에는 성문법에 의한 법조항에 의해 판사가 판결을 내리지만 영미법계는 불문법으로 되어 있기에 배심원 제도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특이한 것은 다카기 아키미쓰작가는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화하기 위해 형법,형사소송법,법정 드나들기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주된 인물은 다음과 같다.연극과 연극 매니저,선물 거래(팥) 등을 하다가 도조 야스코 여성을 알게 된 주인공 무라타 가즈히코,잠시 연극계에 몸담으면서 무라카 가즈히코를 알게 되면서 연인관계로 발전한 도조 야스코 그리고 그의 육촌간인 쓰가와 히로모토,야스코의 남편 도조 겐지가 나오며,법조계에서는 무라타를 변호하는 햐쿠타니 센이치로,어떻게든 피고를 구속하려는 아마노 검사,그리고 요시오카 재판장을 비롯한 3명의 판사가 주된 인물이다.변호인측,검사측의 증인과 발언을 허락받은 사람들은 엑스트라이지만 사건심리에 어느 정도 참작이 된다.재판정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신문사 법정기자의 눈과 귀,생각과 감정,논리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무라타 피고는 살인,사체유기 이전에도 공금 유용,사기,군대에서의 영창 등 전력이 있었던 사람으로,이번 법정에서 그는 어떠한 판결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쏠렸다.

 

 무라타 피고에 대한 죄목은 네 가지인데,살인 사체유기,살인,사체유기이다.연극배우로서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육교에서 기차 선로에 시체를 유기한 죄,그리고 내연녀마저 죽이고 똑같이 시체를 유기한 죄를 놓고 법정은 작은 불에서 큰 불로 번져 나간다.재판장은 이 사건을 '집중심리방식'으로 열공모드에 들어간 수험생과 같이 집중과 몰입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고,찬 물을 끼얹은 듯한 고요하고 적막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연출한다.독자인 나도 무라타 피고는 과연 어떻게 될까.판결은 어떻게 나올까 를 놓고 손에 땀이 밸 정도였다.그런데 무라타는 내연녀 도조 야스코를 유기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한 바가 없다고 항변한다.마침 증인으로 나온 야스코의 육촌 쓰가와 히로모토의 알리바이와 변호인 햐쿠타니 부인 및 부인의 친정아버지가 무라타의 무혐의를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것이 무라타에게는 좋은 종국판결을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무라타는 선조가 부락민(部落民:일본에서 천민출신으로 부자가 되어도 좋은 집안과 결혼할 수 없는 제도이지만,현재는 폐지되었다) 출신으로 자격지심,열등감,심리적 위축 등을 부지불식간에 많이 느끼고 살았을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지해하는 것은 선조의 유전이다. - 본문 -

 

 일반인이 어떠한 사건과 재판의 결과를 기억하는 것은 주로 피고인의 이름과 사건 이름으로 불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한국에서도 제법 널리 알려진 사건,재판의 결과는 이름,사건 이름을 기억하고 세세한 것은 관심이 없는 편이다.총 22장으로 엮어져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행적과 내면심리,법조계의 인물들이 변호하고 공격하는 가운데,이를 취합.정리.판결로 이어지는 법정물로서 보기 드문 역작(力作)이라고 생각한다.형사,형사소송에 관한 법률 용어도 인식할 수가 있어 좋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 때의 오류와 실수로 인해 씻지 못할 죄를 범한 무라타,그에게는 햐쿠타니 변호인과 햐쿠타니 부인이 있었기에 법정 구소만은 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실로 수임료만 급급한 변호인이 들끓는 세태에서 햐쿠타니의 법정 역할은 커다란 반향을 안겨 주었다.또한 이 글이 1960년대에 쓰여졌고,일본 사회는 전후(戰後) 불경죄와 간통죄를 폐지했기에 다카기 아키미쓰는 이를 교묘하게 소재로 삼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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