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에서 행해지는 재판은 민사와 형사로 나뉘며,헌법을 위시하여 형법,형사소송법,민법,민사소송법,상법을 육법이라고 한다.한국은 1948년 7월 17일을 제헌의 날로 제정하면서 사법체계가 거듭나 왔다고 생각한다.기초질서를 훼하고 사회질서,치안을 뒤흔드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범죄의 요건은 다양하기만 하다.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법조계에서 일하는 검사,변호사,판사들은 상기 육법에 관한 법조항을 꿰차고 필드에서는 판례 및 심리(審理)를 종합하여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 한다.단 사법권이 정치권력에 예속되기라도 하면 사법권의 고유권한은 퇴색될 수도 있다.특히 돈과 물질,정치권력과 영합하는 일부 법조계 인사들로 인해 사법계에 대해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사회발전,시민중심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법의 생리를 너무도 잘 알아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범법,범죄행위가 늘어만 가고 있다.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이기에 안보에 관련한 법으로 인해 개인의 사상과 이념의 표현은 국가의 주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는 행동에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개인이 모르는 상태에서 법에 저촉되는 행위도 있기에,민사,형사,상법 등에 관련한 기초 법조항은 상식의 수준에서라도 공부를 해 놓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속칭 '알아야 면장을 살아 먹는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한다.

 

 다카기 아키미쓰(高木彬光)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다카기 아키미쓰는 공학부 출신으로 항공사에 취직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실업(失業)자가 된다.일본 추리소설의 시조인 에도가와 란포(江戶川亂步)의 추천에 의해 추리소설계에 발을 내딛는다.그는 불우한 개인사와 일본 사회의 불안상을 작품을 투여하는 것이 주특기로 알려지고 있다.또한 그의 작품 속의 명탐정 가미즈 교스케,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요코미조 세이시의 간다이치 코스케와 더불어 일본 3대 명탐정으로 알려져 있다.이번 《파계재판》은 99% 법정물로서 법에 문외한인 내게는 법원 재판정의 돌아가는 상황을 긴장감,흥미진진함으로 가득 매꿔 주었다.사건.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기록이 검찰로 넘겨진다.검찰의 검사는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로 나뉘어지고,피고인에 대한 억울함과 인권을 보호하고,재판의 공정성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변호사,그리고 피고와 관련한 증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판사에 의한 판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한국에는 성문법에 의한 법조항에 의해 판사가 판결을 내리지만 영미법계는 불문법으로 되어 있기에 배심원 제도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특이한 것은 다카기 아키미쓰작가는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화하기 위해 형법,형사소송법,법정 드나들기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주된 인물은 다음과 같다.연극과 연극 매니저,선물 거래(팥) 등을 하다가 도조 야스코 여성을 알게 된 주인공 무라타 가즈히코,잠시 연극계에 몸담으면서 무라카 가즈히코를 알게 되면서 연인관계로 발전한 도조 야스코 그리고 그의 육촌간인 쓰가와 히로모토,야스코의 남편 도조 겐지가 나오며,법조계에서는 무라타를 변호하는 햐쿠타니 센이치로,어떻게든 피고를 구속하려는 아마노 검사,그리고 요시오카 재판장을 비롯한 3명의 판사가 주된 인물이다.변호인측,검사측의 증인과 발언을 허락받은 사람들은 엑스트라이지만 사건심리에 어느 정도 참작이 된다.재판정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신문사 법정기자의 눈과 귀,생각과 감정,논리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무라타 피고는 살인,사체유기 이전에도 공금 유용,사기,군대에서의 영창 등 전력이 있었던 사람으로,이번 법정에서 그는 어떠한 판결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쏠렸다.

 

 무라타 피고에 대한 죄목은 네 가지인데,살인 사체유기,살인,사체유기이다.연극배우로서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육교에서 기차 선로에 시체를 유기한 죄,그리고 내연녀마저 죽이고 똑같이 시체를 유기한 죄를 놓고 법정은 작은 불에서 큰 불로 번져 나간다.재판장은 이 사건을 '집중심리방식'으로 열공모드에 들어간 수험생과 같이 집중과 몰입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고,찬 물을 끼얹은 듯한 고요하고 적막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연출한다.독자인 나도 무라타 피고는 과연 어떻게 될까.판결은 어떻게 나올까 를 놓고 손에 땀이 밸 정도였다.그런데 무라타는 내연녀 도조 야스코를 유기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한 바가 없다고 항변한다.마침 증인으로 나온 야스코의 육촌 쓰가와 히로모토의 알리바이와 변호인 햐쿠타니 부인 및 부인의 친정아버지가 무라타의 무혐의를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것이 무라타에게는 좋은 종국판결을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무라타는 선조가 부락민(部落民:일본에서 천민출신으로 부자가 되어도 좋은 집안과 결혼할 수 없는 제도이지만,현재는 폐지되었다) 출신으로 자격지심,열등감,심리적 위축 등을 부지불식간에 많이 느끼고 살았을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지해하는 것은 선조의 유전이다. - 본문 -

 

 일반인이 어떠한 사건과 재판의 결과를 기억하는 것은 주로 피고인의 이름과 사건 이름으로 불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한국에서도 제법 널리 알려진 사건,재판의 결과는 이름,사건 이름을 기억하고 세세한 것은 관심이 없는 편이다.총 22장으로 엮어져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행적과 내면심리,법조계의 인물들이 변호하고 공격하는 가운데,이를 취합.정리.판결로 이어지는 법정물로서 보기 드문 역작(力作)이라고 생각한다.형사,형사소송에 관한 법률 용어도 인식할 수가 있어 좋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 때의 오류와 실수로 인해 씻지 못할 죄를 범한 무라타,그에게는 햐쿠타니 변호인과 햐쿠타니 부인이 있었기에 법정 구소만은 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실로 수임료만 급급한 변호인이 들끓는 세태에서 햐쿠타니의 법정 역할은 커다란 반향을 안겨 주었다.또한 이 글이 1960년대에 쓰여졌고,일본 사회는 전후(戰後) 불경죄와 간통죄를 폐지했기에 다카기 아키미쓰는 이를 교묘하게 소재로 삼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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