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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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예역사

 

 노예제도가 처음 시작된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신석대 시대와 청동기시대에 타부족,타 씨족을 정복하면서 정복된 부족 또는 부락을 하층민에서 부린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노예제에 관한 기록은 함무하비 법전,성서,고조선의 법조문에 노예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고 있다.이러한 노예제는 수메르 문명을 비롯하여 고대 이집트,아카드 제국,아시리아,고대 그리스,고대 로마,이슬람 아랍 제국 등 거의 모든 고대 문명에 등장하고 있다.노예 제도는 채무 노예,범죄자 출신,전쟁 포로 출신,아동 유기,노예가 낳은 자식 등 여러 종류가 혼재되어 있다.노예무역은 크게 대별하면 대서양 노예 무역,아랍의 노예 무역,유럽의 노예 무역,아프리카,아시아,미국,한국 등에 널리 존재했다.

 

 노예의 발생 원인은 선천적인 노예,후천적인 노예 등으로 대별되며,노예들이 해방되는 특수한 경우도 있다.나아가 노예들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없는 분야도 있었으며,아프리카인에 대한 노예화에 반대한 사례는 독일인과 네덜란드인 퀘이커를 필두로 1863년 링컨에 의해 노예 해방 선언을 했으며,1865년 전미 노예 제도를 금지하였다.1948년 국제 연합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을 채택하여 노예제에서 해방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인권이라고 선포했다.세계 인권 선언 제4조는 다음과 같다.

 

 아무도 노예의 신분이나 노예의 상태에 얽매어 있지 아니한다.노예제도와 노예매매는 어떤

형태이건 금지된다.

 

 그러나 법률상으로는 노예제가 완전 폐지되었지만,아직도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아동 노동착취,인신매매 등이 횡행하고 있어 현대판 노예제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음성적으로 독버섯과 같이 자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인권,자유,생명이라는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가 짐승만도 못한 비인간적인 취급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착취,구타,강간,학살 등으로 희생되었던 것이다.21세기 현재에도 노예제의 참혹한 현장이 르포,다큐멘터리로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나 참혹하게 힘있는 자들에게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동인류로서 통탄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이번 문학동네출간 빌러비드/토니 모리슨저와 글항아리출간 노예12년/솔로몬 노섭은 공히 인간의 자유와 생명력을 빼앗기고 착취 당했던 고통과 좌절,자유에의 갈망을 그리고 있고,흑인이 인종편견으로 인해 백인으로부터 착취와 감시,자유를 빼앗겼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또한 두 작품이 실화(實話)이며 부모 역시 노예출신인 점이 공통점이다.일종의 선천적 노예라고 할 수가 있다.

 

2.노예12년

 

 자유인에서 노예로 신분이 바뀌면서 12년(1841~1853)간 노예생활의 실상과 자유인으로의 갈망을 간절하게 그리고 있다.뉴욕출신으로서 실업자가 된 노섭은 일자리를 알아 보던 중 음악 반주 관련자들을 만나 그의 특기인 바이올린을 켜 주면서 돈을 손에 쥐게 되지만 그 달콤한 시간은 오래 가지를 못한다.노예매매자와 연결된 자들에 의해 감금되면서 그는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다시 루이지애나 레등 강을 거쳐 뉴올리언즈의 목화 농장에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해방될 때까지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감내해야 했다.그는 노예생활을 하면서 선량한 노예주를 만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노예제도로 인해 노예로부터 자유인으로 해방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당시 미국은 주(州)간 노예제를 반대하는 주도 있고 노예제를 관행적으로 시행하는 주도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같은 인간으로서 가슴 아픈 점은 노예매매 현장에서의 일인데,여자 노예 중에 상류층의 삶의 경험이 있던 일라이자가 딸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장면이었다.전 노예주가 딸을 키워 비싼 값에 팔려고 엄마인 일라이자와 떼어 놓는 장면에서 일라이자는 몸부림과 통곡으로 딸과 함께 가겠다고 노예주에게 애원하지만 비정하게도 모녀는 헤어지고 만다.

 

 솔로몬 노섭은 기혼자로서 처자와 생이별을 하게 된 꼴인데,단 한시도 자유인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우여곡절 끝에 그는 인권 변호사를 알게 되어 그가 부당한 입장,신분에 있기에 반드시 자유인이 되어 주기를 청원하여 솔로몬 노섭의 전후사정이 법원에 제출되어 자유인으로 환생한다.물론 12년 간을 생이별했던 가족들과의 해후는 기쁨과 환희 그 자체였을 것이다.이후 솔로몬 노섭은 노예제 및 자유인으로 해방된 과정을 위해 강연을 하기도 하고,농사일을 했다고 한다.그의 삶의 마지막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솔로몬 노섭의 노예생활 12년은 인종편견과 비인간적인 처우 즉 짐승만도 못한 가혹한 노예현장은 무시무시하기만 하다.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시간과 장소,노예주와 노예간의 심리적 갈등과 분노 등의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 오고 있는 점이 특색이고,솔로몬 노섭은 쥐도 새도 모르게 노예로 팔려 간다는 자신의 미욱함을 추스리면서 어떻게든 자유인으로 되돌아 가려는 굳은 의지와 노력이 강렬하고 간절함이 묻어 나고 있는 점이다.

 

3.빌러비드(Be Loved:사랑받은 이)

 

 빌러비드는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작가의 노예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이 글도 노예12년과 동일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노예로 살다 도망친 마거릿 가너의 삶이 모티브가 되어 이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화되었다고 한다.

 

 1873년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 선언 해방까지 되었지만 미국내에서는 노예제가 잔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주인공 세서도 선천적인 노예출신으로서 비참한 노예생활을 자식들에게 되물림 해주고 싶지 않아 자식을 처참하게 죽인 죄로 재판을 받게 되고,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거주공간인 스위트 홈에서 지난 시절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그녀에겐 핼리라는 남편과 덴버라는 딸이 있지만 남편 핼리는 집을 나가고 대신 같은 노예인 폴 딘이 세서 곁에서 그녀의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어느날 셋이서 서커스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날,문 밖에서 만난 유령의 소녀가 바로 세서 자신이 죽인 빌러비드였던 것이다.빌러비드는 갓난아기 때 친모로부터 살해 당했지만 그 원혼(怨魂)이 되살아 난 듯 세서의 목을 조이기도 하고 사랑받지 못해서인지 적극적인 애무도 마다하지 않는다.소유욕과 애정욕을 느끼게 한다.노예12년이 사실적이면서 생동감 있게 현장감을 재현해 주었다면 빌러비드는 지난 18년 간 세서가 정신적으로 안고 살아 왔던 시절의 고통과 상처를 폴 딘과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의 정신적 가르침이 그녀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란 걸 믿기가 힘들다고.어떤 순간은 떠나가.그냥 흘러가지.또 어떤 순간은 그냥 머물러 있고.(...)어떤 일들은 까맣게 잊어버리지만, 또 어떤 일들은 절대 잊지 못하잖니.하지만 그게 아니었어.그 자리.자리가 여전히 거기 남아 있어."  -P67

 

 

 무대배경이 오하이오 주였는데 노예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착취가 매우 심했던 모양이다.베이비 석스는 오하이오를 떠나 신시내티로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노예 생활이 그녀의 '다리아 등,머리,눈,손,신장,자궁 그리고 혀까지 망가뜨려 놓았기 때문에' 먹고살 수 있는 수단이 심장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고 한다.그래서 베이비 석스는 교회 없는 목사가 되어 신도들을 방문하여 자신의 넓은 심장을 활짝 열어 그들이 마음껏 쓸 수 있게 했다고 한다.한편 세서의 비극은 백인 여자의 속치마에 싸인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고 뛰어내린 순간부터 124번지에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이야기가 과거와 현재가 크로스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특색이며,유령의 화신인 빌러비드는 폴 디에 의해 쫓겨 나면서 폴 디와 세서는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에의 꿈을 그려 나간다.

 

 "세서,당신과 나,우리에겐 어느 누구보다 많은 어제가 있어.이젠 무엇이 됐든 내일이 필요해."   P445

 

 

4.두 작품에 대한 감상

 

두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비인간적이고 비참한 노예현장과 노예생활을 당사자 및 작가에 의해 서술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미국 일부에서 벌어졌던 노예현장의 실태 및 상황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법률상으로는 노예제도 완전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참혹한 노예제 및 노예현장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극적이고 충격적이다.인권존중,자유,생명이 인종,국가를 떠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세계인권위원회(Amnesty)는 더욱 노예제의 실상 파악 및 보호조치를 실천적으로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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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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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문학사에 있어 실존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알베르 카뮈작가 《이방인》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큼 독자들에게 각인되어 친숙하기만 하다.일전에 책세상에서 출간된 동일 작품을 읽어서인지 이번에 읽을 때에는 내용과 느낌이 한층 더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았다.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통독 수준으로 읽은 탓에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았지만,내 나이의 나이테가 늘어남에 따라 이방인을 접하는 느낌과 감동도 사뭇 달랐다.게다가 옮긴이 이정서의 역자노트까지 수록되어 있어 기존의 이방인의 번역물에 대한 오류에 따른 수정이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사랑과 애정을 받으며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존재이다.어린시절 따스한 관심과 엄격한 훈육에 의해 멋진 사회인이 되고 주위와 사회에서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법이다.사랑과 애정을 받고 자란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사회인이 되어 이웃과의 교류,나눔,배려,존중이 자연스레 싹트고 실천할 수 있는 법이다.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이 글의 주인공 뫼르소는 엄마와의 기나긴 세월을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경제적 능력,기반이 잡히지 않아 부양능력이 없어 엄마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양로원 생활을 해야만 했다.엄마는 죽기 전에 말벗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남자친구를 사귀던 중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뫼르소는 부음을 듣고 알제 마랭고로 향한다.엄마는 이미 관(棺) 속에 누워 있지만 얼굴이라도 한 번 보여 주려 장례사가 권하지만 그는 내키지 않는다.게다가 하관식이 진행되던 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다.뫼르소와 엄마 사이에 좁힐 수 없는 마음의 간극과 상처,외로움,방황 등이 켜켜이 내려 앉아 있었지 않았나 싶다.또한 장례식이 끝나자 마자 직장에서 알게 된 마리를 해변가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나 엄마와의 관계,엄마에 대한 일을 태연하리 만큼 아무렇지 않게 잊는다.

 

 뫼르소는 자신이 주거하는 곳에서 창고 관리인이면서 포주인 레몽을 알게 되는데 둘은 격의가 없는 사이가 되면서,레몽의 친구인 마송을 소개시켜 준다.이들은 알제리 해변가로 놀러 가게 되는데,그곳에서 알제리 청년들에게 시비가 붙어 한바탕 싸움질을 하게 되면서 뫼르소는 이방인으로서 알듯 모를 듯한 분노가 치민다.뫼르소의 마음 한 켠에는 영문 모를 취기를 이겨 내르라 온힘을 쏟고 있었다.레몽에게 권총을 건네 받은 뫼르소는 모래와 흰 조개껍데기,깨진 유리조각에서 솟구쳐 나오는 빛이 칼날처럼 번득일 때마다 턱은 경련을 일으키고,태양이 작렬하는 한여름 날의 해변가를 정처없이 걷다,잠시 전에 한판 붙었던 알제리 청년이 해변가에 대(大)자로 누워 있던 것을 발견한 뫼르소는 권총으로 확인사살까지 하고 만다.뫼르소의 마음 속에는 타인의 죽음,어머니의 사랑 따위는 그리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내가 살았던 부조리한 삶 내내,내 미래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아직 오지 않은 수년의 시간을 건너서 어두운 바람이 내게로 거슬러 왔다.그 바람은 이 여정에서,내가 살았던 시간보다 더 사실적일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당시 내게 주어졌던 모든 것을 그만그만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P164

 

 사람을 죽였으니 뫼르소는 재판 절차에 따라 그에게는 예심판사,변호사,검사,배심원,판사,증인,사제 등과의 심문,대화가 이어졌다.예심판사를 통해 하느님께 용서받고 회개를 통해 어린애처럼 영혼을 비우고 모든 것을 수용할 것을 간구하지만 무더운 날씨와 명확하지 않은 진술,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로 인해 뫼르소는 우스꽝스럽다는 생각까지 한다.그는 살인죄로 증인과 배심원,변호사,검사와의 최종 심문과 (뫼르소의)정신적 문제까지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결이 사형이 언도된다면 항소까지를 생각하고 있는 뫼르소는 차라리 '죽을 운명이라면 빨리 죽는 것이 좋겠다'고 체념한다.그리고 모든 것은 생존과 사후는 별개라고 생각하면서 마리와의 관계 및 자신의 사후세계를 자조적으로 바라 보고 있다.

 

 현재 떨어져 있는 우리의 두 몸을 제외하면,우리를 연결시키거나 서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난들 어떻게 알 것인가.아무튼,그때부터 마리를 기억하는 일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죽었다면,그녀는 더 이상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내가 죽은 후에 사람들이 날 잊으리라는 걸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들은 더 이상 나와 어떤 관련도 없는 것이었다.(P156) 또한 뫼르소는 "자신이 혼자임이 떨 느껴질 수 있도록,남은 유일한 소원은 자신의 사형 집행에 많은 구경꾼이 들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길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이방인》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는 점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애정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고,이것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 가듯 부모가 자식에게 온전히 전해져야 한다는 점이다.또한 알베르 카뮈의 사상과 철학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실존 사상과 사회부조리라는 것은 사회가 사회구성원 전체를 포용할 수는 없지만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이 바르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사회체제와 분위기,공동체적인 교류와 소통의 원활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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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 판 세계문학의 숲 41
크누트 함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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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이하 함순)의 두 편의 경장편인 《목신 판》과 《빅토리아》을 읽을 기회를 갖게 된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함순작가에 대해서는 거의 생경할 정도인데 이는 작품다운 작품을 많이 접하지를 못한 나의 게으름과 편독의 소치라고 자성한다.함순작가의 간단한 연보를 읽어 보니 1859년 노르웨이 중남부에서 태어나고 재봉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외삼촌댁에서 성장하다 경제적인 문제로 미국으로 건너가 막노동에 가까운 잡역을 하는 등 어려운 생활을 하다 20대 후반 다시 노르웨이로 귀국하게 된다.1952년 타계할 때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긴 함순은 《흙의 혜택》으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되었고,헤밍웨이작가는 함순의 문학적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작품의 배경과 인물묘사 등은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태어난 노르웨이 중서부 지방의 자연과 바다,숲 그리고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 외지,타국으로 이동하는 등 젊은 시절의 방황과 그만의 고독이 작품 속에 짙게 배여 있다는 점이다.두 편을 읽으면서 내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때묻지 않은 노르웨이의 자연과 숲,바다를 배경으로 사냥과 낚시,사랑과 질투,정신적 방황,도피 등의 소주제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되고 있는 점이다.함순작가는 노르웨이(19세기 말경)의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주인공 글란의 방랑적인 떠돌이 생활의 단면이 짙게 배여 있다.이것은 《목신 판에서 잘 나타나 있다.주인공 글란은 바다와 숲을 벗삼아 오두막 생활을 한다. 낚시와 사냥을 떠날 때에는 충견 이솝을 대동한다.섬에서 만난 에르바르다는 글란에게 반하여 키스를 하지만 글란은 사람 사귀는 것이 서툴러서인지 에르바르다가 주도적인 행세를 한다.또 한 명의 여인 에바는 조용하고 순종적이지만 이미 결혼한 유부녀이다.글란은 그의 연적(戀敵)인 마크로부터 질투를 받고 오두막에 불에 휩싸이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인도로 몸을 옮긴다.함순작가가 삶의 정처를 정하지 못하고 정신적인 방황과 생계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글란은 인도 여인 매기와 사랑을 나누고 사냥을 하는 등 노르웨이에서와 동일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사냥꾼이 쏜 총에 맞아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빅토리아는 신분차이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으리라 예견되었던 남녀 간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면서 깊은 울림을 안겨 준다.물레방앗간 자식으로서 후일 시인이 된 요하네스와 성주의 딸 빅토리아간의 사랑 이야기이다.둘은 마음으로는 사랑을 나누는 사이이지만 빅토리아 부모는 빅토리아가 요하네스와 혼인을 맺는 것을 원치 않고,돈과 물질이 풍족한 시종의 자식인 중위 오토와 혼인을 정략적으로 맺게 한다.요하네스는 물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한 카밀라를 살려 준 적이 있는데,카밀라 역시 요하네스에게 사랑 아닌 사랑법으로 접근하지만 결국은 요하네스와의 연(緣)이 길게 가지를 못한다.빅토리아의 남편 오토가 사냥을 나갔다가 죽어서 돌아온 것이다.빅토리아는 상심과 실의에 빠지면서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요하네스의 개인교사에게 편지를 보낸다.자신이 그에게 잘못한 점에 대해 용서를 빌고 모든 날들과 모든 시간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본마음을 편지로 대신한다.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장미꽃들 사이에서 속삭이는 바람-아니,피 속의 노란 인광.가장 늙고 가장 쇠약한 심장조차 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죽음의 무도(舞跳)',사랑은 밤이 다가오면 활짝 피는 마거리트 같고,가벼운 입김에도 꽃잎을 닫고 살짝 만지기만 해도 죽어버리는 아네모네 같다. -P230

 

 사랑은 세상의 어떤 것과도 같지 않은 또 다른 무엇이다.사랑은 젊은이가 두 눈으로 두 눈을 보는 봄날 밤에 지구를 찾아온다.젊은이는 응시하고,입술에 입을 맞춘다.두 개의 빛이 그의 가슴속에서 만난 듯한 느낌.별을 섬광처럼 비추는 태양 같은 느낌이다. -P231

 

 

 

노르웨이 대자연의 풍광을 수채화처렴 묘사해 주고 있어 마음마저 정갈해진다.위도상 북극권에 가까운 노르웨이는 밤이 되면 '오로라'도 관측할 수 있어 대우주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한다.두 편의 글의 남자 주인공 글란과 요하네스는 성격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주체적으로 이성에게 접근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요하네스는 신분상 결합할 수 없는 제약조건이 뒤따르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빅토리아가 요하네스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잊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글을 접하면서 사랑은 신분,국경을 떠나 서로에게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 사랑의 조건 중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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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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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붕괴 뒤에 무엇이 오든 나는 이제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시간과 세월이 지난 뒤에 되돌아 보면 모든 것이 까마득한 옛날,머나먼 세계에서 일어난 일과 같이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삶의 길이와 비례하여 남을 것만 남은 기억과 추억의 장면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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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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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게이고작가가 이번에는 한여름 날 일본의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하여 의문의 추락사를 놓고 퍼즐게임을 하듯 흐트러진 퍼즐을 하나 둘씩 채워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하리가우라라는 작은 어촌의 로쿠간소,그리고 해저 자원 개발과 관련하여 찬.반 양론이 오고 가는 토론이 외형적인 표피를 이루고 있으며,등장인물에 대한 탐문 수사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때는 바야흐로 일본의 오본으로 양력 8월15일을 전후하여 도회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귀성하여 성묘도 하고 친척.지인들과 만나 회포,정을 나누는 시기이다.게다가 주목되는 인물은 초등학생인 교헤이다.그는 부모가 사업 관계로 집을 오래도록 비우는 관계로 고모댁인 로쿠간소에 놀러 오고,여관 근처에서는 해저 자원 개발에 따라 객지에서 찾아 온 손님들로 로쿠간소는 간만에 성수기를 맞게 된다.일본에서는 8월 15일 정도가 되면 교토의 기온축제를 비롯하여 불꽃 놀이가 성행한다.

 

 사건은 교헤이가 고모부와 불꽃 놀이를 하고 난 뒤 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제방 바위에 추락사로 보이는 사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수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추락사로 보이는 당사자는 경시청 출신이면서 퇴직하여 해저 자원 개발에 관심을 갖고 토론회에 참석했던 츠카하라씨,그는 경시청 재직시에 기본에 충실하고 고지식하며 매우 인간적인 분이었다.그런데 하필이면 제방 위 바위에 투신했을까.또 한사람 로쿠간소 여관에 체류하고 있는 물리학자 유가와씨와 교헤이가 보여 주는 행동들이다.쓰카하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유가와는 물리학자로서의 사건과 관련한 예측력이 신통할 정도이다.쓰카하라의 죽음과 여관 주인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탐문 자체로서는 알리바이가 형성이 안되기에 방증이라는 수사방식으로 넓혀 나간다.

 

 경시청은 시체를 도쿄로 옮겨 해부에 들어가는데 쓰카하라의 사인(死因)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것으로 판명이 난다.이 정보를 듣게 된 물리학자 유가와는 쓰카하라가 죽던 날 묶었던 호실(號室)을 들어 가려고 교헤이의 고모부인 시게하루가 여관을 비운 사이,교헤이를 시켜 마스터키를 훔쳐 오라고 시킨다.교헤이는 유가와로부터 페트병 로켓부터 공부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자상하게 교육을 받으면서 친숙해졌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갖어 온다.유가와는 쓰카하라가 묶었던 방에 들어가 불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어디에서 새어 나왔는가를 알아 내게 되고,여관에 걸려진 그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즉 다른 어촌의 풍경을 누군가가 그린 그림일 것이라고 강하게 추측한다.유가와는 경시청 형사와도 연결이 되어 로쿠간소에서 일어나는 일거수일투족을 치밀하게 수수작용을 하고 있는 간자와도 같은 존재이다.한편 쓰카하라는 생전 돈문제로 연인과의 불화 끝에 자상을 입혀 살인을 저지른 센바의 별장을 찾아 가려도 했던 점을 비롯하여 여관 주인 시게하루의 딸 나루미가 도쿄에서 한적한 어촌 마을로 오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수사하게 된다.센바는 돈문제로 사귀던 호스티스를 죽인 걸로 수감생활을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상 그녀를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여관의 딸이었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나루미의 엄마와 센바가 깊은 관계로 가면서 나루미의 친부는 센바였던 것이다.

 

 교헤이가 고모부와 함께 불꽃 놀이를 하던 밤,불꽃이 굴뚝에 튀어 불연소를 발생하게 될까봐 조카 교헤이에게 굴뚝 입구를 종이 상자로 막게 했다.굴뚝을 막게 되니 연기가 역류하여 쓰카하라가 묶었던 방의 벽틈으로 새어 나오고,여행지에서는 불면증이 있다던 쓰카하라는 여관 주인에게 얻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채 일산화탄소를 흡입하여 결국 여관에서 죽고 말았던 것이다.사체 처리를 놓고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아니면 여관의 이미지와 경제적 타격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하다,묘안을 짜낸 것이 쓰카하라의 상의에 솜옷을 걸치게 하고 게타(나막신)를 신긴 채 제방에 던져 버렸던 것이다.또한 교헤이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한적한 어촌의 풍경과 자연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텐데,낡은 여관의 관리부실 및 시체를 유기한 죄가 1차적으로는 고모 및 고모부에게 있지만 고모부가 시킨대로 굴뚝을 종이 상자로 막았던 자신의 행위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초등학교 5학년 치고는 매우 영리하고 사리판단이 뚜렷한 학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교헤이도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그리고 나루미가 중학생 시절 친부였던 센바의 연인을 식칼로 찔러 죽인 것을 센바가 뒤짚어 쓰고 수형생활을 마친 뒤 노숙자 생활을 하던 중 쓰카하라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이미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인데,센바는 비록 아버지 역할은 못했지만 눈을 감기 전에 자신의 딸인 나루미를 무척 보고 싶고 그리워했을 것이다.

 

 나루미 가족의 얘기를 통해서 비도의적이면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반면 병석에 누워 있는 센바의 짧은 얘기(지난 과거는 모두 자신이 안고 가겠다,모든 것을 용서한다)라는 대목에서는 보기 드물게 인간적으로 다가 온다.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음 작품은 무엇을 갖고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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