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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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예역사

 

 노예제도가 처음 시작된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신석대 시대와 청동기시대에 타부족,타 씨족을 정복하면서 정복된 부족 또는 부락을 하층민에서 부린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노예제에 관한 기록은 함무하비 법전,성서,고조선의 법조문에 노예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고 있다.이러한 노예제는 수메르 문명을 비롯하여 고대 이집트,아카드 제국,아시리아,고대 그리스,고대 로마,이슬람 아랍 제국 등 거의 모든 고대 문명에 등장하고 있다.노예 제도는 채무 노예,범죄자 출신,전쟁 포로 출신,아동 유기,노예가 낳은 자식 등 여러 종류가 혼재되어 있다.노예무역은 크게 대별하면 대서양 노예 무역,아랍의 노예 무역,유럽의 노예 무역,아프리카,아시아,미국,한국 등에 널리 존재했다.

 

 노예의 발생 원인은 선천적인 노예,후천적인 노예 등으로 대별되며,노예들이 해방되는 특수한 경우도 있다.나아가 노예들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없는 분야도 있었으며,아프리카인에 대한 노예화에 반대한 사례는 독일인과 네덜란드인 퀘이커를 필두로 1863년 링컨에 의해 노예 해방 선언을 했으며,1865년 전미 노예 제도를 금지하였다.1948년 국제 연합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을 채택하여 노예제에서 해방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인권이라고 선포했다.세계 인권 선언 제4조는 다음과 같다.

 

 아무도 노예의 신분이나 노예의 상태에 얽매어 있지 아니한다.노예제도와 노예매매는 어떤

형태이건 금지된다.

 

 그러나 법률상으로는 노예제가 완전 폐지되었지만,아직도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아동 노동착취,인신매매 등이 횡행하고 있어 현대판 노예제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음성적으로 독버섯과 같이 자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인권,자유,생명이라는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가 짐승만도 못한 비인간적인 취급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착취,구타,강간,학살 등으로 희생되었던 것이다.21세기 현재에도 노예제의 참혹한 현장이 르포,다큐멘터리로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나 참혹하게 힘있는 자들에게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동인류로서 통탄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이번 문학동네출간 빌러비드/토니 모리슨저와 글항아리출간 노예12년/솔로몬 노섭은 공히 인간의 자유와 생명력을 빼앗기고 착취 당했던 고통과 좌절,자유에의 갈망을 그리고 있고,흑인이 인종편견으로 인해 백인으로부터 착취와 감시,자유를 빼앗겼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또한 두 작품이 실화(實話)이며 부모 역시 노예출신인 점이 공통점이다.일종의 선천적 노예라고 할 수가 있다.

 

2.노예12년

 

 자유인에서 노예로 신분이 바뀌면서 12년(1841~1853)간 노예생활의 실상과 자유인으로의 갈망을 간절하게 그리고 있다.뉴욕출신으로서 실업자가 된 노섭은 일자리를 알아 보던 중 음악 반주 관련자들을 만나 그의 특기인 바이올린을 켜 주면서 돈을 손에 쥐게 되지만 그 달콤한 시간은 오래 가지를 못한다.노예매매자와 연결된 자들에 의해 감금되면서 그는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다시 루이지애나 레등 강을 거쳐 뉴올리언즈의 목화 농장에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해방될 때까지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감내해야 했다.그는 노예생활을 하면서 선량한 노예주를 만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노예제도로 인해 노예로부터 자유인으로 해방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당시 미국은 주(州)간 노예제를 반대하는 주도 있고 노예제를 관행적으로 시행하는 주도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같은 인간으로서 가슴 아픈 점은 노예매매 현장에서의 일인데,여자 노예 중에 상류층의 삶의 경험이 있던 일라이자가 딸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장면이었다.전 노예주가 딸을 키워 비싼 값에 팔려고 엄마인 일라이자와 떼어 놓는 장면에서 일라이자는 몸부림과 통곡으로 딸과 함께 가겠다고 노예주에게 애원하지만 비정하게도 모녀는 헤어지고 만다.

 

 솔로몬 노섭은 기혼자로서 처자와 생이별을 하게 된 꼴인데,단 한시도 자유인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우여곡절 끝에 그는 인권 변호사를 알게 되어 그가 부당한 입장,신분에 있기에 반드시 자유인이 되어 주기를 청원하여 솔로몬 노섭의 전후사정이 법원에 제출되어 자유인으로 환생한다.물론 12년 간을 생이별했던 가족들과의 해후는 기쁨과 환희 그 자체였을 것이다.이후 솔로몬 노섭은 노예제 및 자유인으로 해방된 과정을 위해 강연을 하기도 하고,농사일을 했다고 한다.그의 삶의 마지막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솔로몬 노섭의 노예생활 12년은 인종편견과 비인간적인 처우 즉 짐승만도 못한 가혹한 노예현장은 무시무시하기만 하다.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시간과 장소,노예주와 노예간의 심리적 갈등과 분노 등의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 오고 있는 점이 특색이고,솔로몬 노섭은 쥐도 새도 모르게 노예로 팔려 간다는 자신의 미욱함을 추스리면서 어떻게든 자유인으로 되돌아 가려는 굳은 의지와 노력이 강렬하고 간절함이 묻어 나고 있는 점이다.

 

3.빌러비드(Be Loved:사랑받은 이)

 

 빌러비드는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작가의 노예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이 글도 노예12년과 동일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노예로 살다 도망친 마거릿 가너의 삶이 모티브가 되어 이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화되었다고 한다.

 

 1873년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 선언 해방까지 되었지만 미국내에서는 노예제가 잔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주인공 세서도 선천적인 노예출신으로서 비참한 노예생활을 자식들에게 되물림 해주고 싶지 않아 자식을 처참하게 죽인 죄로 재판을 받게 되고,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거주공간인 스위트 홈에서 지난 시절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그녀에겐 핼리라는 남편과 덴버라는 딸이 있지만 남편 핼리는 집을 나가고 대신 같은 노예인 폴 딘이 세서 곁에서 그녀의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어느날 셋이서 서커스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날,문 밖에서 만난 유령의 소녀가 바로 세서 자신이 죽인 빌러비드였던 것이다.빌러비드는 갓난아기 때 친모로부터 살해 당했지만 그 원혼(怨魂)이 되살아 난 듯 세서의 목을 조이기도 하고 사랑받지 못해서인지 적극적인 애무도 마다하지 않는다.소유욕과 애정욕을 느끼게 한다.노예12년이 사실적이면서 생동감 있게 현장감을 재현해 주었다면 빌러비드는 지난 18년 간 세서가 정신적으로 안고 살아 왔던 시절의 고통과 상처를 폴 딘과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의 정신적 가르침이 그녀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란 걸 믿기가 힘들다고.어떤 순간은 떠나가.그냥 흘러가지.또 어떤 순간은 그냥 머물러 있고.(...)어떤 일들은 까맣게 잊어버리지만, 또 어떤 일들은 절대 잊지 못하잖니.하지만 그게 아니었어.그 자리.자리가 여전히 거기 남아 있어."  -P67

 

 

 무대배경이 오하이오 주였는데 노예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착취가 매우 심했던 모양이다.베이비 석스는 오하이오를 떠나 신시내티로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노예 생활이 그녀의 '다리아 등,머리,눈,손,신장,자궁 그리고 혀까지 망가뜨려 놓았기 때문에' 먹고살 수 있는 수단이 심장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고 한다.그래서 베이비 석스는 교회 없는 목사가 되어 신도들을 방문하여 자신의 넓은 심장을 활짝 열어 그들이 마음껏 쓸 수 있게 했다고 한다.한편 세서의 비극은 백인 여자의 속치마에 싸인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고 뛰어내린 순간부터 124번지에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이야기가 과거와 현재가 크로스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특색이며,유령의 화신인 빌러비드는 폴 디에 의해 쫓겨 나면서 폴 디와 세서는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에의 꿈을 그려 나간다.

 

 "세서,당신과 나,우리에겐 어느 누구보다 많은 어제가 있어.이젠 무엇이 됐든 내일이 필요해."   P445

 

 

4.두 작품에 대한 감상

 

두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비인간적이고 비참한 노예현장과 노예생활을 당사자 및 작가에 의해 서술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미국 일부에서 벌어졌던 노예현장의 실태 및 상황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법률상으로는 노예제도 완전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참혹한 노예제 및 노예현장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극적이고 충격적이다.인권존중,자유,생명이 인종,국가를 떠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세계인권위원회(Amnesty)는 더욱 노예제의 실상 파악 및 보호조치를 실천적으로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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