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문학사에 있어 실존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알베르 카뮈작가 《이방인》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큼 독자들에게 각인되어 친숙하기만 하다.일전에 책세상에서 출간된 동일 작품을 읽어서인지 이번에 읽을 때에는 내용과 느낌이 한층 더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았다.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통독 수준으로 읽은 탓에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았지만,내 나이의 나이테가 늘어남에 따라 이방인을 접하는 느낌과 감동도 사뭇 달랐다.게다가 옮긴이 이정서의 역자노트까지 수록되어 있어 기존의 이방인의 번역물에 대한 오류에 따른 수정이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사랑과 애정을 받으며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존재이다.어린시절 따스한 관심과 엄격한 훈육에 의해 멋진 사회인이 되고 주위와 사회에서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법이다.사랑과 애정을 받고 자란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사회인이 되어 이웃과의 교류,나눔,배려,존중이 자연스레 싹트고 실천할 수 있는 법이다.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이 글의 주인공 뫼르소는 엄마와의 기나긴 세월을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경제적 능력,기반이 잡히지 않아 부양능력이 없어 엄마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양로원 생활을 해야만 했다.엄마는 죽기 전에 말벗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남자친구를 사귀던 중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뫼르소는 부음을 듣고 알제 마랭고로 향한다.엄마는 이미 관(棺) 속에 누워 있지만 얼굴이라도 한 번 보여 주려 장례사가 권하지만 그는 내키지 않는다.게다가 하관식이 진행되던 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다.뫼르소와 엄마 사이에 좁힐 수 없는 마음의 간극과 상처,외로움,방황 등이 켜켜이 내려 앉아 있었지 않았나 싶다.또한 장례식이 끝나자 마자 직장에서 알게 된 마리를 해변가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나 엄마와의 관계,엄마에 대한 일을 태연하리 만큼 아무렇지 않게 잊는다.

 

 뫼르소는 자신이 주거하는 곳에서 창고 관리인이면서 포주인 레몽을 알게 되는데 둘은 격의가 없는 사이가 되면서,레몽의 친구인 마송을 소개시켜 준다.이들은 알제리 해변가로 놀러 가게 되는데,그곳에서 알제리 청년들에게 시비가 붙어 한바탕 싸움질을 하게 되면서 뫼르소는 이방인으로서 알듯 모를 듯한 분노가 치민다.뫼르소의 마음 한 켠에는 영문 모를 취기를 이겨 내르라 온힘을 쏟고 있었다.레몽에게 권총을 건네 받은 뫼르소는 모래와 흰 조개껍데기,깨진 유리조각에서 솟구쳐 나오는 빛이 칼날처럼 번득일 때마다 턱은 경련을 일으키고,태양이 작렬하는 한여름 날의 해변가를 정처없이 걷다,잠시 전에 한판 붙었던 알제리 청년이 해변가에 대(大)자로 누워 있던 것을 발견한 뫼르소는 권총으로 확인사살까지 하고 만다.뫼르소의 마음 속에는 타인의 죽음,어머니의 사랑 따위는 그리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내가 살았던 부조리한 삶 내내,내 미래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아직 오지 않은 수년의 시간을 건너서 어두운 바람이 내게로 거슬러 왔다.그 바람은 이 여정에서,내가 살았던 시간보다 더 사실적일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당시 내게 주어졌던 모든 것을 그만그만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P164

 

 사람을 죽였으니 뫼르소는 재판 절차에 따라 그에게는 예심판사,변호사,검사,배심원,판사,증인,사제 등과의 심문,대화가 이어졌다.예심판사를 통해 하느님께 용서받고 회개를 통해 어린애처럼 영혼을 비우고 모든 것을 수용할 것을 간구하지만 무더운 날씨와 명확하지 않은 진술,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로 인해 뫼르소는 우스꽝스럽다는 생각까지 한다.그는 살인죄로 증인과 배심원,변호사,검사와의 최종 심문과 (뫼르소의)정신적 문제까지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결이 사형이 언도된다면 항소까지를 생각하고 있는 뫼르소는 차라리 '죽을 운명이라면 빨리 죽는 것이 좋겠다'고 체념한다.그리고 모든 것은 생존과 사후는 별개라고 생각하면서 마리와의 관계 및 자신의 사후세계를 자조적으로 바라 보고 있다.

 

 현재 떨어져 있는 우리의 두 몸을 제외하면,우리를 연결시키거나 서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난들 어떻게 알 것인가.아무튼,그때부터 마리를 기억하는 일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죽었다면,그녀는 더 이상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내가 죽은 후에 사람들이 날 잊으리라는 걸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들은 더 이상 나와 어떤 관련도 없는 것이었다.(P156) 또한 뫼르소는 "자신이 혼자임이 떨 느껴질 수 있도록,남은 유일한 소원은 자신의 사형 집행에 많은 구경꾼이 들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길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이방인》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는 점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애정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이고,이것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 가듯 부모가 자식에게 온전히 전해져야 한다는 점이다.또한 알베르 카뮈의 사상과 철학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실존 사상과 사회부조리라는 것은 사회가 사회구성원 전체를 포용할 수는 없지만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이 바르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사회체제와 분위기,공동체적인 교류와 소통의 원활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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