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체
이규진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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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조의 친부 사도세자는 생전의 행적과 미욱함 그리고 노론과 소론의 정쟁으로 인해 뒤주 속에 갇힌 채 비운의 생을 마감해야 했다.정조의 나이 열 두어살 무렵 친부가 조부에 의해 뒤주에 갇히는 꼴을 보고 죽음까지 목도했으니,그가 조부 영조의 뒤를 이으면서 국정을 이끌어 간다 해도 억울하게 죽은 친부 사도세자의 원혼을 어찌 잊을 것인가.정조는 친부 사도세자의 묘를 배봉산에서 수원 화산(花山)으로 옮기면서 현륭원으로 명명을 했다.묘를 이장하면서 수원을 국제도시로 만들려는 정조의 의지도 대단했고,신분제를 없애려 노비추쇄법도 제정했던 인물이다.조선의 국정을 이끌어 갔던 왕이면서 친부에 대한 그리움과 원혼을 달래기 위해 축성(築城)을 하고 서장대,방화수류정까지 만들게 하는 등 수원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파체》는 '눈물을 거두다'라는 의미로서 1796년 수원 화성 축조와 관련하여 스토리를 풀어 가고 있다.역사소설은 사료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작가의 의도에 의해 어느 정도 상상력과 각색이 추임새를 띠면서 스토리는 딱딱하지 않고 과거의 상황을 개연성 있게 재현해 주고 있어 읽는 재미와 역사학습의 묘미를 살려 주고 있기에 우선 싫증이 나지 않는다.이규진작가의 작품은 《파체》가 처음이지만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시종일관 등장인물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가득찼다.수원 축성이라는 국가사업이 주류라고 한다면 당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이교도인 서(천주교)에 대해 정조의 관대하고 암묵적인 허용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이야기꾼이 되려다 과거 시험에 급제하지만 호적문제로 관료생활을 못하게 되는 태윤 그러나 그는 우연찮게 정조대왕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정조는 그를 재주와 능력이 있는 인재로 도청(道廳)의 책임자로 맡기고,무사의 기질에 원리원칙으로 일관하는 정빈 그리고 갓난아이 시절 진사댁에 맡겨져 양육되다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무원당으로 오게 되는 유겸이 파체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이야기꾼이 되고 싶어 했던 태윤은 말그대로 총명하기도 하지만 늘 입이 간지러워 못견디는 성격이고,정빈은 무사답게 꼿꼿하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유겸은 정빈의 하인으로서 바늘과 실처럼 일과 행동이 착착 맞는다.그런데 정조는 태윤에게 윤소혜라는 여인의 행방을 찾아 내라는 숙제를 내주고,정빈은 혼사가 가까워지면서 도승지인 친부 차원일은 좋은 규수감을 물색하게 되는데 강릉 여인인 영신과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치르게 된다.그러나 정빈은 혼인 첫날 밤도 치르지 않고 각방을 쓰게 되는데,영신은 혼인의 목적이 비록 가난의 설움에서 벗어나고자 혼인을 했지만 남편이라는 작자가 도무지 잠자리를 갖으려 하지를 않으니 영신의 속병은 날로만 늘어간다.

 

 태윤,정빈,유겸 그리고 노역꾼들에게 의해 화성이 축조되고 서장대,방화수류정까지 만들어지니 수원은 명실공히 중국과의 무역거점으로 거듭나고 영조는 친부 사도세자를 명당에 다시 모시니 마음이 흐믓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정조가 찾던 윤소혜라는 여인은 바로 정조가 사랑했던 궁녀였다.정조의 도덕과 윤리면에서 흠이 날까 먹고 살 돈을 충분히 주어 궁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냈던 것인데,알고 보니 전주에 있는 이진사댁에 유겸을 맡겼던 것이다.그리고 정빈은 어찌된 일인지 아내 영신과는 내내 각방을 쓰게 되고,서학인들에 대한 탄압과 박해가 시작되면서 천주교인이고 서학을 신봉하던 태윤은 옥살이에서 방면되고,정빈과 유겸은 어디론가 행방을 감추게 된다.태윤이 그들이 갈 만한 곳을 찾아 나섰으나 이미 둘은 한몸이 되어 죽어 있는 상태였다.즉 정빈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고 평소 행동를 놓고 볼 때 남색이라고 불릴 만큼 유겸을 좋아하고 아꼈던 것이다.정조는 신유박해(1801년)의 폭풍이 일어나기 전 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천주교에 대한 서적,교인들에 대한 박해와 탄압이 조대비에 의해 거세어지고 세도정치가 시작되기도 했다.비록 픽션이 많이 가미되었지만 정조의 휴머니즘과 개화정신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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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맨발
한승원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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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사월 초파일 무렵이 되면 깊고 짙푸른 산속 사찰에 알록달록 드리워진 화려한 연등 모습이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정화시켜 준다.개인과 가족의 안녕과 축원을 담은 연등은 하해와 같이 넓기만 한 부처의 중생구제를 연상케 한다.어느 종교이든 교리가 있겠지만 부처(Budha)의 가르침 탐욕을 멀리하고 무소유의 정신으로 해탈을 깨닫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부처의 상징인 싯타르타의 일생을 되짚어 보면서 속물근성으로 가득찬 중생의 한사람으로서 미망(迷妄)에 빠진 '나'는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자문자답해 보는 시간을 갖어 본다.

 

 《마하 바라따를 참고로 하여 싯타르타의 삶을 서사적이고 휴머니즘에 입각한 《사람의 맨발은 싯타르타가 세속의 탐욕을 모두 벗어 버리고 홀로 맨발로 고행을 하는 과정을 개연성 짙은 필치로 들려 주고 있다.부처의 생애에 대해서는 어설프게 알고 있었지만,불교와 관련한 작품을 많이 남기고 향기로운 불교색채가 좋아한 나머지 이번 한승원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싯타르타가 탄생할 무렵의 인도 왕조와 신분계급,사회상을 어느 정도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으며,왜 싯타르타가 힘과 권력,명예가 대대손손 누리고도 남을 왕족 출신인데 왜 출가를 하여 사서 고행을 했을까.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싯타르타의 눈에 비친 신분제도 즉 카스트(Caste)제도 중에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하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들의 비천하고 노예과 같은 삶을 보면서 싯타르타는 왕족이라는 신분,기득권 등을 훌훌털어 버리고 중생구제를 위해 유리걸식,탁발과 같은 비천한 생활을 하게 된다.

 

 왜 사람들에게는 계급이 있을까.왜 계급 높은 사람은 게급이 낮은 사람을 꾸중하고 모질게 구타를 할까.

 -P46

 

 태자로서 부왕인 슈도다나의 뒤를 이을 싯타르타는 룸비니아 동산에서 태어난다.어머니 마야 왕후는 제왕절개를 한 끝에 어렵사리 싯타르타를 낳게 되지만 출혈이 심해 안타깝게도 운명을 달리하고,프라자파티에 의해 양육과 훈육을 받게 된다.또한 태자 교육청에서 무사와 제왕학에 대해 스승을 두고 엄격한 교육을 받기도 한다.모두가 싯타르타를 차기 왕으로 상정해 놓은 상태이고,전륜성왕(轉輪聖王:통치의 바퀴가 굴러 세상을 지배하고 통치하는 성스러운 왕)을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싯타르타는 농사대전에 참가하여 농부들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양치기,밀,뽕나무,양잠,잠실을 직접 관장하면서 명주 도시를 조성하기도 했다. 기존 사회의 무질서와 비인도적인 행태와는 거리를 두고 출가를 하기로 결심한다.싯타르타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많은 번민을 했을 것이다.신분제도가 신의 뜻이라는 점도 그에게는 매우 회의적이었고 불가촉천민들이 살아 가는 양상은 헛간에 사는 짐승만도 못한 토굴이 거처였으며,그들끼리의 암투와 살벌한 몸싸움은 흉악하고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그의 뇌리에는 자신부터 탐욕을 벗어 버리고 모두가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찬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세 명의 부인을 둔 싯타르타는 야소다라 가장 마음에 들었다.이목구비를 비롯하여 자신을 챙겨 주는 마음 씀씀이 등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아,둘 사이에서 낳은 자식 라훌라가 있었다.그리고 제정대신이면서 장인인 다리나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잠시 싯타르타는 연금생활을 하기도 했다.그는 전륜성왕을 뿌리치고 중생을 사랑과 화평으로 구제하며 일반 백성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 그 고통을 몸소 느껴보고자 고행길을 마다 하지 않는다.부왕 슈도다나를 비롯한 궁궐에서는 그의 출가에 대해 걱정과 우려의 나날이었지만,마부를 비롯한 두 스승이 환궐을 강권하기에 잠깐 부왕과 왕비,아들,장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출가후 그가 깨달은 해탈을 몸소 실천하면서 80세에 가까운 나이가 들면서 사라나무 숲에서 제자들의 종신을 받으며 열반에 들어 가게 되었다.

 

 인간은 자기 운명의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지고 혼자서 헤쳐 나가는 실존,그 절대 고독의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났다.세속의 모든 욕망,모든 착취와 탐학,모든 전쟁,모든 시기 질투와 복수,모든 질병과 모든 죽음의 공포에 찌들어 있는 중생들이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그것은 해탈(解脫)이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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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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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류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도인과 같은 거사의 느낌을 안겨 주는 작가가 있다면 단연 이외수작가라고 말하고 싶다.한국 현대 10대 문학가이면서 이외수작가 특유의 입성과 풍모는 보는 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겠지만,내가 본 느낌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멋에 살고자 하는 자주적인 풍모와 언사가 특이하기만 하다.몇 년 전 문학기행에서 뵌 적이 있어서인지 그 인상이 오래 남는다.당시 문학기행에 참가했던 분들에게 이런 저런 말씀을 해 주시고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셨다.잠깐동안의 만남과 작별이었지만 내게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짧은 만남 속에서 이외수작가의 즉흥적인 하모니카 연주는 문학기행의 밤을 멋지게 장식해 주셨다.그리고 매체에 트위터로 가끔 그의 주견이 전광석화와 같이 전파되는 것을 보면 몸은 늙었으되 마음은 아직도 열정에 가득차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이외수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으면서 강하게 다가오는 점은 시사적인 부분이 많고 풍유적인 비유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또한 유머스러운 표현도 풍부하고 아직 세파에 찌들지 않은 예비사회인들에게 전해 주는 교훈적인 얘기,그리고 촌철살인과 같이 정곡을 찌르는 입바른 말 두루뭉술하게 살아 가는 이들에게 각성과 자성을 하게 한다.그래서인지 이외수작가에게는 안티도 있지만 애정으로 그와의 소통,모임 등을 활발하게 갖고 있는 팬들도 많다.나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저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작가의 활발한 작가활동과 노변담 등을 빠뜨리지 않고 경청하고 곱씹어 보려는 쪽에 가깝다.

 

 이번 작품의 제목이 시선을 끌게 한다.마치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하는데,읽다 보니 그러한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완전변태'를 비롯하여 총 10편의 소설들 모인 소설집인 셈이다.10편이 모두 제각각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일률적으로 전체적인 내용이 어떻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머스러운 면을 삽입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예를 들어 "밤나무에 감이 열리면 감나무라고 해야 옳은가 밤나무라고 해야 옳은가?"라는 물음에 "미친 나무라고 해야 옳겠지요."나아가 법마누에는 법이라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던가?"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의와 상식을 올곧게 지켜야 하는 사법계에 대한 포효와 같은 일성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특히 그릇이 깨지는 소리를 듣게 되면 무의식 속에 '좋지 않은 조짐'을 연상케 하는데,이 대목에서도 작가는 역설적인 화법으로 독자를 유쾌하게 만들고 만다.

 

 "오랜만에 그릇 깨지는 소리를 자주 들으니 유쾌하기 짝이 없구나.(중략)너무 미안해 할 것 없다.네가 깨트린 그릇들은 어차피 언젠가는 깨트려지도록 만들어져 있었느니라.단지 그 시기가 빨랐을 뿐이지."

-P60

 

 감방 생활을 하는 죄수들의 일상을 그린 '완전변태'는 교도소의 규칙에 따라 수형생활을 하게 되는데,죄수들 생각이 어떠한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누구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내 탓이다'라고 생각하고 새삶을 꿈꾸는 죄수는 형기가 끝나면서 완전히 바뀐 새삶을 꾸려 가겠지만 대충 대충 수형생활을 하는 자는 사회에 복귀해도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완전변태 그것은 바로 몸을 움직이기 싫은 죄수 한 명이 요지부동의 자세로 감방에 남아 우화(羽化)를 준비하려는 것을 빗대어 완전변태라고 했다.그는 대마초를 흡연하고 나비가 되려는 꿈을 꾸었다는 웃지 못할 얘기로서 구속된 것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그외 화천 저수지가 파로호로 명칭이 바뀐 내력이 이색적이다.한국 전쟁 중에 국군 6사단의 대승을 기념하여 파로호라고 명명했다고 한다.오랑캐를 물리친 호수,수많은 중공군이 수장되었다는 의미에서 파로호(破虜湖)라고 했다.

 

 끝으로 이외수작가가 세속에 보내는 세 가지 분야의 메시지는 매우 시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종교는 아프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 일보다 교세를 확장하는 일에 더 여념이 없고,교육은 홍익인간을 만드는 일보다 사회적 소모품을 만드는 일에 더 주력하고 있다.예술 역시 정신의 뿌리도 영혼의 뿌리도 간 곳이 없는 국적불명의 쓰레기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대형 사고는 뿌리 깊은 고질병이고 하도 많이 접하다 보니 불감증에 걸린 것은 사실이다.생명과 인성을 중시해야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전체의 분위기를 숙성재배시켜 성숙하지 않은 상태로 혼탁한 사회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10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과 사회,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고 대답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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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2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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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체제에 넌더리가 난 반체제 인사들을 중심으로 톈안먼 사건 1주기를 맞이하여 강의를 하기도 하고 모임도 갖게 된다.또한 난은  티벳 라마 불교의 상징인 달라이라마도 접견하기도 하면서 중국인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해를 안기는 체제는 절대 반대라는 입장이다.꼬마였던 타오타오도 시간이 흘러서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 들게 되면서 이성을 알아 가게 된다.부자집 딸인 리비아와 타오타오가 좋아가게 되는데,신분 및 경제적인 면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자격지심에서인지 난은 타오타오가 리비아와의 관계를 한사코 반대를 한다.부인 핑핑도 대학졸업할 때까지는 이성을 생각하지 말고 학습에 전념하라고 충고를 한다.결국 타오타오는 여친으로만 생각하기로 한다.고국을 떠나 이국 만리땅에서 뭔가라도 쟁취하고 획득해야 가문의 명예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편 미첼 부부는 입양아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수속과 절차,공산당원의 관료주의의 일에 대한 늑장부리기에도 불구하고 미첼 부부는 인내심을 갖고 입양아를 얻게 되니 그 기쁨이 배가 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경제력과 부양능력만 있다면 버려진 고아를 자식으로 삼아 얼마든지 훌륭한 인격과 사회성 우등생으로 키워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한편 중국 정부로부터 추방당한 반체제 인사 중에는 자신을 통제하고 괴롭히는 국가 장치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킬 수가 없어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즉 기존의 틀,체제가 없으면 삶의 의미,방향도 잃어버린다고 자책하면서 노스탤지어병,고통,애국주의를 은연 중에 찬미하는 이중적인 인격자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이럴 때 느끼는 점은 개인의 사고가 확고하지 않은 모순과 오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난의 부부관계는 조금씩 탄력을 받아가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잠자리를 갖게 된다.핑핑의 가슴 속에 묵혀져 있던 복잡한 심경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얼굴을 붉히게 되고 둘은 부부의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난은 계간지 잡지사를 통해 알았던 사람들과도 관계가 좋아지고,아들 타오타오는 어엿한 청년으로 변모하여 대학준비에 몰입하게 된다.하루 하루가 힘들고 고역의 세월이었지만 난은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핑핑은 수학을 가르칠 정도의 교육열도 높다.타오타오의 여친인 리비아가 가출하면서 타오타오는 걱정반 우려반하지만 결국 리비아가 식당에 나타나 그간의 걱정과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기도 한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지만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존재한다.미국과 같이 돈과 물질이 절대적인 나라에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난의 부부는 식당을 팔고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호화주택까지 구입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고 말았다.난은 이제 고국에 두고 온 부모님 생각이 절실히 드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왔다 갔다할 수 있는 왕복 비행기 표가 당첨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어렵사리 취득한 여권과 비자를 갖고 고향 땅을 밟게 된다.부모님께 두둑하게 용돈을 드리는 난에게 어머니는 자신을 미국에 함께 가고 싶어한다.식당에서 시급으로 일을 하고 싶고 용돈이라도 벌 요량인데 요는 며느리 핑핑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난은 어쩔 수 없이 반대한다.그리고 꿈에서도 못잊고 있는 여친 베이나를 만나려 여럽사리 그녀의 주소지를 찾아 가지만,베이나는 이미 미국으로 이민을 간 상태이다.친척이 알려준 주소로 베이나를 찾아 나선다.12년의 세월이 흘러 둘다 중년의 모습으로 변하고 냉엄한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과 기름과 같은 형식적인 얘기만 하고 작별을 고하게 된다.다시 만날 기약은 커녕 난은 차라리 만나지 않은게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다.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꽃이 시들어 가듯 몸과 마음도 멀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난의 부부는 반체제 인물로 미국땅에 망명을 하여 20여 년을 고단하지만 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 보람이 멋진 결실로 나타나게 되었다.아메리칸 드림이 실감나기도 한다.난은 시인으로서 주로 글쓰기에 주력하는 모습과 관련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들려 주고 있는데,난의 역할은 아마도 하 진작가의 본모습이 어느 정도 담겨져 있음을 느끼게 한다.반체제 인물로 낯설고 푸대접 받는 미국땅에서 좌충우돌하는 난의 초창기 생활 단상과 중.후반부에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식당사업도 번창하여 집도 장만하고,아들 타오타오도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자유,생명,인권이라는 단어가 새삼 고귀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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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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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음은 물론 G2국가로서 향후 G1국가로 발돋움하려 내밀하면서도 야무진 중궈멍(中國夢)을 중난하이에서 꾸미고 있다.14억에 가깝고 56개의 소수민족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정부는 중국식 인민이 생계,교육,복지 문제 등에 있어서는 서구선진국 못지 않게 화려한 자본주의를 한껏 뽐내고 있다.물론 경이로운 경제성장률 이면에는 환경,소득격차,복지문제,소수민족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가 산적해 있기도 하다.엊그제 신장 위구르(거얼무치)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총격사건이 일어나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신장 위구르,티벳은 중국 면적의 거의 1/3 정도이며 이곳은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되어 있기에 중국정부측에서는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은 촉각을 드리우지 않을 수가 없고,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게다가 중국 젊은층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서구선진국 유학파들이 늘다 보니 정치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정부는 엄격하고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건이 발생한지 어느덧 25년이 되었다.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톈안먼 광장 탱크를 뒤로 하고 중국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왕웨이린 청년의 대담무쌍한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연하게 남아 있다.후야오방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 지식인층에서 들고 일어난 중국민주화의 소요는 덩샤오핑 등의 지도자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면서 반체제 인사들이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그 대표적인 인물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이다.《자유로운 삶》은 중국 반체제작가인 하 진(본명,진쉐페이)가 중국정부 공안국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마치 일기를 쓰듯이 소상하게 들려 주고 있다.1985년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현재까지의 일과 단상 등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는 점이 하 진작가가 갖고 있는 문체의 특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메리칸 드림'이 지금도 있을까? 미국은 원래 인디언이 원주민이었지만 잉글랜드에서 넘어 온 청교도 세력들에 의해 주객이 전도가 되고,산업화가 일어나면서 미국은 외국인의 이민정책을 관대하게 수용했던 것으로 보여진다.현재 미국은 세계 각국의 인종이 결집되어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금융위기 여파가 장기화 되고,신자유주의로 인해 서민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은 오바마정부의 골치거리 중의 골치거리일 것이다.미국 땅을 밟고 그곳에서 생활해 보지 않았기에 인종차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다 보니 흑인종,황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이 글의 주인공 난과 핑핑 부부 그리고 뒤늦게 어렵사리 부모의 곁으로 아들 타오타오가 오게 되면서,부부간에 화기가 살아난다.다만 난은 중국에 두고 온 애인 베이나를 못잊어 하는 것을 핑핑은 알고는 있지만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는다.난의 가족은 보스턴에 보금자리를 틀고 하루 하루 살아가지만 난의 직업이 일정치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난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기에 정규직보다는 중국을 떠나온 반체제 인사 및 직업정보를 알아 내어 스스로 호구지책을 마련했야 했다.잡지사,공장 경비업무,중국집 웨이터 등을 전전긍긍한다.힘들지만 난과 핑핑은 근검절약하면서 돈을 조금씩 모아 가고,운좋게 성형외과의 집안을 돌보고 빈 방을 공짜로 사용하는 집에서 기거하게 된다.난은 일을 하면서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시(詩) 습작을 하기도 하면서 잡지사에 내밀기도 한다.

 

 "아무리 지독하게 일해도,우리가 어떻게 이 사람들처럼 부자가 될 수 있겠어요?"

 

 헤밍웨이가 말했듯이 '삶은 비극이지만,삶의 의미는 그 비극을 어떻게 맞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라는 말이 난 부부의 미국 이민생활의 모습을 읽어 가면서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중국과 체제면에서 확연히 다른 미국으로 망명한 난과 핑핑 부부는 더 좋은 삶과 자유,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얻고 싶어서였을 것이다.중국에서 맛보지 못한 개인적인 취향과 자연스러운 욕구들이 미국에서는 얼마든지 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다만 난의 부부는 현재의 고통스러운 삶이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결실을 얻어 부부가 함께 하고 싶은 가게도 차리고 집도 마련하려는 꿈에 가득차 있다.'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뚜렷한 삶의 목표와 열정,간절함 앞에서는 분명 서광이 보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난은 보조 요리사로 취직을 하면서 요리 능력이 늘어가고 조지아 주(州)에서 식당을 판다는 광고를 보면서 '기회는 이 때다'라고 생각하면서 식당주인과 네고를 하러 가게 된다.마음씨 좋은 노부부가 더 이상 식당을 경영할 수 없게 되고,가게의 매출,메뉴,식재료의 유통 등을 친절하게 소개를 하자 난은 핑핑과 의논하여 더부살이 신세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차릴 수가 있게 되었다.생각보다 장사도 잘되고 식당 식구들과 호흡이 척척 잘 맞아 수지도 좋아서 집을 한 채 살 여력까지 생기게 되었다.결국 난의 부부는 숲을 에워싸고 전방에는 호수가 보이는 집을 장만하게 되었는데 이 대목에서 읽는 내마음까지 감동과 든든함을 느끼게 되었다.한편 난의 부부는 사후에 아들 타오타오를 잘 보살피고 잘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법적 후견인을 찾기도 하고,체외수정을 통한 대리모 제안 및 입양문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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