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체
이규진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정조의 친부 사도세자는 생전의 행적과 미욱함 그리고 노론과 소론의 정쟁으로 인해 뒤주 속에 갇힌 채 비운의 생을 마감해야 했다.정조의 나이 열 두어살 무렵 친부가 조부에 의해 뒤주에 갇히는 꼴을 보고 죽음까지 목도했으니,그가 조부 영조의 뒤를 이으면서 국정을 이끌어 간다 해도 억울하게 죽은 친부 사도세자의 원혼을 어찌 잊을 것인가.정조는 친부 사도세자의 묘를 배봉산에서 수원 화산(花山)으로 옮기면서 현륭원으로 명명을 했다.묘를 이장하면서 수원을 국제도시로 만들려는 정조의 의지도 대단했고,신분제를 없애려 노비추쇄법도 제정했던 인물이다.조선의 국정을 이끌어 갔던 왕이면서 친부에 대한 그리움과 원혼을 달래기 위해 축성(築城)을 하고 서장대,방화수류정까지 만들게 하는 등 수원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파체》는 '눈물을 거두다'라는 의미로서 1796년 수원 화성 축조와 관련하여 스토리를 풀어 가고 있다.역사소설은 사료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작가의 의도에 의해 어느 정도 상상력과 각색이 추임새를 띠면서 스토리는 딱딱하지 않고 과거의 상황을 개연성 있게 재현해 주고 있어 읽는 재미와 역사학습의 묘미를 살려 주고 있기에 우선 싫증이 나지 않는다.이규진작가의 작품은 《파체》가 처음이지만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시종일관 등장인물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가득찼다.수원 축성이라는 국가사업이 주류라고 한다면 당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이교도인 서(천주교)에 대해 정조의 관대하고 암묵적인 허용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이야기꾼이 되려다 과거 시험에 급제하지만 호적문제로 관료생활을 못하게 되는 태윤 그러나 그는 우연찮게 정조대왕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정조는 그를 재주와 능력이 있는 인재로 도청(道廳)의 책임자로 맡기고,무사의 기질에 원리원칙으로 일관하는 정빈 그리고 갓난아이 시절 진사댁에 맡겨져 양육되다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무원당으로 오게 되는 유겸이 파체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이야기꾼이 되고 싶어 했던 태윤은 말그대로 총명하기도 하지만 늘 입이 간지러워 못견디는 성격이고,정빈은 무사답게 꼿꼿하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유겸은 정빈의 하인으로서 바늘과 실처럼 일과 행동이 착착 맞는다.그런데 정조는 태윤에게 윤소혜라는 여인의 행방을 찾아 내라는 숙제를 내주고,정빈은 혼사가 가까워지면서 도승지인 친부 차원일은 좋은 규수감을 물색하게 되는데 강릉 여인인 영신과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치르게 된다.그러나 정빈은 혼인 첫날 밤도 치르지 않고 각방을 쓰게 되는데,영신은 혼인의 목적이 비록 가난의 설움에서 벗어나고자 혼인을 했지만 남편이라는 작자가 도무지 잠자리를 갖으려 하지를 않으니 영신의 속병은 날로만 늘어간다.

 

 태윤,정빈,유겸 그리고 노역꾼들에게 의해 화성이 축조되고 서장대,방화수류정까지 만들어지니 수원은 명실공히 중국과의 무역거점으로 거듭나고 영조는 친부 사도세자를 명당에 다시 모시니 마음이 흐믓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정조가 찾던 윤소혜라는 여인은 바로 정조가 사랑했던 궁녀였다.정조의 도덕과 윤리면에서 흠이 날까 먹고 살 돈을 충분히 주어 궁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냈던 것인데,알고 보니 전주에 있는 이진사댁에 유겸을 맡겼던 것이다.그리고 정빈은 어찌된 일인지 아내 영신과는 내내 각방을 쓰게 되고,서학인들에 대한 탄압과 박해가 시작되면서 천주교인이고 서학을 신봉하던 태윤은 옥살이에서 방면되고,정빈과 유겸은 어디론가 행방을 감추게 된다.태윤이 그들이 갈 만한 곳을 찾아 나섰으나 이미 둘은 한몸이 되어 죽어 있는 상태였다.즉 정빈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고 평소 행동를 놓고 볼 때 남색이라고 불릴 만큼 유겸을 좋아하고 아꼈던 것이다.정조는 신유박해(1801년)의 폭풍이 일어나기 전 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천주교에 대한 서적,교인들에 대한 박해와 탄압이 조대비에 의해 거세어지고 세도정치가 시작되기도 했다.비록 픽션이 많이 가미되었지만 정조의 휴머니즘과 개화정신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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