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은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음은 물론 G2국가로서 향후 G1국가로 발돋움하려 내밀하면서도 야무진 중궈멍(中國夢)을 중난하이에서 꾸미고 있다.14억에 가깝고 56개의 소수민족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정부는 중국식 인민이 생계,교육,복지 문제 등에 있어서는 서구선진국 못지 않게 화려한 자본주의를 한껏 뽐내고 있다.물론 경이로운 경제성장률 이면에는 환경,소득격차,복지문제,소수민족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가 산적해 있기도 하다.엊그제 신장 위구르(거얼무치)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총격사건이 일어나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신장 위구르,티벳은 중국 면적의 거의 1/3 정도이며 이곳은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되어 있기에 중국정부측에서는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은 촉각을 드리우지 않을 수가 없고,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게다가 중국 젊은층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서구선진국 유학파들이 늘다 보니 정치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정부는 엄격하고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건이 발생한지 어느덧 25년이 되었다.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톈안먼 광장 탱크를 뒤로 하고 중국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왕웨이린 청년의 대담무쌍한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연하게 남아 있다.후야오방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 지식인층에서 들고 일어난 중국민주화의 소요는 덩샤오핑 등의 지도자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면서 반체제 인사들이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그 대표적인 인물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이다.《자유로운 삶》은 중국 반체제작가인 하 진(본명,진쉐페이)가 중국정부 공안국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마치 일기를 쓰듯이 소상하게 들려 주고 있다.1985년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현재까지의 일과 단상 등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는 점이 하 진작가가 갖고 있는 문체의 특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메리칸 드림'이 지금도 있을까? 미국은 원래 인디언이 원주민이었지만 잉글랜드에서 넘어 온 청교도 세력들에 의해 주객이 전도가 되고,산업화가 일어나면서 미국은 외국인의 이민정책을 관대하게 수용했던 것으로 보여진다.현재 미국은 세계 각국의 인종이 결집되어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금융위기 여파가 장기화 되고,신자유주의로 인해 서민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은 오바마정부의 골치거리 중의 골치거리일 것이다.미국 땅을 밟고 그곳에서 생활해 보지 않았기에 인종차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다 보니 흑인종,황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이 글의 주인공 난과 핑핑 부부 그리고 뒤늦게 어렵사리 부모의 곁으로 아들 타오타오가 오게 되면서,부부간에 화기가 살아난다.다만 난은 중국에 두고 온 애인 베이나를 못잊어 하는 것을 핑핑은 알고는 있지만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는다.난의 가족은 보스턴에 보금자리를 틀고 하루 하루 살아가지만 난의 직업이 일정치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난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기에 정규직보다는 중국을 떠나온 반체제 인사 및 직업정보를 알아 내어 스스로 호구지책을 마련했야 했다.잡지사,공장 경비업무,중국집 웨이터 등을 전전긍긍한다.힘들지만 난과 핑핑은 근검절약하면서 돈을 조금씩 모아 가고,운좋게 성형외과의 집안을 돌보고 빈 방을 공짜로 사용하는 집에서 기거하게 된다.난은 일을 하면서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시(詩) 습작을 하기도 하면서 잡지사에 내밀기도 한다.

 

 "아무리 지독하게 일해도,우리가 어떻게 이 사람들처럼 부자가 될 수 있겠어요?"

 

 헤밍웨이가 말했듯이 '삶은 비극이지만,삶의 의미는 그 비극을 어떻게 맞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라는 말이 난 부부의 미국 이민생활의 모습을 읽어 가면서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중국과 체제면에서 확연히 다른 미국으로 망명한 난과 핑핑 부부는 더 좋은 삶과 자유,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얻고 싶어서였을 것이다.중국에서 맛보지 못한 개인적인 취향과 자연스러운 욕구들이 미국에서는 얼마든지 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다만 난의 부부는 현재의 고통스러운 삶이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결실을 얻어 부부가 함께 하고 싶은 가게도 차리고 집도 마련하려는 꿈에 가득차 있다.'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뚜렷한 삶의 목표와 열정,간절함 앞에서는 분명 서광이 보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난은 보조 요리사로 취직을 하면서 요리 능력이 늘어가고 조지아 주(州)에서 식당을 판다는 광고를 보면서 '기회는 이 때다'라고 생각하면서 식당주인과 네고를 하러 가게 된다.마음씨 좋은 노부부가 더 이상 식당을 경영할 수 없게 되고,가게의 매출,메뉴,식재료의 유통 등을 친절하게 소개를 하자 난은 핑핑과 의논하여 더부살이 신세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차릴 수가 있게 되었다.생각보다 장사도 잘되고 식당 식구들과 호흡이 척척 잘 맞아 수지도 좋아서 집을 한 채 살 여력까지 생기게 되었다.결국 난의 부부는 숲을 에워싸고 전방에는 호수가 보이는 집을 장만하게 되었는데 이 대목에서 읽는 내마음까지 감동과 든든함을 느끼게 되었다.한편 난의 부부는 사후에 아들 타오타오를 잘 보살피고 잘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법적 후견인을 찾기도 하고,체외수정을 통한 대리모 제안 및 입양문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