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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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류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도인과 같은 거사의 느낌을 안겨 주는 작가가 있다면 단연 이외수작가라고 말하고 싶다.한국 현대 10대 문학가이면서 이외수작가 특유의 입성과 풍모는 보는 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겠지만,내가 본 느낌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멋에 살고자 하는 자주적인 풍모와 언사가 특이하기만 하다.몇 년 전 문학기행에서 뵌 적이 있어서인지 그 인상이 오래 남는다.당시 문학기행에 참가했던 분들에게 이런 저런 말씀을 해 주시고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셨다.잠깐동안의 만남과 작별이었지만 내게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짧은 만남 속에서 이외수작가의 즉흥적인 하모니카 연주는 문학기행의 밤을 멋지게 장식해 주셨다.그리고 매체에 트위터로 가끔 그의 주견이 전광석화와 같이 전파되는 것을 보면 몸은 늙었으되 마음은 아직도 열정에 가득차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이외수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으면서 강하게 다가오는 점은 시사적인 부분이 많고 풍유적인 비유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또한 유머스러운 표현도 풍부하고 아직 세파에 찌들지 않은 예비사회인들에게 전해 주는 교훈적인 얘기,그리고 촌철살인과 같이 정곡을 찌르는 입바른 말 두루뭉술하게 살아 가는 이들에게 각성과 자성을 하게 한다.그래서인지 이외수작가에게는 안티도 있지만 애정으로 그와의 소통,모임 등을 활발하게 갖고 있는 팬들도 많다.나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저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작가의 활발한 작가활동과 노변담 등을 빠뜨리지 않고 경청하고 곱씹어 보려는 쪽에 가깝다.

 

 이번 작품의 제목이 시선을 끌게 한다.마치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하는데,읽다 보니 그러한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완전변태'를 비롯하여 총 10편의 소설들 모인 소설집인 셈이다.10편이 모두 제각각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일률적으로 전체적인 내용이 어떻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머스러운 면을 삽입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예를 들어 "밤나무에 감이 열리면 감나무라고 해야 옳은가 밤나무라고 해야 옳은가?"라는 물음에 "미친 나무라고 해야 옳겠지요."나아가 법마누에는 법이라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던가?"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의와 상식을 올곧게 지켜야 하는 사법계에 대한 포효와 같은 일성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특히 그릇이 깨지는 소리를 듣게 되면 무의식 속에 '좋지 않은 조짐'을 연상케 하는데,이 대목에서도 작가는 역설적인 화법으로 독자를 유쾌하게 만들고 만다.

 

 "오랜만에 그릇 깨지는 소리를 자주 들으니 유쾌하기 짝이 없구나.(중략)너무 미안해 할 것 없다.네가 깨트린 그릇들은 어차피 언젠가는 깨트려지도록 만들어져 있었느니라.단지 그 시기가 빨랐을 뿐이지."

-P60

 

 감방 생활을 하는 죄수들의 일상을 그린 '완전변태'는 교도소의 규칙에 따라 수형생활을 하게 되는데,죄수들 생각이 어떠한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누구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내 탓이다'라고 생각하고 새삶을 꿈꾸는 죄수는 형기가 끝나면서 완전히 바뀐 새삶을 꾸려 가겠지만 대충 대충 수형생활을 하는 자는 사회에 복귀해도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완전변태 그것은 바로 몸을 움직이기 싫은 죄수 한 명이 요지부동의 자세로 감방에 남아 우화(羽化)를 준비하려는 것을 빗대어 완전변태라고 했다.그는 대마초를 흡연하고 나비가 되려는 꿈을 꾸었다는 웃지 못할 얘기로서 구속된 것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그외 화천 저수지가 파로호로 명칭이 바뀐 내력이 이색적이다.한국 전쟁 중에 국군 6사단의 대승을 기념하여 파로호라고 명명했다고 한다.오랑캐를 물리친 호수,수많은 중공군이 수장되었다는 의미에서 파로호(破虜湖)라고 했다.

 

 끝으로 이외수작가가 세속에 보내는 세 가지 분야의 메시지는 매우 시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종교는 아프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 일보다 교세를 확장하는 일에 더 여념이 없고,교육은 홍익인간을 만드는 일보다 사회적 소모품을 만드는 일에 더 주력하고 있다.예술 역시 정신의 뿌리도 영혼의 뿌리도 간 곳이 없는 국적불명의 쓰레기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대형 사고는 뿌리 깊은 고질병이고 하도 많이 접하다 보니 불감증에 걸린 것은 사실이다.생명과 인성을 중시해야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전체의 분위기를 숙성재배시켜 성숙하지 않은 상태로 혼탁한 사회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10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과 사회,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고 대답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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