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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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언가에 홀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하는 일도 잘되지 않으면서 심할 경우에는 마음의 병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이를 흔히 심리학 용어로 '빙의(憑依)'라고 한다.나는 무언가에 홀려 정신질환을 앓았던 적은 없었다.어린 시절 주위에서 미신적인 얘기를 자주 듣기는 했다.예를 들어 밥그릇을 엎어 놓으면 엄마가 죽는다,밤에 손톱을 깎으면 귀신이 찾아 온다,혼불이 나가면 죽을 징조다 등이었다.모두가 부정적이고 상서롭지 못한 것들이기에 어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가위눌림을 많이 당했다.무슨 일이든지 모르지만 꿈 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인데 도망을 치려고 해도 발이 떨어지지를 않아 기를 쓰고 도망을 치려다 꿈에서 깨어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온몸에서는 식은 땀이 나고 잠을 청하려 뒤척이곤 했다.

 

 사람의 경험 중에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이 장기기억화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잊을 수가 없다.그것은 자신의 내면세계와 의식형성에 큰 몫을 하기도 한다.의학과 과학수준이 발달한 현대사회이지만 인간은 극히 나약하기에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미약한 생물이기도 하다.그래서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를 않고 일과 학업,혼인문제 등으로 힘들어질 때에는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기도 한다.좋은 일은 그러려니 넘어가게 마련이지만 좋지 않다고 하는 일은 조심(操心)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누군가에게 홀려 시름시름 앓다 병이 난 사람이 있었다.선친과 이촌사촌 동생인 분인데 그 분은 하는 일은 변변치 않아 하루살이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처지였다.그럼에도 생활력이 없는데다 아내가 번 돈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입에 대곤 했다.그러던 어느날 그의 집을 가려면 푸른 물살이 넘실거리는 저수지 옆 방천둑을 건너 가기 마련인데,술에 취에 비틀비틀거리며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저수지를 흘끔 바라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가 물살을 가르며 자기 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는 것이다.꿈도 아닌 현실인데 흐려진 정신이 소복 입은 아가씨한테 가려다 그만 방천둑에 넘어지고,귀가하던 동네사람에게 발견되어 집에서 가료(可療)를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그뒤로 들은 바로는 그의 내면세계는 보이지 않은 영매와 교신하면서 현실세계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폐쇄된 병원,빌딩,폐교,버려진 신사와 절과 교회,묘지,뒷골목,기암괴석,잡목림,벼랑 늪은 바로 심령 스폿이라고 부른다. ―P55

 

 어린 시절 심령 세계를 무당인 할머니 얘기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에피소드를 추리와 공포를 뒤섞여 가면서 독자들을 흡입시키고 있는 미쓰다신조작가의 《붉은 눈》은 바로 어린 시절의 괴기하고 기이한 사연들이 수미일관하고 있다.타이틀인 붉은 눈을 포함하여 여덟 편의 소름 끼치고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이야기와,네 편의 괴담 기담 사례를 싣고 있다.공통적인 것은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시절의 얘기이면서,인적이 많지 않은 시골을 공간배경으로 삼고 있다.미쓰다신조작가는 괴담 기담 사례를 자신의 직접체험,전해 들은 얘기,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을 미쓰다신조작가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화시켰다.마지막 이야기는 사상(死相)탐정이 나오는데 주검을 보고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는 이야기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특이하고 강렬한 인상이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 삶을 갉아 먹는 상황,괴기하고 으시시한 소리,누군가 소리없이 뒤를 바짝 쫓아오기라도 할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한 번의 잘못된 실수로 온집안이 쑥대밭이 될 정도의 흉물스런 살풍경,누군가 무엇을 하게 되면 ∼되더라 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이를 괘념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질리는 상황 등이 이야기와 사례에서 발견되고 있다.마음이 허약하고 착한 심성을 갖은 어린이들의 눈과 귀는 어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이다.문명이 덜 발달되었던 1940년대에는 인간의 나약함을 교묘하게 파고 드는 비과학적인 요소들이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을 지배하기도 했다.어른들도 괴담 기담을 듣다 보면 소름이 끼칠 때가 있는데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혼비백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추리와 공포의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하면서 지난 시절의 끔찍했던 기억과 추억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 내어 불가사의함,초자연적임,작위적인 트릭 등이 잘 직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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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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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탐정에 대한 이미지는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풍부한 경험과 직관력,기민성과 기동력에 있다고 생각한다.사건.사고가 터지면 경찰은 기민하게 현장으로 급파하여 폴리스라인을 치면서 사고.사고현장은 삼엄한 분위기가 드리워지면서 담당형사,탐정들이 짜임새 있게 각자의 역할분담을 해나가기 마련이다.가해자 즉 용의자를 확보하기 위해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면밀하게 현장조사를 하고 탐정은 사건윤곽을 그리기 위해 미분과 적분을 교묘하게 살리기도 한다.이럴 때 독자는 침을 삼키기도 하고 손에 땀이 날 정도의 긴장과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탐정 작품을 접할 때마다 글을 읽는 집중과 몰입은 한층 배(倍)가 되어 스토리의 재미와 흥미의 늪으로 빠지게 되곤 한다.

 

 사건.사고에 대해 추리와 반전를 확충시키는 역할이 탐정이라고 생각하는데,앞을 못보는 탐정이 등장했다.오감(五感) 즉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중에 시각장애를 안고 있는 탐정이 색다른 역할로 독자들 곁으로 찾아왔다.그 이름은 히구라시타비토(日暮し旅人)이다.그는 '물건 찾기 탐정 사무소'에서 물건을 찾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 오면 신체적 시각은 불편하지만 시각 외의 감각을 활용하여 물건을 잃은 주인에게 쪽집게마냥 찾는 것이다.감탄이 절로 나온다.그에게는 청각,후각,촉각,미각이 시각적인 모습으로 뇌에 저장되어 물건을 찾아 준다.그는 양부(養父)로서 부모없는 딸 테이를 기르면서 꽤 어려운 살림을 해 나가지만 매우 인간적이고 신의가 있는 탐정이다.기동력과 민첩함,직관력으로 종횡무진하는 이미지의 탐정이 아닌 마음씨 좋아보이는 이웃집 아저씨 타입의 탐정을 만났으니 읽는 내내 따뜻한 분위기로 충만하였다.

 

 이야기는 네 개로 크게 나누고 있다.종전(終戰) 공방에서 도제공으로 일하던 슈사쿠와 무역회사 사장 딸이었던 후미에는 신분상,성격상 누가 보아도 어울리는 커플이 아님에도 후미에는 내향적이고 성실한 슈사쿠에게 끌리게 되지만,후미에에게 정혼자가 생기는 바람에 둘은 아침이슬과 같이 무위(無爲)로 되고 만다.슈사쿠가 공방을 나오기 전에 둘은 비밀 신호를 교환하자고 언약을 하지만 몇 십년이 흐른 뒤 아들이 벼룩시장에 내놓은 의자를 탐정 타비토가 구입하게 된다.타비토는 중고 의자 아래쪽 귀퉁이 속에는 '비밀 신호'가 적혀 있는데 이를 토대로 공방을 수소문하여 슈사쿠가 있으리라 생각하는 장소를 찾기는 했지만 슈사쿠도 세상을 떠나고 후미에도 세상을 떠난 상태이다.그런데 마음 따뜻해지는 것은 의하 하나는 슈사쿠가 후미에에게,또 하나는 후미에가 슈사쿠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었다.슈사쿠 조카딸 공예교실에 슈사쿠와 후미에의 마음을 담은 의자를 보니 둘은 하늘에서 재회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보육원교사 요코와 타비토 딸 테이와의 얘기이다.요코가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던 키 홀더에 달고 다니던 인형을 잃어 버려 누구에게 하소연을 못하던 중 타비토에게 그 사연을 실토한다.타비토는 요코의 얘기를 듣고 정황을 교묘하게 파악한 후,비오는 날 거리의 웅덩이에 휩쓸려갈 뻔한 인형을 찾아 요코에게 전해 준다.이 일을 계기로 요코는 탐정 타비토를 달리 보게 된다.보육원 얘기가 중첩되는데 요코가 네 다섯살 아이들을 데리고 방공호 쪽으로 소풍을 나갔다가 무리에서 탈선(?)한 원생을 찾으러 나서다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타비토는 요코와 원생이 있는 곳을 찾게 되고,보육원에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 보육원을 폐쇄하고 현재 보육원을 운영하는 보육원장이 전 보육원에서 땅에 묻어 놓은 '타임캡슐'을 찾아 달라고 의뢰를 한다.청취한 사연을 시각화하여 땅을 파니 타임캡슐로 나오고,당시 원생으로 있던 요코와 타비토가 빛바랜 상태로 나온다.기적이 아닐 수가 없다.타비토는 의뢰비를 내내 고사하지만,소박하게도 테이 소풍비만 받겠다고 한다.

 

 그외 한 할머니가 70여 년 전에 곶(岬)가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곳을 데려다 달라고 타비토에게 부탁한다.역시 타비토의 신통력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할머니가 소녀시절 바닷가 근처의 풀과 꽃향기,바람,새소리 등의 기억과 추억이 그대로 재현된다.타비토는 의사 히노키,호형호제하는 유키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내심 보육교사 요코와 탐정 타비토의 관계가 잘 진전되기를 바랬지만 스토리의 한계인지 둘의 관계는 보육교사 대 원생 아버지의 관계로만 끝나고 만다.탐정 타비토는 시각이 불편하지만 시각외의 감각을 시각화하여 잃어 버린 물건과 공간을 찾아 주는데 인간미 넘치도록 그 역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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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아스카시대를 지나 헤이안시대의 도읍지였던 교토의 유적에 대해 시대별,(교토)방향별로 역사 유적지를 현지답사를 통한 생생한 현장감과 특유의 해설력이 돋보입니다.백제,신라에서 넘어간 도래인들이 헤이안시대의 정치,문화를 이룩한 점과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화를 소중히 보존하려는 일본정부의 의식은 각별히 인상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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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가 인격장애를 띠고 사회에 대한 불만과 충동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면서 사람을 마치 동물 취급하듯 죽이고 유기하기를 연쇄적으로 하는 자들을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소시오패스를 띠고 있는 사람들이 애정결핍,방종,사회배제 등으로 인한 심리적 결핍에서 기인할 수도 있지만,근본적으로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기분 내키는 데로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점이 사히적으로 위협과 불안감을 안겨 줍니다.비근한 예로 작년 용인에서 발생한 10대 청소년이 저지른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해,사체유기가 사이코패스의 전형이 아닐까 싶군요.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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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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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조건없는 풋풋하고 순수가 넘치던 사랑은 시간과 세월이 흘러도 장기기억으로 남게 마련이다.서로가 좋아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땅에 발을 내딛고 사는 한 달콤한 사랑은 변치 않을 것 같지만,삶의 과정은 개인의 의지를 방해하는 요인이 있기 마련이기에 원치 않은 시공간 속으로 갈라져 만나지를 못한 채 그리움과 추억을 삭히며 살아 가는 것도 인생이 아닐까 한다.생에 처음 만나 심장이 뛰고 거친 물결과 같은 성애도 시간이 흐르면 허무하기 짝이 없는데,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마음을 도려내는 천형(天刑)에 가까울 것이다.

 

 유부남이 첫사랑과 헤어지고 이끼가 켜켜이 낀 바위틈과 같이 기나긴 세월이 흘렀건만 풋풋하고 순수함이 물씬 배여 나던 시절과 둘이서 나누었던 달콤하기 이를데 없는 연인을 못잊어 집을 나간 한 남자가 있었으니 이를 두고 세인들은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가.초로인 남자는 미국 동부 유수의 대학을 나오고 변호사로서 경제적,신분적인 면에서 부족할 것이 없건만,그의 내면은 첫사랑과의 언약과 피치 못할 사연으로 헤어진 것이 내내 그의 정신과 심리세계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그 주인공은 바로 틴 윈이고 그리움으로 몇 십년 세월이 흘렀어도 그 뒤를 그림자와 같이 따라 다니던 여인은 미밍이다.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미얀마 깔로와 양곤을 오고 간다.시대적 배경은 20세기 중반 경이다.19세기말 영국의 식민지하에 놓여 있던 미얀마는 1948년 해방이 된다.주인공 틴 윈은 해방 전에 태어났는데,당시 미얀마는 과학 및 의학수준이 저조하면서 질병 및 미래에 대한 예언 등은 민간요법이나 점쟁이(점성술사)를 믿는 풍조가 강했던 것으로 보여진다.틴 윈의 출생이 4,8,11월 토요일이라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했는데 그는 불길하지만 운명적인 토요일에 태어나고 말았다.또한 그는 앞을 못보는 시력장애를 안고 태어났다.아버지가 날아오는 골프공에 정통으로 머리를 맞아 불여귀가 되고, 어머니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고 만다.틴 윈은 수치라는 보모에게 맡겨지지만 친부모 이상으로 그를 잘 키워준다.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소승불교국답게 사원(寺院)내지 수도원이 산재해 있는 곳이기에,수치는 틴 윈은 수도원에 데리고 가기도 한다.우 메이라는 스님은 틴 윈에게 삶의 도움이 될 조언을 많이 들려 주기도 한다.

 

 틴윈이 우연히 만난 미밍은 그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남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이다.미밍 역시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신체장애를 안고 있다.둘이 만나는 풍경과 분위기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평화로움으로 가득차 있다.앞을 못보는 틴 윈은 사물의 움직임과 소리,모양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미밍은 그런 틴 윈을 연민과 동정,사랑으로 포근하게 감싸준다.미얀마가 아열대 기후대에 속하다 보니 이국적인 식물과 풍경들의 묘사도 싱그럽기만 하다.집,마당,근처의 들판이 주무대인 틴 윈은 어느덧 미밍과 가까워지면서 뜨거운 성애관계도 갖게 된다.틴 윈은 곁에 미밍이 있어 주기만 하면 그 자체로 행복에 겨워한다.그녀의 손,목소리,웃음소리,체취는 그의 가슴 속에 세로토닌 호르몬을 차곡차곡 채워 준다.다리가 불편한 미밍은 틴 윈의 등에 기대어 가고 싶은 곳을 맘껏 소풍을 다니기도 한다.

 

 두 번,세 번 만나면서 심장 소리로 상대를 알아맞히는 일은 틴 윈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물론 심장 소리는 결코 한결같지 않았다.몸과 영혼에 대해 많은 것을 드러냈고,시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했다.심장 소리는 젊거나 노쇠하게 들리기도 하고,지루함을 표출하기도 했고 소리 자체가 지루하게 들릴 때도 있었고,수수께끼처럼 알 수 없을 때도 있었으며 때로는 확연히 짐작가게도 들렸다.

-P220

 

 당시 틴 윈에게는 양곤에 거부인 고모부가 살고 있었다.일가친척없는 고립무원으로 사는 처조카가 시력에 장애가 있음을 알고 치료를 해준다.백내장이었다.심장박동과 소리,움직임,느낌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던 틴 윈은 대명천지를 눈 앞에 두고 다시 태어난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그의 미래는 고모부에 의해 조종되었다.칼로에 두고 온 미밍 생각에 마음이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학업과 미래를 위해 미얀마를 떠나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다시 변호사를 목표로 미국으로 갔던 것이다.그곳에서 미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여 두 명의 자녀를 두었다.결혼후 20여 년을 한지붕에서의 낭만과 즐거움보다는 미적지근한 부부관계로 일관해서인지 아내는 남편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었어도 찾으려 하는 부부의 정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다락에서 찾아낸 틴 윈의 쓰다 만 편지 속에 미얀마의 미밍의 주소를 발견하고 딸인 줄리아는 미얀마로 향한다.아버지가 그토록 못잊고 사랑했던 여자가 과연 누구인지를 찾아 내고자 했던 것이다.그런데 아버지와 미밍의 소식을 알고 있던 우 바라는 남자로부터 둘의 생사확인을 듣게 된다.미밍과 틴 윈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만났지만 미밍은 병색이 완연한 상태이고 틴 윈도 심장마비가 가까울 무렵이었다.둘은 죽음의 순간에 만나 긴 회포를 풀지는 못했지만 사랑의 미로에 빠져 들었던 젊은 날의 기억과 추억은 화장(火葬)후 푸른 하늘로 치솟았던 재스민 꽃과 같은 연기 기둥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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