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탐정에 대한 이미지는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풍부한 경험과 직관력,기민성과 기동력에 있다고 생각한다.사건.사고가 터지면 경찰은 기민하게 현장으로 급파하여 폴리스라인을 치면서 사고.사고현장은 삼엄한 분위기가 드리워지면서 담당형사,탐정들이 짜임새 있게 각자의 역할분담을 해나가기 마련이다.가해자 즉 용의자를 확보하기 위해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면밀하게 현장조사를 하고 탐정은 사건윤곽을 그리기 위해 미분과 적분을 교묘하게 살리기도 한다.이럴 때 독자는 침을 삼키기도 하고 손에 땀이 날 정도의 긴장과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탐정 작품을 접할 때마다 글을 읽는 집중과 몰입은 한층 배(倍)가 되어 스토리의 재미와 흥미의 늪으로 빠지게 되곤 한다.

 

 사건.사고에 대해 추리와 반전를 확충시키는 역할이 탐정이라고 생각하는데,앞을 못보는 탐정이 등장했다.오감(五感) 즉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중에 시각장애를 안고 있는 탐정이 색다른 역할로 독자들 곁으로 찾아왔다.그 이름은 히구라시타비토(日暮し旅人)이다.그는 '물건 찾기 탐정 사무소'에서 물건을 찾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 오면 신체적 시각은 불편하지만 시각 외의 감각을 활용하여 물건을 잃은 주인에게 쪽집게마냥 찾는 것이다.감탄이 절로 나온다.그에게는 청각,후각,촉각,미각이 시각적인 모습으로 뇌에 저장되어 물건을 찾아 준다.그는 양부(養父)로서 부모없는 딸 테이를 기르면서 꽤 어려운 살림을 해 나가지만 매우 인간적이고 신의가 있는 탐정이다.기동력과 민첩함,직관력으로 종횡무진하는 이미지의 탐정이 아닌 마음씨 좋아보이는 이웃집 아저씨 타입의 탐정을 만났으니 읽는 내내 따뜻한 분위기로 충만하였다.

 

 이야기는 네 개로 크게 나누고 있다.종전(終戰) 공방에서 도제공으로 일하던 슈사쿠와 무역회사 사장 딸이었던 후미에는 신분상,성격상 누가 보아도 어울리는 커플이 아님에도 후미에는 내향적이고 성실한 슈사쿠에게 끌리게 되지만,후미에에게 정혼자가 생기는 바람에 둘은 아침이슬과 같이 무위(無爲)로 되고 만다.슈사쿠가 공방을 나오기 전에 둘은 비밀 신호를 교환하자고 언약을 하지만 몇 십년이 흐른 뒤 아들이 벼룩시장에 내놓은 의자를 탐정 타비토가 구입하게 된다.타비토는 중고 의자 아래쪽 귀퉁이 속에는 '비밀 신호'가 적혀 있는데 이를 토대로 공방을 수소문하여 슈사쿠가 있으리라 생각하는 장소를 찾기는 했지만 슈사쿠도 세상을 떠나고 후미에도 세상을 떠난 상태이다.그런데 마음 따뜻해지는 것은 의하 하나는 슈사쿠가 후미에에게,또 하나는 후미에가 슈사쿠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었다.슈사쿠 조카딸 공예교실에 슈사쿠와 후미에의 마음을 담은 의자를 보니 둘은 하늘에서 재회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보육원교사 요코와 타비토 딸 테이와의 얘기이다.요코가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던 키 홀더에 달고 다니던 인형을 잃어 버려 누구에게 하소연을 못하던 중 타비토에게 그 사연을 실토한다.타비토는 요코의 얘기를 듣고 정황을 교묘하게 파악한 후,비오는 날 거리의 웅덩이에 휩쓸려갈 뻔한 인형을 찾아 요코에게 전해 준다.이 일을 계기로 요코는 탐정 타비토를 달리 보게 된다.보육원 얘기가 중첩되는데 요코가 네 다섯살 아이들을 데리고 방공호 쪽으로 소풍을 나갔다가 무리에서 탈선(?)한 원생을 찾으러 나서다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타비토는 요코와 원생이 있는 곳을 찾게 되고,보육원에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 보육원을 폐쇄하고 현재 보육원을 운영하는 보육원장이 전 보육원에서 땅에 묻어 놓은 '타임캡슐'을 찾아 달라고 의뢰를 한다.청취한 사연을 시각화하여 땅을 파니 타임캡슐로 나오고,당시 원생으로 있던 요코와 타비토가 빛바랜 상태로 나온다.기적이 아닐 수가 없다.타비토는 의뢰비를 내내 고사하지만,소박하게도 테이 소풍비만 받겠다고 한다.

 

 그외 한 할머니가 70여 년 전에 곶(岬)가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곳을 데려다 달라고 타비토에게 부탁한다.역시 타비토의 신통력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할머니가 소녀시절 바닷가 근처의 풀과 꽃향기,바람,새소리 등의 기억과 추억이 그대로 재현된다.타비토는 의사 히노키,호형호제하는 유키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내심 보육교사 요코와 탐정 타비토의 관계가 잘 진전되기를 바랬지만 스토리의 한계인지 둘의 관계는 보육교사 대 원생 아버지의 관계로만 끝나고 만다.탐정 타비토는 시각이 불편하지만 시각외의 감각을 시각화하여 잃어 버린 물건과 공간을 찾아 주는데 인간미 넘치도록 그 역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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