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여인숙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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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된 여 주인공이 황량한 황무지에 덩그러니 놓인 여인숙에 찾아 오는 손님들은 누구일까.절망스럽도록 소용돌이에 휩싸인 주인공의 삶을 관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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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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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 교과서에 《벌거숭이 임금님》이 실려 있어 정신을 집중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재봉사와 임금 친구는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멋진 의복이라고 하면서 물레 앞에서 옷감을 짜는 시늉을 하는데 너무도 순진했던 어린 마음이었던지 그대로 믿고 말았다.의복이 다 완성되었지만 정작 임금이 시가 행진에서 입을 의복은 눈을 씻고 쳐다 봐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이제와서 재봉사와 친구에게 속아 넘어간 자신을 탓할 수도 없었던 임금은 벌거벗은 채로 시가 행진을 했는데,한 소년의 눈에는 임금이 완전 벌거벗은 꼴을 보고 "벌거숭이 임금님"이라고 있는 그대로 소리 쳤던 소년의 용기 앞에 임금은 자신의 사적 욕심을 뒤늦게 후회했을 것이다.오랜 시간이 흐르고 보니 벌거숭이 임금님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욕심이 과하면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 불후(不朽)의 걸작으로 각인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고 나면 쏟아지는 것이 신간들이다.다양한 영역의 신간들이 독자들의 시선과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셀 수 없는 수많은 신간들 가운데 시선을 집중시키는 도서들이 종종 있게 마련인데 황당하고 웃기기 짝이 없는 소재와 내용이지만 세상의 겉면에 드러나지 않은 민초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내 주위의 이야기와 같기도 하고 내가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이것을 육류로 따지면 도축하고 가공.정육한 고기를 냉동보관한 얼린 고기보다는 도축한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생고기의 색깔,향,맛이 어우러져 침샘이 고이는 것과 같이 신선도와 생생함이 꿈틀거리기 마련이다.이러한 맥락에서 보잘것 없지만 절박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새털 같은 나날과 같고 측은지심이 들 때도 있다.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작 소재와 내용이 황당하고 배꼽 잡기도 하지만 읽어 가노라면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처절하게 현실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이 글의 제목만 보면 누가 믿겠는가.오리가 고양이를 잡아 먹다니 말이나 될 소리인가.김근우 작가 팍팍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향해 황당하고 웃기는 이야기로 씨름판에서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는 상황을 연상케 한다.세상에는 진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가짜도 있고 얼치기도 있기 마련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 먹게 되었을까.

 

 자칭 3류 작가로 칭하는 나는 월세살이에 총 재산이 딸랑 4,267원이면서 월세를 내지 못하면 당장 쫓겨날 신세이다.또 한 명은 증권업계 사무원으로 일하다 주식으로 재산을 날린 한 여자로서 둘은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를 사진으로 찍어 오라는 고용주인 할아버지 밑에서 일당(5만원)을 받아 가면서 절박한 생계를 꾸려 가는 이들이다.할아버지는 아들 내외,손주가 있지만 불화로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데 손주가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할아버지에게 심부름으로 반찬통을 갖어다 주면서 남자,여자와 합류하면서 오리 찍기에 동참하게 된다.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염천의 여름날,은평구 불광천을 배경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오리 찍기에 여념이 없다.매일 몇 마리를 찍었는지 셀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에게 인화한 사진을 보여 주면 할아버지는 고양이(호순)를 죽인 오리는 영 나타나지를 않는다.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할아버지는 홍수가 져서 불광천이 범람한데도 물 속으로 들어가 오리 진범을 찾으려 했지만 오리가 "날 잡아라"는 식으로 할아버지를 유유히 헤엄쳐 가면서 조롱하고 할아버지는 구생일생으로 살아난다.이번 일로 할아버지는 오리 진범 찾기에 대해 한 풀 꺾이게 된다.

 

 10대 초반의 손주,아들이 할아버지의 정신 상태를 남자와 여자에게 가르쳐 주면서 비록 가짜이지만 할아버지가 말한 고양이와 오리의 몽타쥬를 바탕으로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오리는 (오리)축사에서 그럴듯한 놈을 구해 온다.할아버지의 마음은 과연 어떠한 심정이었을까.정말로 자신이 기른 고양이 호순이가 오리에게 잡아 먹혔을까.내 생각에는 아니올시다이다.할아버지는 아내를 잃고 자식과의 관계도 좋지 않아 따로 살아 왔건만 고독과 우울함을 달래려 고양이를 키웠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다만 할아버지는 비축해 놓은 돈을 어떻게 활용할까 궁리한 끝에 황당무계한 스토리를 설정하여 가족과의 소원한 관계를 복구하고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느낌이 강하다.남자와 여자를 고용하여 일당 5만원씩을 주면서까지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를 찾아 내고자 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벌거숭이 임금님과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이고 포복절도할 정도로 기발하기만 하다.새식구로 들어온 고양이와 오리는 할아버지 아파트 거실과 방을 반반씩 나눠 쓰게 되었다.할아버지는 가족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여 더욱 바빠지게 되었다.남자와 여자는 할아버지에게 일당 5만원을 받으면서 지낸 시간에 대해 좋은 경험과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참신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 준 이야기였다.황당하게 느껴지지만 이야기는 현실감 있게 당돌하기만 했다.게다가 생명줄과도 같은 일당으로 살아 가는 이들이 비단 글 속의 남자와 여자만의 얘기는 아니다.새털과 같은 나날의 연속을 아주 근근하게 사는 사람들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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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 전시 재상 유성룡과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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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지난 역사를 각색한 영화 및 도서들이 자주 출간되고 있다.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과 의식이 빈약한 이들에게는 정체성을 살릴 좋은 계기가 되어 주리라 생각하며,그 반대인 경우에는 잘못된 견해와 의식을 바르게 잡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시금석 및 거울이 되기에 역사에서 얻는 교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막대한 정신적 효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역사 이래 타국을 침략한 사례는 없는 반면 숱한 외세의 침략 속에서 국토의 산하는 피폐해져만 갔다.숱한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면서도 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땜빵질)인 국토방위의 관념이 결국 이웃 나라들이 한국을 침략하는 구실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나라 사이의 힘의 역학은 늘 긴장,균형 관계를 교묘하고도 영민하게 세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고 있다.

 

 1592년 4월부터 1598년 11월까지 장장 7년 여에 걸친 임진왜란은 막대한 인명,물질적 손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전란이 끝나고 난 뒤에도 타국의 침입에 대비하려는 대비책이 소홀하여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국가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면서 수모와 굴욕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임진왜란은 일본의 장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음모한 정한론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1군부터 8군에 이르기까지 장수와 군사들이 대거 조선으로 상륙했던 것이다.당시 임금이 선조로서 (주지하다시피) 국가의 명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을 정도로 무책임하고 무능했다.특히 일본 통신사로 다녀온 황윤길이 "일본이 내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고하지만 당시 동인 세력이 강했던 김성일의 보고를 전격 수용하면서 선조는 일본이 조선을 쳐들어 온 뒤에도 한심할 정도로 넋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결국 일본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가토 기요마사 장수들이 동래 부사를 기점으로 각 방면으로 북상하면서 선조는 의주로 몽진을 가게 되고,아들 광해군에게 분조를 맡기게 된다.

 

 조선 국왕이 몽진을 가고 행재소에 머무는 한편 중국 명나라는 도독 이여송을 비롯하여 심유경 등이 파병하면서 혈맹을 과시하였다.일본이 조선을 침공하면서 조선 내륙은 쑥대밭이 되어 가버렸다.힘없는 아녀자,노인들이 도륙 당하는 것도 모자라 백성들의 귀를 잘라 일본으로 갖어 가기도 했다.지리한 싸움을 협상하고자 일본에 건너간 심유경은 매국노로 몰려 처향 당한다.국가관이 뚜렷하지 않은 조선 국왕 아래 사색 당파마저 득시글대던 시절이라 일본이 조선 정벌을 하러 쳐들어 왔어도 뾰족한 대책도 없는 채 명나라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조선은 체찰사,도원수,순변사,행정관,지휘관 등이 일본군과 맞서 싸우게 되지만 육지에서는 이렇다 할 전공(戰功)을 세우지 못한다.뭍에서 일본과 싸우던 조선은 잠시 휴전에 들어간듯 하였지만 재차 내전이 발발(정유재란)하면서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일본군의 조총에 맞아 죽을 때까지 7년 7개월 간의 전란을 치뤄내야 했던 역사의 커다란 소용돌이였다.

 

 이재운 작가는 당시 경상 좌병사 이각의 후손으로서 본영(울산) 및 동래부를 구원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마음올 사죄를 하고 있다.선조 시절 영의정을 재직했던 서애 유성룡은 징비록을 펴낸 전시 재상(宰相)으로서 임란 내내 조선군의 중심과 핵심의 자리에 있었다.그는 전투,전쟁 외교,전술전략 등을 직접 세우거나 체험했으며,명군과 일본군(토요토미,고니시,가토,도쿠가와 등)의 사정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위치에 있었던 만큼 임란의 과정 하나 하나가 매우 정교하고 생동감이 엿보인다.최일선에서 적군과 싸우던 인물들의 면면과 조선 사회 사정 그리고 원군 명군과 적군 일본의 사정을 힘의 역학적인 측면에서 차분하게 음미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좀 아쉬운 점은 당시 일본 장수들의 이름 표기를 한자의 음독으로 하지 말고 일본식으로 기입해 주었으면 읽기가 편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일본식 이름 표기가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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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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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대로 된 스릴 소설을 접하게 되어 뿌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되었다.사건은 우연찮게 발생하고 전개,위기,절정은 읽는 이의 마음을 온탕과 냉탕을 오가게 하는 묘한 틈새들이 자리잡고 있다.게다가 개인주위,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는 자기식의 울타리를 정해 놓은 채 낯선 울타리에 사는 개체들과는 철저하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려는 폐쇄성까지 갖추고 있다.게다가 인명 경시현상이 사회적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돈과 물질이 최고라는 그릇된 의식으로 말미암아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는 언제 온기가 찾아올 것인지 기약할 수가 없다.

 

 어떠한 장르 소설이든 이야기의 도입은 우연찮게 발생한다.그것이 아름더운 인연으로 비화되었으면 좋으련만 이야기는 늘 두려움과 공포,싸늘함과 무관심 등으로 일관하니 정나미가 떨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그러러니 하면서도 시종일관 사건의 진행상황이 한 치의 숨쉴 겨를이 없을 정도로 순간 순간의 이야기에 매료되면서 빨려 들어가게 된다.그것이 바로 《너는 모른다》이다.카린 지에벨 작가 법률 및 라이센스를 공부하고 다양한 사회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이러한 이력이 창작활동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하루 햇빛이 10분 남짓 비추다 마는 어두컴컴하고 착 가라앉은 지하 창고에 쇠창살을 마주 보면서 사건의 가해자 리디아와 피해자 브누아가 시종일관 심리적 대치 상황을 긴장감 높게 펼쳐 내고 있다.카린 지에벨 작가는 두 주인공의 심리적 묘사를 탁월하게 묘사 처리하고 있는 점에서 내심 탄성이 절로 나왔다.시청 공무원 리디아는 야밤에 자신의 고장 차량을 두고 서성거리는 모습을 본 경관 브누아는 자청 에스코트를 자청하면서 늘씬하고 매력적인 용모의 리디아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데 리디아는 브누아에게 뭔가 원한이 있어 잔뜩 술을 마시게 한 뒤 지하 창고 콘크리트 바닥에 쳐 넣었던 것이다.리디아의 쌍둥이 오렐리아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실종되었는데 그 용의자가 브누아아였고,리디아용케 브누아와 조우하게 되어 죽은 쌍둥이를 납치,살해,시체 유기 과정을 캐내려 하는데 리디아는 결단코 자신은 쌍둥이의 실종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게 되는데..리디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브누아가 쌍둥이에 대해 행한 일련의 과정을 무조건 밝히라고 하면서 브누아를 반죽음의 상태로 몰아 갔던 것이다.이렇게 해도 죽고 저렇게 해도 죽을 바에는 차라리 사건의 알리바이를 거짓 증명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브누아는 리디아를 대동하여 야밤에 시체 유기 장소를 애매하게 가르쳐 준다.

 

 한 편 브누아의 아내 가엘 및 브누아가 소속되어 있는 브장송중앙경찰서는 브누아의 실종 사건과 관련하여 부산나케 움직이게 된다.낮에는 착실하고 모범적인 형사 브누아,밤이 되면 뭇여성들과 바람을 피우는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그런데 브누아의 여성 편력을 조사하던 중 같은 경찰서 경위와의 성관계 및 애정행각이 발각되지만,거꾸로 아내 가엘은 남편의 실종 사건에 대해 무덤덤한 태도를 보인다.남편과의 성생활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알고 보니 경찰서장과 놀아 나면서 성관계를 눈감아 주겠으니 돈을 요구하는 서장의 요구에 응하고 서장은 독직(瀆職)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된다.브누아의 아내 가엘은 캥기는 것이 있길래 남편의 실종 사건에 대해 애타게 찾으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게다가 리디아는 쌍둥이의 실종 사건을 밝혀 내기 위해 브누아를 어르고 달래가면서 폭감언이설과 폭행을 일삼게 된다.그런데 브누아는 신통방통하게도 쌍둥이가 실종되던 당시 모(某)호텔에 체류했던 호텔 영수증을 기억해 내고 리디아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리디아는 기회를 틈타 브누아 집을 찾아가 호텔 영수증을 찾아 내면서 쌍둥이의 실종 사건의 범인은 브누아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리디아는 브누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만 자신의 신변 문제 등을 내세워 브누아를 지하 창고에서 빼내어 주지 않는다.브누아는 추위,기아,공포,흐릿한 의식 속에서 누군가의 모함에 의해 자신이 이런 처참한 상황으로 변하게 될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쌍둥이 여동생의 실종 사건에 대한 진실과 복수의 염(念)으로 일관했던 리디아는 지하 창고로 내려 가던 중 발을 헛디디면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생을 마감하게 되고,쌍둥이의 실종 사건과 무관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던 브누아는 근 한 달 여일 리디아에 의해 감금되면서 영양실조,탈수증세로 숨을 거두고 만다.브누아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던 브장송경찰서 형사들은 브누아 옆집 할머니로부터 신빙성 있는 정보를 얻어 브누아와 리디아의 소재 파악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경형사들이 지하 통로 벽에 적은 글씨가 바로 이 글이 전하려고 하는 바이다.쌍둥이 실종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넌 절대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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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사는 거리 히라쓰카 여탐정 사건부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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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가는 추리,트릭,반전 등으로 각인되었다.《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를 읽으면서부터 소재의 참신성과 교묘하게 짜내는 트릭과 반전 그리고 알송달쏭케 하는 미스터리는 소소한 재미와 흥미를 안겨 주고 있다.인상 깊은 점은 일본인의 의식 구조를 지배하는 신사(神社)의 정령 신화를 매개로 하여 사건에 얽힌 단서,탐문 등이 매우 '일본적이다'라는 것이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가는 이번에는 이십대 여성을 사설 탐정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고 있다.특히 독특한 캐릭터를 설정해 사건에 대한 탐문과 추리를 해 나가는 점이 이 글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가 있겠다.학창 시절 선배에게 대들고 후배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던 쇼노 엘자 탐정은 별명이 사자이고,미국 금융 위기로 취업전선에서 밀려 사자와 함께 탐정 일을 하게 된 가와시마 미카는 매우 이성적이고 차분한 스타일이다.고교시절 동창이라는 공통점만 빼고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그리고 쇼노 엘자에겐 남친 형사 미야마에가 있어 때로는 그의 조언과 힘을 빌리기도 한다.

 

 일본 간토지방 요코하마 근처의 소도시 히라쓰카(平塚)를 공간 배경으로 다섯 개의 사건을 풀어 나가고 있다.우미네코(海猫)빌딩 3층에 자리 잡은 '쇼노 엘자 탐정사무소'는 섬세하고 친절하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막무가네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공 엘자의 탐정 태도가 압권이다. 신분,연령에 관계없이 반말(보통말)로 손님에게 대한다.자신은 그게 편하기에 고칠 의향이 없다는 것이다.한국 사회라면 멱살을 잡힌다든가 싸가지가 없다고 하면서 싸다구를 날릴 법한데 쇼노 탐정 사무소를 찾는 의뢰인 및 손님은 속으로는 불쾌하면서도 사건이 우선이다 보니 반말에 대한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약혼자의 행실이 불명하여 탐정을 의뢰하러 온 누마타씨는 그녀의 약혼남 스기우라씨의 평소 행실을 염탐해 주기를 바라는데  스기우라는 욕조에서 벌거벗은 채 견갑골에 칼이 박힌 채 죽고 말았다.밀회현장을 덮칠려고 했던 탐정들은 그만 어안이 벙벙하고 마는데,포인트는 범인이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에 숄을 걸쳤다는 점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엘자와 미카의 추리력이 점점 실력을 더해 간다.쇼노 엘자 탐정은 특이한 패션 센스를 지녔다.데님(Denim) 핫팬트에 흰 티,빨간색 트랙 재킷을 걸치고,갈색 스웨이드 쇼트 부츠를 신은 발을 소파 팔걸이에 올려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식이다.

 

 두 번째는 사귀던 여성이 모습을 감추면서 역시 행방을 찾아 달라는 의뢰이다.피의뢰인 유나가 살해되고 의뢰인 야마와키마저 변사체로 발견되고 마는데...과연 범인은 누구였을까.무위도식을 일삼던 시의원의원 아들이 사랑을 받아 주지 않아 죽이고 그것이 발각될까봐 애인마저 죽이고 만 것이다.엘자와 미카는 바늘과 실마냥 호흡이 척척 맞는다.게다가 형사 미야마에까지 있어 탐정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여름이 되면 고온다습하다.6,7월의 히라쓰카의 풍경과 축제도 볼 거리가 많다.히라쓰카는 일본에서 3대 칠석(타나바타) 축제로 알려져 있다.칠석제가 시작되면 연일 인파로 붐빈다고 한다.칠석 축제를 그린 『히라쓰카 칠석제의 범죄』는 여대생에 의한 대학 강사의 살해 사건을 두고 펼쳐진다.범인은 공범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틈타 복장을 화장실에서 바꿔치기하고 축제 현장의 노점상들을 탐문한 결과 대학 강사를 살해한 여성이 누구인가를 밝혀내게 되었다.수사라는 것은 단 몇 십초라는 짧은 시간도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풀어지면 안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후반부로 넘어 가면서 히가시노 도쿠야 작가는 범상하지 않은 소재로 독자들의 시선을 돌리게 한다.무녀 즉 점쟁이를 소재로 한 『알리바이는 거울 속에』는 점성관에 거울은 일반인은 보이지 않고 점쟁이의 눈에는 자신과 사건 의뢰인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신비스러움과 묘한 마력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뢰인이 언니가 점쟁이를 숭배할 정도로 푹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언니를 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점쟁이를 찾아 가는데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과연 알리바이가 거울 속에 있는 걸까.작가는 신비스러운 거울의 힘을 가게무샤(影武者:적을 속이기 위해 대장이나 주요 인물처럼 가장해 놓은 무사)에 빗대고 있다.거울이 기울어진 각도를 통해 반사가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교묘하게 누가 사람을 죽였는가를 판단하는 잣대로 삼았다.

 

 해안가 주택지에 자리 잡은 하나미즈 하이츠 맨션을 한 남자 노파가 목졸라 변사체로 발견되는 『여탐정의 밀실과 우정』은 한마디로 씁쓸하기만 하다.아들이 없는 미망인이 노환으로 의사 조카가 왕진오면서 치료와 간병을 받게 되는데 어느 날 미망인 남편이 의자에 앉은 채 목졸려 죽게 된다.범인은 바로 친자식은 아니지만 조카로서 미망인에 대한 돌봄과 치료 등이 인정을 받게 되어 재산상속 우선 순위가 될 것을 예상하고 힘없는 고모,고모부를 수면제 및 술을 잔뜩 들게 한 후 의식이 몽롱한 시간(야밤)대를 설정하여 1층 남자와 7층에서 1층으로 두 노인네를 옮겨 질식사 시키고 다시 7층으로 두 노인네를 옮겨 밀실 살인 사건으로 치장(置裝)했던 것이다.이 편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인간은 속물근성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있었을 때가 한여름인 6∼8월이어서인지 이 글에 나오는 계절과 시기도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철을 연상케 했다.야성적인 감각이 주특기인 쇼노 엘자와 조신하면서 이성적인 자세로 사건 추리에 힘을 더하는 미카 그리고 형사 미야마에가 다섯 편을 묵직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 주었다.히가시가와 도쿠야 작가의 기발하고 허를 찌르는 스토리 전개력은 읽을 때마다 웃음과 탄성이 절로 나온다.다음 작품은 무엇을 들고 나올까.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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