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하루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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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츠키 히로유키 사계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을 맞이하게 되었다.주인공은 네 자매 가운데 맏딸인 하루코이다.첫 번째 작품에서는 둘째 딸 나쓰코가 주인공이면서 생기발랄한 성격으로 사귄던 남자를 차버리고 미국으로 떠나 버린다.반면 첫째 딸 하루코는 특출나지 않으면서 조신하게 행동하는 면모를 띠고 있다.나아가 세번 째 아키코는 유일하게 대학 재학 중에 학원 소요 사태에 연루되어 경찰에 연행되고,네번 째 후유코는 내향적이고 음울한 성격으로 인해 정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하루코 일가는 고미네(小峯) 집안으로 통하고 네 자매는 교사이면서 퇴직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아버지는 그간 봉직한 대가로 연금으로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지만,적적한 마음을 달래려 취미생활,마음이 통하는 연하의 여성과의 만남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그러한 가운데 맏이인 하루코는 파경을 맞게 되면서 인생의 커다란 분기점을 맞게 된다.정신과 병원에 입원 중인 막내 후유코를 병문안 가고,미국에 있는 나쓰코와 서신 왕래를 하면서 의기소침해 있던 하루코는 마음을 세상을 향해 조금씩 열어 나간다.

 

 나쓰코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 다츠코와 정신과 의사 사와키는 하루코에게 남쪽에서 불어 온 한줄기 남풍이었다.다츠코와 사외키 둘은 하루코에게 대하는 감정과 태도가 다르지만 정신적,육체적 사량이 싹트게 된다.그러한 계기를 남자 쪽에서 먼저 주선하고 실행하게 되는데,가네코 시인과 함께 한 가루이자와 여행과 다츠코가 주선한 하와이 여행 이벤트가 하루코의 삶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일본 나막신인 게타를 신고 기모노를 입고 조심스럽고 사뿐사뿐 걷는 이미지의 하루코는 이제 전향적인 태도와 자세로 나아가려고 한다.

 

 "기모노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옷을 입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지네요.이젠 화살이 날아오건 총알이 날아오건 다 막아낼 것 같아요." -P66

 

 대개 여성이 남성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 하고자 하는 경향이 짙은데,하루코 자신은 전통적인 인습과 관념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다츠코와 사와키와의 만남과 접촉,그리고 육체적 관계에서도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나간다.다츠코는 하루코는 친누나마냥 대하면서 가식없는 마음을 주고 받고,의사 사와키도 마찬가지이다.사와키는 하루코와의 혼인을 전제로 만난듯 몸과 마음이 달아 오르는 느낌이 강하다.하루코는 다츠코와 사와키와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결국 의사 사와키에게 가게 된다.단 전업주부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적 평등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한편 미국에 있는 나쓰코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미국 노인이 하루라도 빨리 혼인을 하자는 마음을 전하고,하루코는 의사 사와키 비서 겸 운젼면허 취득에 열을 올린다.

 

 사랑 받지 못하고 시가로부터 떠밀린 하루코가 재혼하여 새 삶을 꾸려 가고,나쓰코는 미국인 래리 씨로부터 마음으로 사랑을 받고,막내 후유코는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셋째 아키코만 아쉽게 빠지게 된 꼴인데,다음 시리즈에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인간이란 기회에 따라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고,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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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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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작품이 사유와 성찰을 담은 일상의 철학까지 망라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작가 알랭 드 보통이 20대 중반에 쓴 글이지만 내용은 꽤 지적이면서 작가의 경험을 충분히 전하고 있어 남녀 간의 사랑과 인간 관계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그간 연애 소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남녀 간의 로망을 종횡무진하게 펼쳐 주리라 기대를 해서인지 읽는 내내 사랑과 인간관계가 무엇인가를 놓고 곰곰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도서의 제목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를 놓고 보면 마치 남과 여가 숙명론적인 만남과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남녀가 이성을 알아 가기 전 미래의 상대는 누구일까를 머리 속으로 그리기 마련이다.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개 현실과 거리가 먼 대상을 찾으려 할 것이다.생을 오래도록 함께 할 동반자를 염두에 두고 이성을 찾아 나선다 해도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외모,성향,학벌,경제력 등의 수박 겉 핥기 식이 많아 궁극적으로 삶의 동반자로 골인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삶의 길이가 길다면 좀 더 이성과의 교제 시간을 길게 잡아 겉과 속궁합이 맞다고 판단될 때 혼인을 해도 늦지 않겠지만 (한국 사회는)결혼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의지보다는 주위의 시선과 (보이지 않는)강요,압력에 의해 혼인을 하고 만다.그렇게 결혼을 하여 붉은 카펫을 오래도록 즈려 밟고 나아가야 하겠지만 결혼과 현실은 (대부분) 정반대의 현상의 연속이다.

 

 결혼하기 전 연애 시절에는 낭만과 설렘으로 충만하여 혼인을 하게 되면 삶이 순탄하게 풍요로움을 안겨 줄 것으로 착각을 하기 마련이다.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설레고 달콤했던 부분이 사라져 가면서 쓰고 시고 맵고 짠 맛이 강렬한 현실에 마모되면서 몸과 마음이 점점 푸석푸석해져 간다.신혼 초기에는 남편,아내가 최고로 보일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를 낳아 양육과 교육,미래에 대한 준비,건강 문제 등이 점점 현실로 대두되면서 신혼 초기의 낭만과 설레임은 오래된 흑백사진 속의 추억물로 남을지도 모른다.알랭 드 보통은 화자이면서 주인공인 '나'가 연인 클로이와의 관계를 그려 나가고 있다.알랭 드 보통이 20대 중반에 쓴 사랑과 인간 관계에 대한 메시지이고 철학적,지적인 표현들이 많아 다소 흥미를 잃을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이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여 읽고 음미하노라면 알랭 드 보통 작가의 삶의 경험과 지적인 표현들이 수긍이 갈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인간 관계를 놓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남자든 여자든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어떠한 애정 관계를 형성해 왔는가가 성장 과정이든 성인이 되어서든 정서적,심리적 내면에 커다란 영향을 안겨 준다.부모가 자식과의 사랑과 애정이 안정적인 관계였다면 남자와 여자,여자가 남자를 만나 교제,연애를 할 때 겉으로 드러난 외적인 조건보다는 내적인 면을 더욱 중시하고 상대의 영혼의 깊은 부분을 알아 가려고 하지 않을까 한다.남과 여의 만남이 정략에 의해 만나는 것보다는 우연에 의해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서 교제 기간을 길게 잡는 편이 좋으리라 판단한다.남녀 간의 만남과 교제,연애,결혼이라는 수순은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인과 삶의 동반자를 전제로 할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서로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확고한 믿음이 섰을 때 비로소 혼인의 반포식이라도 올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혼인은 일생일대의 대사이기 때문이다.

 

 혼인이 결정되어 두 개의 성이 결합하여 삶을 꾸려 가기로 약속했다면 처음 만나 나눴던 언약들을 흐트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사실 현실 속에서의 삶은 여의치만은 않다.마음의 동요를 일으킬 만한 외부 요인과 심리적 내면 결핍 등으로 부부 관계는 평탄하지 않은 시간이 찾아 오기도 한다.작가가 말했듯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모든 것을 차치하고)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진정한 자아,부부간의 존재의 본질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겉면보다는 내면의 깊은 영혼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나와 클로이는 감정상의 문제로 틀어지고 등을 돌리게 되었지만,서로의 언행 속에 나타난 분노와 비난은 사랑과 인간 관계를 오래 지속시킬 수 없는 원인이 된다.사랑을 전제로 만난 인간 관계가 순탄하게 흐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여곡절이 뒤따른다.서로에게 생채기와 상처를 주지 않고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남자의 언행,여자의 언행을 재치와 기민성 있게 간파하여 애정과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 최상의 사랑법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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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 때문에 아시아 문학선 12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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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로움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있듯 겉으로는 눈부신 발전이 거듭 나아가는 가운데 그늘진 곳에서 고통과 시련을 안고 살아 가는 계층들이 많다.또한 빈곤은 개인의 자력갱생의 여하,사회 구조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부(富)로 나아갈 수도 있고 그대로 빈곤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비단 빈곤이 물질의 결핍 뿐만 아닌 정신적,심리적 결핍,위축에 의해 기인되는 경우도 많다.빈곤에서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 치면서 극복해 나가려 해도 늘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붙박이 인생과 같다.그래서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하고 늘 방황하는 삶을 그린 글을 접하노라면 마음 한켠 애처롭게 다가온다.

 

 이 세상은 늘 빛과 그늘로 나뉘어져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가 보다.이렇게 세상이 극명하게 다른 것을 보면 같은 것도 발견할 수도 있는 법이다.이러한 삶의 구조를 잘 해부하는 작품을 접하노라면 내 깊은 폐부를 헤집으면서 내면이 요동치고 만다.류전윈(劉震雲) 작가는 중국의 주류 계층이 아닌 하류 계층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더 나아가지도 못하는,속칭 비전이 없는 삶의 연속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게다가 그는 내향적이면서 착한 심성의 소유자이다.더 나아가지도 않고 더 올라가지도 않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양바이순(楊百順)은 이름도 세 번씩이나 바꾸었다.두부 장수,냉면 장수의 아들이었던 양바이순은 3형제 중 두 번째로 아버지 라오양(老楊)에게 믿음을 사지 못한 탓인지 아버지,형제로부터 유리되어 살아 간다.

 

 류전윈 작가는 고향 허난성 옌진(延津)을 공간 배경으로 다양한 인생살이를 소개하고 있다.개방.개혁의 물결이 덜 미치는 지방 소도시(현청)급의 공간이 배경이지만 삶은 이전투구를 보여주는 듯 각박하고 치열하게 흘러 가고 있다.양바이순이 십대 초반에서 이십대 초반에 이르는 거의 10여 년 간의 정체된 삶을 사실에 부합하게 그리고 있다.두부 장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는 것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양바이순은 막내 양바이리와 옌진신학 진학을 놓고 제비 뽑기를 하지만 아버지는 양바이순을 옌진 신학에 보내지 않는 것으로 내정하고 막내 양바이리를 보내게 된다.양바이리가 옌진신학에서 착실하게 신학 공부를 하지도 않고 도중에 '펀콩'이라는 이야기 놀이에 심취하게 된다.

 

 십대 초반 양바이순에게는 네이멍구에서 온 라오페이 친구가 전부였고 마음으로 존경하는 인물은 식초 제조업자이면서 장례식 사회를 보는 뤄창리(羅長禮)였을 정도로 교제 범위는 극히 협소하기만 했다.양바이순은 잠깐 아버지와 두부 장사를 하다 그만두고 도축,염색공방,신부 라오잔(채마밭 가꾸기),죽업사(대나무 쪼개기) 라오루의 도제가 된다.그 사이 현장(懸長)도 네 명이나 교체된다.인상에 남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온 천주교 신부 라오잔의 운명이다.중국 땅을 밟고 선교생활을 한 지 40여 년이 흘렀건만 신도수는 고작 8명이다.자신을 가장 믿는 사람도 유일무이하게 그 자신 뿐이다.양바이순은 신부 라오 잔과 엮이게 되면서 이름도 양모세로 바꾼다.양모세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 계기가 찾아 왔다.그것은 만터우 가게를 하던 우샹샹의 남편이 죽으면서 양모세는 우샹샹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고 성(姓)마저 아내 성을 따르게 된다.우모세였던 것이다.우샹샹은 여장부 기질로 남편 우모세에게 수틀리면 손지검까지 한다.만터우를 만들고 팔아 가면서 인생 역전을 꿈꾸기도 하지만 우샹샹은 한지붕 아래서 동상이몽을 품는다.아내 아닌 아내 우샹샹은 은장식 가게를 하던 이웃집 라오 가오와 통간을 하다 결국 옌진을 뛰쳐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제 남은 사람은 우모세와 양녀 챠오 링이다.다섯 살 밖에 되지 않지만 챠오 링은 영악하기만 하다.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부른다.우모세는 처가의 따가운 시선,(자신의)체면에 압도되어 우샹샹을 찾아 나서는 척 한다.가게를 나와 열흘 간 예정으로 차오 링과 여인숙에 체류하던 우모세는 역전에서 쥐약 파는 라오 요우를 만나면서 얼굴을 트게 된다.엎친 데 덮친 격이었던가.우모세가 바람 쐬러 잠깐 바깥에 나갔다 온 사이 라오 요우는 딸 차오 링을 데리고 도망을 치고 말았다.파란만장한 우모세의 삶에 무거운 더깨를 씌울 줄이야.우모세는 라오 요우의 고향 카이펑을 향해 걷고 또 걸으면서 그들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허탕을 치고 만다.허기와 탈진 속에서 허난의 성도 정저우 역에서 들려 온 목소리는 동상이몽이었던 우샹샹이었다.세면용 더운물을 파는 우샹샹,역앞 귀퉁이에서 구두 닦기를 하는 라오 가오는 염라대왕에게 천형(天刑)을 받았나 보다.우모세의 내심은 분노와 살의가 솟아 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지난 모든 응어리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우모세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하염없이 떠난다.집시와 같이 정처없는 떠돌이 삶,세 번씩이나 이름을 바꿔야 했던 우모세는 한낱 부평초와 다를 게 무엇이 있겠는가.그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虛)을 쫓았던 존재는 아니었을까.빛나지 않고 두드러지도 않는 중국 민초의 고단한 삶을 음미하게 되어 값진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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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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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량이 정규직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더 많이 일하는 비정규직의 삶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허드렛일,몸으로 부딪히고 감정으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일들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꽤 크다.게다가 정규직이 향유하는 것들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 되어 있어 비정규직의 삶은 이중,삼중의 고통과 상처를 감내하면서 살아 가는 실정이다.이것은 신자유주의의 큰 특징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나는 오늘날 비정규직이 심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를 보면서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삶의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는 것인가를 긴 안목에서 생각해 본다.그리고 그것의 탈출구,해법은 무엇인가를 거시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요즘 내게도 고민이 참 많다.경제적인 문제인데 두 아이가 머리가 크면서 사치,돈 씀씀이가 무척 헤퍼졌다.고등학생,대학생이니 학비,학원비는 기본이고 교통비,용돈까지 챙기려면 보통이 아니다.건강을 잃고 가료 중인 관계로 활발하게 일을 하지 못하기에 자연스레 가족들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물론 공과금,생활비는 비축해 놓은 게 있어 당분간은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여유 돈이 마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그래서 아이들도 자기들 먹고 입기 위해 알바를 하고 있다.알바 일이 주로 음식점,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서빙 하는 일이라는데,일하고 집에 들어 오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공부가 본업이니 공부에 전념하라고 해도 월말이 되면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 오는 돈맛이 달콤해서인지 말을 듣지를 않는다.우선 지켜 보면서 학업에 지장이 올 경우에는 물리적 힘을 쓰더라도 말리려고 한다.

 

 알바 천국인 한국 사회에 잘 사는 사람,그렇지 못한 사람이 뒤섞여 살아 가고 있지만 아주 잘사는 사람 이외에는 고만고만하게 살아 가고 있지 않은가 싶다.엊그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저축까지는 어렵고 빚지지 않는 범위에서 근근하게 살아 가고,상위 10% 이내만 호위호식하면서 대대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알바가 일상화 되어 버린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알바 가족의 삶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만큼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는 각종 고정성 지출금과 생계비,잡비 등은 소득을 훨씬 초과하기 마련이다.거지 같지는 살지 않더라도 근검.절약하지 않으면 나와 가족 모두가 불행의 늪으로 빠지게 될 우려가 있어 한층 고삐를 죄지 않으면 안된다.

 

 로민,로라 가족의 알바의 일상은 살벌한 경쟁 사회 속에서 고단한 삶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반품왕』,『보라보라 스포츠 센터』,『버몬트 씨 옷 벗기기』,『애드밸리』,『빵을 던져라』라는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를 내세워 로민 가족 구성원의 지치고 고단하며 살벌함이 배여 있는 일터의 분위기를 몸과 마음으로 체현하고 있는 것과 같이 현실의 단면을 에누리 없이 재현하고 있어 실감을 하게 된다.엄마는 (호두)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대형 마트 종업원이 되는데,가구 공장은 예전 방식대로 하려다 보니 가격면에서 치고 올라 오는 업체(1+1 행사)로 인해 기존 고객을 빼앗기고 환불 사태,미수금까지 발생하면서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된다.알뜰하게 살던 엄마는 대형 마트 캐셔를 하지만 빠릇빠릇하게 바코드 리더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고객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이 모습을 본 딸 로라는 엄마에게 한방 날린다.그러나 엄마는 이미 접객 업무가 몸에 배였다.

 

 "엄마,뭐 해,날려버려!" -P94

 

 로라,로민 모두 대학생이다.카드빚,학자금 융자를 갚기 위해 알바를 뛰어야 한다.로라는 '세일즈 프로모션'의 리뷰왕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후기(동영상 포함)를 올린 후 다시 반품을 밥먹듯 하던 로라는 해당 사이트에서 강제 탈퇴 당한다.그외 스포츠 센터 수질 관리 알바,편의점 알바,고양이 케어 알바 등을 전전한다.오빠 로민은 R 컬렉션 지하 물류 창고에서 폐품 처분하는 일을 하는데 R 컬렉션이 노숙자에게 B품 외투를 입힌 것을 디자이너가 알게 되자 당장 옷 벗기기를 종용한다.못 입을 옷 적선(積善)한다는 생각으로 눈 딱 감을 법한데 '썩어도 준치'라고 여기는 R 컬렉션의 그릇된 오인(誤認)이 작용한 것 같다.로민 역시 지하 창고 일을 오래하지 못하고 엄마와 함께 전단지 일을 해 나간다.잔뜩 밀린 관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가구 공장이 문을 닫자 집으로 몸을 기댄 아버지는 얼마간 몸과 마음을 추스린 후 가구 일을 계속해 나간다.주문이 들어 오는 양만 소화해 내겠다는 각오이다.그리고 시장(市長)과 지역 국회의원을 모시고 지역 상인 간담회를 열게 되었는데 아버지를 제외한 식구들이 행사 보조 요원으로 나서게 된다.한편 지역을 위해 일 잘하라고 표를 던져 주었던 시장,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빵가게 주인을 비롯하여 로민 아버지까지 합세하여 이들에게 빵 세례를 날린다.그리고 그날이 부모가 결혼 25주년 기념일이었다.간만에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잠시 가족의 화목과 평화를 맛본다.

 

 현 시대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뛰어도 신분상승에 제약이 많다.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경제적으로 빈한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갈고 닦아도 인생 역전의 실현은 불가능하고 요원하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부의 불균형의 심화를 완화하고 사회 구성원이 믿음과 신뢰,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 만들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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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애사 대한민국 스토리DNA 1
이광수 지음, 이정서 편역 / 새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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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면적으론 정치 민주화가 진척되었다고는 하나 작금의 정치 행태를 들여다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한국 현대 정치사를 돌이켜 보면 정권욕에 혈안이 되어 야욕을 성취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행사했다.그것도 군부라는 총탄을 이용한 활극이었고 군부 정치라는 위세에 눌려 수많은 민주 인사,지식인들이 고통과 희생을 치러내야만 했다.이 연장선상에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 가노라면 정권욕에 눈이 멀어 방해세력들은 유배,주살,사사,척살이라는 방법으로 제거했던 이가 있었다.바로 조선 제 7대 세조이다.그는 수양대군(首陽大君)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453년은 계유정난(癸酉靖難)이 일어난 해로서 수양대군이 상감이면서 어린 조카인 단종(端宗)을 내려 앉히고 자신이 왕위에 앉으려는 계략을 세우면서 착착 계략을 하나 하나 실행해 나갔다.수양대군은 세종의 둘째 아들로서 왕이 될만한 자질이 부족하여 상왕 및 형제들로부터 일찌감치 도외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짧은 간격으로 세종과 문종이 서거하자 수양대군은 수하이면서 책사인 권람과 한명회와 자주 회합하여 정적이 될 만한 세력들을 제거해 나갈 것인가를 모의한다.제거 대상은 칠삭둥이 한명회가 살생부를 만들어 수양대군에게 건의하면 즉결 처분(척살)하기도 하고 주살,유배,사사를 내리기도 한다.

 

 수양대군은 먼저 정적 1호로 꼽은 절제 김종서,황보인 등을 척살 제거하기 시작한다.살생부 명단은 한명회 짜면서 정인지,신숙주 등은 수양대군에게 향후 정사의 방향에 대해 멘토 역할을 한다.수양대군에게는 일종의 무력으로 권력을 잡기는 하지만 자신의 혈육인 동생 다섯 명과 장인(송현수)를 사사,능지처참,주살(誅殺)이라는 방법으로 죽음으로 몰고 간다.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게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이렇게 수양대군의 지시에 의해 행동으로 옮겼던 이들은 정난공신(靖難功臣)으로 인정받아 승승장구한 반면 단종 편에 있었던 세력들은 추풍낙엽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이 지근거리에 있는 숙부(안평대군) 및 매부(영양위),장인(송현수) 등이 정적으로 몰려 제거되자 단종 자신도 스스로 왕위를 수양대군에게 선위하게 된다.수양대군은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하지만 거처는 창덕궁에서 지내도록 배려하지만,신숙주의 건의에 의해 노산군을 정치 권력에서 거리가 먼 강원 영월 청령포로 유배 보낸다.한편 상왕 단종 복위를 두 차례나 시도하자 실패로 돌아간 금성대군은 관노의 고변에 의해 사사(賜死)된다.성삼문도 단종 복위를 협의하려다 금상(세조)에게 친국 당하면서 처형된다.이를 계기로 유배지에 있던 단종은 세조가 보낸 공생(貢生)이 옭아맨 줄에 의해 절명(1457년)하고 만다.단종의 시신은 동강에 던져졌지만 영월 호장 엄흥도가 건져 평토장을 했다고 한다.아래 시귀는 단종을 유배지로 호송하던 작자 왕방현이 단종을 유배지에 남겨 놓고 떠나는 애닲은 마음을 싣고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며 밤길 예노매라   -P510 

 

 춘원 이광수 작가에 의해 1928년 쓰여진 《단종애사》는 예스럽고 한문투인 어투를 현대문에 맞게 편역한 작품이다.문종의 서거 직전,단종의 왕위 계승,수양대군의 정적 제거 및 왕위 찬탈 그리고 단종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고 생생한 현장감을 띄우고 있어 (읽는 동안) 긴장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새삼 느끼는 바이지만 정치 권력은 냉혹하고 매정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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