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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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량이 정규직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더 많이 일하는 비정규직의 삶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허드렛일,몸으로 부딪히고 감정으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일들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꽤 크다.게다가 정규직이 향유하는 것들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 되어 있어 비정규직의 삶은 이중,삼중의 고통과 상처를 감내하면서 살아 가는 실정이다.이것은 신자유주의의 큰 특징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나는 오늘날 비정규직이 심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를 보면서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삶의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는 것인가를 긴 안목에서 생각해 본다.그리고 그것의 탈출구,해법은 무엇인가를 거시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요즘 내게도 고민이 참 많다.경제적인 문제인데 두 아이가 머리가 크면서 사치,돈 씀씀이가 무척 헤퍼졌다.고등학생,대학생이니 학비,학원비는 기본이고 교통비,용돈까지 챙기려면 보통이 아니다.건강을 잃고 가료 중인 관계로 활발하게 일을 하지 못하기에 자연스레 가족들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물론 공과금,생활비는 비축해 놓은 게 있어 당분간은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여유 돈이 마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그래서 아이들도 자기들 먹고 입기 위해 알바를 하고 있다.알바 일이 주로 음식점,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서빙 하는 일이라는데,일하고 집에 들어 오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공부가 본업이니 공부에 전념하라고 해도 월말이 되면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 오는 돈맛이 달콤해서인지 말을 듣지를 않는다.우선 지켜 보면서 학업에 지장이 올 경우에는 물리적 힘을 쓰더라도 말리려고 한다.

 

 알바 천국인 한국 사회에 잘 사는 사람,그렇지 못한 사람이 뒤섞여 살아 가고 있지만 아주 잘사는 사람 이외에는 고만고만하게 살아 가고 있지 않은가 싶다.엊그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저축까지는 어렵고 빚지지 않는 범위에서 근근하게 살아 가고,상위 10% 이내만 호위호식하면서 대대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알바가 일상화 되어 버린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알바 가족의 삶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만큼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는 각종 고정성 지출금과 생계비,잡비 등은 소득을 훨씬 초과하기 마련이다.거지 같지는 살지 않더라도 근검.절약하지 않으면 나와 가족 모두가 불행의 늪으로 빠지게 될 우려가 있어 한층 고삐를 죄지 않으면 안된다.

 

 로민,로라 가족의 알바의 일상은 살벌한 경쟁 사회 속에서 고단한 삶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반품왕』,『보라보라 스포츠 센터』,『버몬트 씨 옷 벗기기』,『애드밸리』,『빵을 던져라』라는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를 내세워 로민 가족 구성원의 지치고 고단하며 살벌함이 배여 있는 일터의 분위기를 몸과 마음으로 체현하고 있는 것과 같이 현실의 단면을 에누리 없이 재현하고 있어 실감을 하게 된다.엄마는 (호두)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대형 마트 종업원이 되는데,가구 공장은 예전 방식대로 하려다 보니 가격면에서 치고 올라 오는 업체(1+1 행사)로 인해 기존 고객을 빼앗기고 환불 사태,미수금까지 발생하면서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된다.알뜰하게 살던 엄마는 대형 마트 캐셔를 하지만 빠릇빠릇하게 바코드 리더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고객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이 모습을 본 딸 로라는 엄마에게 한방 날린다.그러나 엄마는 이미 접객 업무가 몸에 배였다.

 

 "엄마,뭐 해,날려버려!" -P94

 

 로라,로민 모두 대학생이다.카드빚,학자금 융자를 갚기 위해 알바를 뛰어야 한다.로라는 '세일즈 프로모션'의 리뷰왕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후기(동영상 포함)를 올린 후 다시 반품을 밥먹듯 하던 로라는 해당 사이트에서 강제 탈퇴 당한다.그외 스포츠 센터 수질 관리 알바,편의점 알바,고양이 케어 알바 등을 전전한다.오빠 로민은 R 컬렉션 지하 물류 창고에서 폐품 처분하는 일을 하는데 R 컬렉션이 노숙자에게 B품 외투를 입힌 것을 디자이너가 알게 되자 당장 옷 벗기기를 종용한다.못 입을 옷 적선(積善)한다는 생각으로 눈 딱 감을 법한데 '썩어도 준치'라고 여기는 R 컬렉션의 그릇된 오인(誤認)이 작용한 것 같다.로민 역시 지하 창고 일을 오래하지 못하고 엄마와 함께 전단지 일을 해 나간다.잔뜩 밀린 관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가구 공장이 문을 닫자 집으로 몸을 기댄 아버지는 얼마간 몸과 마음을 추스린 후 가구 일을 계속해 나간다.주문이 들어 오는 양만 소화해 내겠다는 각오이다.그리고 시장(市長)과 지역 국회의원을 모시고 지역 상인 간담회를 열게 되었는데 아버지를 제외한 식구들이 행사 보조 요원으로 나서게 된다.한편 지역을 위해 일 잘하라고 표를 던져 주었던 시장,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빵가게 주인을 비롯하여 로민 아버지까지 합세하여 이들에게 빵 세례를 날린다.그리고 그날이 부모가 결혼 25주년 기념일이었다.간만에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잠시 가족의 화목과 평화를 맛본다.

 

 현 시대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뛰어도 신분상승에 제약이 많다.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경제적으로 빈한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갈고 닦아도 인생 역전의 실현은 불가능하고 요원하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부의 불균형의 심화를 완화하고 사회 구성원이 믿음과 신뢰,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 만들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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