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작품이 사유와 성찰을 담은 일상의 철학까지 망라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작가 알랭 드 보통이 20대 중반에 쓴 글이지만 내용은 꽤 지적이면서 작가의 경험을 충분히 전하고 있어 남녀 간의 사랑과 인간 관계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그간 연애 소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남녀 간의 로망을 종횡무진하게 펼쳐 주리라 기대를 해서인지 읽는 내내 사랑과 인간관계가 무엇인가를 놓고 곰곰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도서의 제목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를 놓고 보면 마치 남과 여가 숙명론적인 만남과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남녀가 이성을 알아 가기 전 미래의 상대는 누구일까를 머리 속으로 그리기 마련이다.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개 현실과 거리가 먼 대상을 찾으려 할 것이다.생을 오래도록 함께 할 동반자를 염두에 두고 이성을 찾아 나선다 해도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외모,성향,학벌,경제력 등의 수박 겉 핥기 식이 많아 궁극적으로 삶의 동반자로 골인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삶의 길이가 길다면 좀 더 이성과의 교제 시간을 길게 잡아 겉과 속궁합이 맞다고 판단될 때 혼인을 해도 늦지 않겠지만 (한국 사회는)결혼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의지보다는 주위의 시선과 (보이지 않는)강요,압력에 의해 혼인을 하고 만다.그렇게 결혼을 하여 붉은 카펫을 오래도록 즈려 밟고 나아가야 하겠지만 결혼과 현실은 (대부분) 정반대의 현상의 연속이다.

 

 결혼하기 전 연애 시절에는 낭만과 설렘으로 충만하여 혼인을 하게 되면 삶이 순탄하게 풍요로움을 안겨 줄 것으로 착각을 하기 마련이다.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설레고 달콤했던 부분이 사라져 가면서 쓰고 시고 맵고 짠 맛이 강렬한 현실에 마모되면서 몸과 마음이 점점 푸석푸석해져 간다.신혼 초기에는 남편,아내가 최고로 보일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를 낳아 양육과 교육,미래에 대한 준비,건강 문제 등이 점점 현실로 대두되면서 신혼 초기의 낭만과 설레임은 오래된 흑백사진 속의 추억물로 남을지도 모른다.알랭 드 보통은 화자이면서 주인공인 '나'가 연인 클로이와의 관계를 그려 나가고 있다.알랭 드 보통이 20대 중반에 쓴 사랑과 인간 관계에 대한 메시지이고 철학적,지적인 표현들이 많아 다소 흥미를 잃을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이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여 읽고 음미하노라면 알랭 드 보통 작가의 삶의 경험과 지적인 표현들이 수긍이 갈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인간 관계를 놓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남자든 여자든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어떠한 애정 관계를 형성해 왔는가가 성장 과정이든 성인이 되어서든 정서적,심리적 내면에 커다란 영향을 안겨 준다.부모가 자식과의 사랑과 애정이 안정적인 관계였다면 남자와 여자,여자가 남자를 만나 교제,연애를 할 때 겉으로 드러난 외적인 조건보다는 내적인 면을 더욱 중시하고 상대의 영혼의 깊은 부분을 알아 가려고 하지 않을까 한다.남과 여의 만남이 정략에 의해 만나는 것보다는 우연에 의해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서 교제 기간을 길게 잡는 편이 좋으리라 판단한다.남녀 간의 만남과 교제,연애,결혼이라는 수순은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인과 삶의 동반자를 전제로 할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서로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확고한 믿음이 섰을 때 비로소 혼인의 반포식이라도 올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혼인은 일생일대의 대사이기 때문이다.

 

 혼인이 결정되어 두 개의 성이 결합하여 삶을 꾸려 가기로 약속했다면 처음 만나 나눴던 언약들을 흐트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사실 현실 속에서의 삶은 여의치만은 않다.마음의 동요를 일으킬 만한 외부 요인과 심리적 내면 결핍 등으로 부부 관계는 평탄하지 않은 시간이 찾아 오기도 한다.작가가 말했듯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모든 것을 차치하고)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진정한 자아,부부간의 존재의 본질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겉면보다는 내면의 깊은 영혼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나와 클로이는 감정상의 문제로 틀어지고 등을 돌리게 되었지만,서로의 언행 속에 나타난 분노와 비난은 사랑과 인간 관계를 오래 지속시킬 수 없는 원인이 된다.사랑을 전제로 만난 인간 관계가 순탄하게 흐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여곡절이 뒤따른다.서로에게 생채기와 상처를 주지 않고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남자의 언행,여자의 언행을 재치와 기민성 있게 간파하여 애정과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 최상의 사랑법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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