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도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것. 애당초 인간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 그리고 언젠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 인생에는 되감기도, 일시 정지도 없다. 당연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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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아, 문유석 작가님이 싫어하는 표현이랬는데...) <개인주의자 선언>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도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비교가 되기도 했다.

(부정적인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닌데) <개인주의자 선언>도 그렇고, 이 책도 조금 산만하다. 목적이 있거나, 긴 서사가 있는 책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편안하게 쓴 글. 달리 표현하면 '수다'.

이 책은 특별히 독서와 관련된 거라서 '책수다' 정도.

책 속에 모르는 책이 나와도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글이 짧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잘 모르겠는데, 싶을 때 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이 때 <청춘의 독서>를 힘겹게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앞서 읽은 <개인주의자 선언>에서도 느낀 거지만, 책 내용이 특별하지 않은데 왜 알려졌을까, 생각해보면 작가의 직업이 판사라서 마케팅이 잘 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건 작가도 책 속에서 서술했다.(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분? ^^)

문유석 작가(책으로 만났으니까, 나에게는 작가님)의 책 내용이 특출난 점은 없지만, 판사가 쓴 책이라고 하면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법조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나는 법조인은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 그것도 막다른 골목에 있는 인생을 누구보다도 많이 만나게 될 직업이다. 어렸을 때부터 칭찬 듣고(법조인은 어렸을 때부터 모범생이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인생의 쓴맛을 거의 맛보지 않았을 분들이(시험에 떨어지는 건 쓴맛이 아님) 듣도 보도 못한 인생을 얼마나 상상하고, 개인이 놓인 특수한 상황을 공감할 수 있을까? 법이 사람보다 위에 있지 않다고 하지만,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법조인은 자신이 공부한 법의 세계가 인간의 세상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법조인은 얼마나 세상에 위험한 존재인가. 하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간접경험하면서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조인은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가능하면 문학)

문유석 판사는 책을 많이 읽는 법조인이기에 그가 쓴 책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법조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공부만 하지 말고, 책도 좀 읽으면서 공감능력도 높이고 자신이 틀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면 좋겠다.

뭔가 내가 주제넘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책으로 수다를 떠는 판사님, 다음 책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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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에도 나오네.
위화의 <인생>, 펄벅의 <대지>

개인이든 집단이든 지성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야만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의 직접민주주의란 공포일 뿐이다.
176쪽

타임의 입장에 대한 무지가 곧 악인 것이다.
193쪽

다양한 인간들의 오욕칠정을 풍부하게 담아낸 고전은 거울이다. 그 앞에 서는 이들은 누구나 자기의 모습을 발견해내고 마는 것이다.
204쪽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
습관이 행복해야 행복하다.
253쪽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저 인내 하나 배우러 오는 것 같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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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된다고 해도, 그냥 살아가는 날 중 하루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요즘 2020년이라는 숫자도 낯설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다운되어 있다.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온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런 정답이 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쇠약해진 부모님의 모습도 유독 마음에 걸린다. 내 삶에 대한 아쉬운 생각이 큰데, 그렇다고 이제서야 새롭게 도전할 것이 있는 것도, 뚜렷하게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몇 발짝 떨어져서 나의 인생을 바라볼 때,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은 아니어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해보기도 한다.

하필 이럴 때 이 책을 만났다. 병렬 독서를 하는 편이라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읽을 책으로 선택했다. 예전에 영화는 본 적이 있어서 아예 모르는 내용도 아닌데, 읽는 내내 눈물과 먹먹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흔히 사람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라고, 다 비슷하다고 하지만 푸구이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살았던 삶을 거기서 거기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을까?

비극적인 시대를 살았던 인생이라 해도 다 기구하게 살았던 것은 아닐 텐데, 시대를 탓하기에도, 개인을 탓하기에도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누구나 계획한 대로 인생을 살 수 없고, 인생에는 또한 영원한 것이 없으니, 언젠가는 사라지고 이별해야 하는 것 투성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슬프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또 살 수밖에 없는 것. 그렇지만 때로는 기쁨도 있고, 조금의 운도 따라주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 살다 보면 남들 하는 대로 비슷하게 살 수도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다르게 살 수도 있는 것.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서문

 

하나의 문학 작품이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되고,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된다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77억 명의 전 세계 사람들의 인생도 77억 개가 될 것이다.

77억 개의 인생 중 하나, 내 인생.

사람이 한 평생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이리저리 생각해 본다.

이 책은 개인의 삶에 시대가 얼마나 아프게 다가올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중국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 대목에서 펄 벅의 대지가 떠올랐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국민당군의 전투, 토지 개혁과 인민공사, 대약진과 자연재해 그리고 문화대혁명. 중국의 1940년대~1970년대까지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삶이 너무나 기구해서 그 시대가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정말 좋아!'라고 말하기에 너무너무 슬퍼서, 순수하게 좋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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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1-05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 년 전에 읽으면서 내내 슬펐어요. 그래도 체념한 듯 홀로 남아 소 몰아 밭 가는 노인 보면 살아간다는 건 원래 저렇게 지난한 건가 했어요.

지유 2020-01-05 14:4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각자 위치에서 인생이란 뭘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아요.
 

집착하지 않고, 가장 격렬한 순간에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태도랄까. 그렇다고 아무런 열망도 감정도 없이 죽어 있는 심장도 아닌데 그 뜨거움을 스스로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 상처받기 싫어서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 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람.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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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1-03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순간 순간 눈부시게 반짝인 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드질 수 있는 사람...명문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