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평생 진짜 사람을 알아볼 늑대 눈썹을 얻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말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으니까, 말을 듣지 말고 표정을 읽어야 한다‘고 그는 자주 되뇌었다. 하지만 그 역시 절반만 옳았다. 사람들은 표정 또한 자유롭게 바꾸고 지어내면서살아간다. 그러니 애초에 읽으려 들지 않는 게 나을 때가 있다. 보여주는 걸 보고, 들려주는 걸 들으며, 흘려보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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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좋아했던 시절, 이 책을 구입하려고 했는데 절판이라 구하지 못했다. 이 책의 2편쯤 되는 책을 찾아 읽었다.

 

 

https://blog.aladin.co.kr/jiyuu/10302351

 

 

 

 

구할 수 없는 책이라고 하니까 뭔가 안달 난 느낌이 들었을 때, 우연히 경의선 책거리에 있던 작은 서점에서 딱 한 권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누가 집을 새라 얼른 집었다. 책방 사장님께 이 책이 절판된 책이라 사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니 조금 놀란 듯, 출판사에서 1권 가져왔고, 책 내지가 금방 누래질 것 같은 질감이라 비닐로 포장해 두었다고 했다. 후작인 <언젠가 시간이 되는 것들>도 빈티지 콘셉트에 맞춰 갱지 같은 속지였는데, 이 책도 누리끼리,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래된 책인 줄로 착각할 수 있는 질감이었다.

 

 

 

그렇게 애타게 찾은 책이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그런데 책에 대한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 에세이 종류의 책을 참 좋아했는데 요즘에 그런 유의 책에 조금 싫증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한참 에세이를 좋아했을 때 산 책이었다. 심지어 이 책을 읽으면서 병렬독서의 안 좋은 경험도 했다.

 

 

 

분명 저자가 물욕이 없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물욕이 있다고 하지?라며 책의 앞 쪽을 들추다가 내가 다른 책의 저자가 물욕이 없다고 했다는 것과 헷갈린 것을 알았다. 물욕이 없는 저자의 글과 물욕이 많은 저자의 글을 동시에 읽다 보니 생긴 해프닝.

 

 

 

꼭 이 책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에세이에 대한 감정이 시들해진 이유는 '내가 왜 이런 걸 알아야 하지?'라는 심드렁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을 보는 이유는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어서인데, 내가 좀 건방져진 것 같았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로, 심드렁한 감정을 안고 책은 끝까지 읽는다.

 

 

 

아마 내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더 몰입해서 읽었을지 모르겠다. 갱지 같은 속지도, 필름 사진(같은?)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도 조금 다르게 다가왔겠지. 그래도 저자가 빈티지 물품을 찾고 애틋하게 수집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 책을 찾고, 손에 넣은 과정이 떠오른 추억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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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3-07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왜 이런 걸 알아야 하지? ㅋㅋㅋ그런 건방진 마음 왠지 공감 갑니다...

지유 2020-03-07 21:21   좋아요 1 | URL
에세이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 확 몰입이 되는 에세이 아니면 대체로 저런 감정이 들더라고요. ㅎㅎ
 
안나 카레니나 (합본 특별판) 민음 클래식 헤리티지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
#안나카레니나 #벽돌책



완독하는데 보름 정도 생각한 시간을 사뿐히 무시하고 두 달 걸렸다. 🤣



인간의 사랑, 질투, 고뇌, 갈등 등 온갖 군상들의 삶이 담긴 통속소설 쯤으로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 통속소설이니까 자기 전에 읽으려고 했다가 이상하게 몰입이 안되서 낮시간으로 독서시간을 옮겼더니 조금 술술 읽히더라. 아마 인물의 심리 묘사나 내면의 목소리를 읽게 되니 내 내면도 덩달아 무겁게 축 처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에게 러시아소설은 묘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 트라우마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관련이 있다. 😅
고2때 그 책을 읽으며 입에 붙지 않는 사람 이름을 노트에 적어가며, 고군분투하며 읽었다. 고군분투하는 독서라니. 아리랑과 태백산맥도 넘었던 나에게 독서트라우마가 남은 기억이다.



그런데 안나카레니나의 등장인물 이름은 술술 발음이 되는 것이, 조금 입에 착착 붙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한참 됐는데 뭔가 성장한 느낌?
그래도 내가 생각한 통속소설이 아닌 점과 톨스토이의 세계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점을 보면 어마어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의 뒷모습을 찍었다. 다 읽고 이렇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니. 🤩





읽다가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이북에 있는 다른 출판사의 안나카레니나를 조금 참고하기도 했다. (한국어를 번역해야 하는 소설이라니😳) 창 밖을 내다볼 때 창문을 열지 않고 유리창을 통해 밖을 보는 느낌이랄까. 뿌옇다.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벽돌책은 예쁘지만 읽을 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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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을 잠시 빌려 ‘느긋함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주머니가 두둑해서 나는 인심 말고, 마음이 두둑해서 나는 인심 말이다. 너그러워지는 것은 아무래도 타고난 성격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를 관찰하고, 그런 느긋한 관찰 속에서 자그마한 귀여움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너그러움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나처럼 무뚝뚝한 사람도 이렇게 너그러워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일에는 기운을 쓰고싶지 않기 때문에 지나가버린 일을 좀처럼 후회하지 않는다. 대신 반성은 한다. 물론 수차례 실패와 반성을 거듭하지만 후회는 짧게 마무리 짓는다는 소리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모두 자신에게 최선인 방향을 택하게 되어 있고 그
‘최선‘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고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말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하고 미련 두는 것은 과거의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명백한 나의 잘못이 있었다면 후회하지 말고 반성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정말로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끌어안는 것이다.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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