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을 잠시 빌려 ‘느긋함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주머니가 두둑해서 나는 인심 말고, 마음이 두둑해서 나는 인심 말이다. 너그러워지는 것은 아무래도 타고난 성격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를 관찰하고, 그런 느긋한 관찰 속에서 자그마한 귀여움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너그러움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나처럼 무뚝뚝한 사람도 이렇게 너그러워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일에는 기운을 쓰고싶지 않기 때문에 지나가버린 일을 좀처럼 후회하지 않는다. 대신 반성은 한다. 물론 수차례 실패와 반성을 거듭하지만 후회는 짧게 마무리 짓는다는 소리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모두 자신에게 최선인 방향을 택하게 되어 있고 그‘최선‘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고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말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하고 미련 두는 것은 과거의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명백한 나의 잘못이 있었다면 후회하지 말고 반성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정말로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끌어안는 것이다.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