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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시간이 되는 것들 - 시간 수집가의 빈티지 여행, 두번째 이야기
이화정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5월
평점 :
요즘 여행과 관련된 책을 볼 때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부분이 생겼다.
책의 내지나 표지는 어떤 종류를 썼는지, 다른 책과 차별된 디자인은 어떤 면이 있는지, 여행 사진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피사체를 담은 사진인지, 여행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여행을 했는지, 다른 여행 책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지, 등
글로 옮기고 보니 조금 딱딱해졌지만, 원래 디테일하게 관찰하는 것이 부족한 나는 전반적으로 다른 책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본다. 예전에는 그냥 그 여행책 자체가 주는 여행지의 느낌을 주로 느꼈던 것과 달라진 부분이다.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 책의 저자는 '빈티지 여행'이 콘셉트다. 시간이 담긴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고, 모은 것은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인 것 같다. 빈티지 여행의 콘셉트를 담은 책답게 표지도 내지도 갱지에 가까운 종이이다. 필름 사진으로 담은 여행지의 모습도 콘셉트에 맞게 잘 전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의 콘셉트에 오롯이 잘 담았다.
어떤 식의 집착이든 그 집착은 애정의 극단에서 비롯되고 그렇기 때문에 사연이 존재하고, 슬픔이 깃든다.
<287쪽>
나는 어떤 것에 집착하는 것을 멀리하는 성격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착하는 것이 싫다. 집착을 한다는 것은 고통이 따른다. 왜냐하면 세상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이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집착을 하면 집착을 하는 만큼 이별의 슬픔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야기나 역사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물건은 잘 집착하지 않는다. 싫증을 잘 느끼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당연히 여행을 할 때도 역사가 있는 장소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쇼핑이나 물건과 관련된 여행은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스치는 벼룩시장은 있어도 일부러 만나는 벼룩시장은 없었다. 낡고 오래된 느낌의 물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의 흔적이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그냥 낡은 물건일 뿐이다. 이런 나랑은 조금 다른 면을 지닌 여행 에세이라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평소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간이 누적된 물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