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장국영 -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아무튼 시리즈 41
오유정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 이번 책은 기쁨이자 즐거움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은 이야기였다. 장국영에게 '덕통사고'를 당한 저자는 장국영의 통역사가 되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고, 전공하고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통역사라는 목표 달성은 못했지만, 어쩌면 장국영이, 정확히 말하면 장국영을 좋아하는 그 자신이 '기승전장국영'이란 선택지로 지금껏 살아온 것이다.

 

아, 정말 장국영이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홍콩영화가 인기 있던 시절, 꼬꼬마였던 나도 가장 좋아하는 홍콩배우가 장국영이었는데. 영웅본색2, 천녀유혼, 종횡사해, 패왕별희 등 곱고 잘생긴 얼굴, 섬세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로 기억하고 있다. 그 어린 꼬꼬마였는데도 말이다.

 

2003년 4월, 중국어 선생님이 장국영이 죽었다고 해서 나도 처음엔 만우절 장난인 줄 알고 믿지 않았다. 내 이름의 영자가 꽃부리 영인 줄 알고 살다가 고3 때 원서를 쓰면서 영화 영인 걸 알았는데, 난 꽃부리 영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중국어 선생님이 장국영도 영화 영이라고 알려주어서, 내 이름의 한자를 그제서야 받아들이기도 했다. 장국영과 연관된 소소한 장면과 경험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순수함이 있던 작가의 과거 모습을 통해 그 대상이 장국영이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맹목적이었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몇 년 전 HOT와 젝스키스의 등장과 재결합으로 기뻐했던 팬들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나훈아 콘서트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몰입하면서 보고 또 보는 엄마의 표정도 아른거린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 나이가 들어도 누구나 가슴에 두근거리는 추억과 다시 하라면 할 수 없는 순수한 감정이 흐르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언제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그 분은 잘 계시나.

오랜만에 진한(?) 아무튼 시리즈가 나왔네.

장국영이 없어서 쓸쓸하지만, '기승전장국영'의 삶도 나쁘진 않지. 사소한 것도 장국영과 연결되는 삶이라니, 이 또한 기쁠 것 같네.

 

등등 추억과 생각이 몽글몽글 거품이 일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5-08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장국영의 통역사가 되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고, 전공하고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된 이책 저자! 장국영 보다 이책의 저자에 흥미가 화악! 이책 장바구니로
   
  Thank to!
。:°ஐ*。:°ʚ♥ɞ*。:°ஐ*
  \( ºั∇ºั )/

지유 2021-05-08 01:33   좋아요 3 | URL
좋아하는 마음은 진짜 대단하죠! ㅎㅎ 아무튼 요가 저자도 요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대상이 장국영이다 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 들고라고요~

새파랑 2021-05-08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국영 하니까 아비장전이 생각나네요 ㅜㅜ 저도 읽어 봐야겠어요. 아무튼 시리즈 너무 재미있어요^^

지유 2021-05-08 11:35   좋아요 2 | URL
맞다. 아비정전도 있었죠. 책읽다 생각나서 유튜브로 장국영 검색하니 예전 모습 많이 나오더라고요. 지금 봐도 곱더라고요. ☺️
 

적어도 내게 ‘장국영’ 이 세 글자는 나의 열정과 끈기를 증명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듯하다. - P1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류진 작가님 장편을 기다려왔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꼭 내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 이더리움이 얼마야?

책에게 묻고 있었고, 소설 속 인물을 부러워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묘한 시샘도 느끼고 있었다.

마론제과 3인방은 어떻게 될까? 떡락으로 전재산을 잃으면 것봐라. 일확천금을 노리더니. 세상에 공짜가 어딨니. 쯧쯧.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결론에 대한 독자들 각자의 감상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난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 몰입시켜 줄, 현실에서 쏙 빼다가 잠시나마 다른 세계에 담가줄 책을 읽고 싶었는데, 그런 소설을 만나서 ‘음, 괜찮은 한권이었어.’

내 취향이지만 소설은 후루룩후루룩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장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즐거운 독서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풍오장원 2021-05-08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유님 글 보고 문화상품권 사용할 책을 찾았네요^^ 그냥 재밌는 소설이 너무 읽고싶은데 감사합니다.

지유 2021-05-08 11:36   좋아요 1 | URL
헤헷😄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공쟝쟝 2021-05-10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너무 기대돼요! 저도 장류진 작가님 좋아하는데!! ㅜ_ㅜ 표지부터 딱 취저!! 얼렁 읽어야하는 데... (일단 빌린것들 처리하자)

지유 2021-05-10 12:01   좋아요 1 | URL
전 기대를 많이 안해서 재밌게 읽었어요. 편안한 한 주 보내세요!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동일 작가의 소설이 떠올랐다. 작가 특유의 개성이 묻어 있는 문체. 떠오른 이미지는 굵은 점선이다. 문체도 이야기도 내용 전개도 소설 속 캐릭터도 다 점선같다. 그것도 굵은 점선.

가정폭력이든, 어떤 폭력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없다. 이미 폭력 그 자체가 회복할 수 없이 인격을 짓밟고, 학습이 되고, 무기력이 된다. 어떻게 그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앨리시어는 벗어나기 위해 구청을 찾았지만, 받은 도움은 없었다. 소설은 형식적인 행정을 비튼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헤쳐나올 수 없는 폭력에 갇힌 이들을 사회에서 구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읽기 불편했지만 띄엄띄엄 그어진 점선을 혼자 연결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떨어지고 있는 중인데 아직도 바닥에 닿지 않았고, 언젠가는 그 바닥에 도달하겠지란 자포자기의 심정.

폭력에 무기력하게 길들여진 모습이 다가오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5-1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0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0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0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