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역사 세계신화총서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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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열풍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른들은 이윤기씨의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담론 등을 중심으로, 아이들은 만화 그리스로마신화로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신화의 ‘신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첨단과학시대에도 왜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걸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도, 아이들의 신화에 대한 관심에 제대로 응대 해주기 위해서도 신화의 역사를 들여다봄직 할 것이다.

신화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류가 상상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신화는 싹 텄을 것이다. 인류는 죽음을 그리고, 동물을 등장시키고,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논하면서 신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신화는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았다. 인류가 생명의 유한함을 인식하거나 절망에 빠질 때, 그 사실과 타협하기 위한 일종의 대응논리로 만든 것이 신화라고 『신화의 역사』 저자(카렌 암스트롱)는 말한다. 결국 그 당시 마주한 환경과 이웃, 관습에 대한 태도를 설명하거나 곤경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용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은 단지 재미가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미지의 세계와 만날 때 이러한 영웅신화는 지침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필요에 의해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걸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신화는 초자연적인 것도 아니었고, 신들의 세계와 인간 세계 사이에 큰 간격도 없었다.

저자는 이러한 신화가 역사의 발달 속에서 어떤 모습을 지녀왔는가를 얘기하고 있다. 신화의 역사에서 가장 영향을 끼친 요소를 뽑으라면 단연 과학(또는 로고스)이라고 할 것이다. 신화와 과학은 역사 발달 과정에서 공존과 배척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끊임없는 긴장관계를 형성해왔다고 할 것이다. 종교, 철학, 국가, 문명의 발달과정에서 신화는 이들과 거리를 두기도 하고, 서로 영역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신화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기도 했다. 그러다가 근대의 발달 이후로 신화의 영역과 위상은 축소되어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신화와 과학(또는 로고스)은 둘 다 인류의 영역을 확장시켜준다는 견해를 편다. 신화와 로고스는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고, 서로 다른 영역이기에 인간은 두 가지 사유방식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대사회에서 사냥 원정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로고스가 필요했지만, 동물을 죽인다는 복잡한 심경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신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우리가 물질적으로는 더 세련된 삶을 살고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신화의 영역을 축소시킴으로써 퇴보했을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대인은 미술이나 록 음악, 마약, 과장된 영화 등에서 ‘영웅’을 찾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 양자가 조화되는 삶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단지 신화가 어떻게 탄생해서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거론하는데 지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문명의 문제점 및 방향까지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신화의 현대적 해석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로마사에 대해 접근할 때 우리 현대의 기준을 가지고 자를 재려 해서는 안된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말은 신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노예제도를 현대의 민주주의라는 자에 의해 재단할 수 없듯이, 신화 역시 현대과학에 의거해 판단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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