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전거 여행』이 무려 4년만에 우리 곁으로 다시 왔다. 4년 전 『자전거 여행』이 나왔을 때 도대체 김훈이라는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이길래 그의 가슴에는 저리도 풍부한 감성이 숨쉬고 있는 것인가, 이미 50줄이 넘어섰는데도 어찌 이리도 감수성이 풍부할 수 있는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그의 표현은 너무나도 시적이고, 생생하고, 새로워서 큰 충격이었다.

주마간산이라고 했다. 우리는 속도를 얻으면 주변 풍광을 잃는다. 말을 타도 그러할진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더 무어라 말할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자전거 여행』 연작들은 속도를 잃은 대신 주변 사물을 얻는 여행이다. 그는 속도와 시간을 내준 대신 풍류와 인생의 깊이를 음미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고갯마루에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는다'고 말했다. 고개는 곧 인생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의 글이 이미 지칠대로 지친 산하를 한번 쓸고 지나가면 무심히 지나친 사람들도 그 산하를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진다. 그저 무미건조한 산하처럼 보일지라도 그의 글이 한번 훑고 지나가면 두보의 동정호로 변하는 느낌이다.

『자전거 여행』이 전국을 두루 돌면서 쓴 에세이라면, 『자전거 여행2』는 경기도 일대를 돌면서 쓴 여행 에세이다. 이제 5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그의 다리는 여전히 팽팽하며,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로우며, 그의 감성은 여전히 부드럽다.

자전거를 타고 산야를 달리는 것은 긴장감이다. 자신의 육체노동에 의존해야지만 한땀 한땀 앞의 땅을 뒤로 돌릴 수 있다. 김훈의 시선은 마치 이런 자전거의 긴장감 같다. 펼쳐지는 사물에 대해 페달을 밟듯이 한땀 한땀 파고든다. 그러는 과정에서 조강, 김포평야, 남양만 갯벌, 염전, 경기만 등대, 모란시장, 수원 화성 등은 절제된 시어로 낱낱이 해체되고, 절제된 감성에 의해 다시 복원된다.

그의 에세이가 섬세한 시어를 탁월하게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만 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의 글에는 인생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의 시어를 선택했다기보다 내부의 울림을 뱉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글이란 외부세계에 대한 무조건반사가 아니라 외부세계를 자신의 삶과 버무려내는 조건반사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의 글은 단지 자연의 풍광만 쫓지는 않는다. 김포 전곡리 포구를 지키는 어부들, 서해안 염전을 일구는 사람들, 모란시장의 삶의 모습들을 담느라 그의 페달을 한동안 멈추기도 한다.

이제 그의 페달은 경기도를 벗어나 어디로 향할까. 유홍준 문화재청 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내놓았을 때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사패를 수여하곤 했다. 역사의 복원, 정체성의 복원에 대한 감사일 것이다. 김훈 씨가 어느 땅을 밟는다면 그것은 생명의 복원이 아닐까 싶다. 그 땅의 자연과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에 대한 복원 말이다. 그의 자전거 핸들이 어느 방향을 향하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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