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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가 다하는 날까지 1 - 어린이병원에서 보내온 편지
은방울꽃모임 엮음, 황소연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생명은 굉장히 소중하다. /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건전지 같은 거다 / 하지만 건전지는 언젠가는 다 닳아 없어진다. / 생명도 언젠가는 닳아 없어진다. / 건전지는 바로 새 것으로 갈아 끼우면 되지만, / 생명은 쉽게 갈아 끼우지 못한다. / …… / 그래서 나는 생명이 / '나 피곤해 죽겠어' / 하고 말할 때까지 /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아갈 테다."
소아암으로 투병하는 미야코시 유키나라는 11살 어린이가 쓴 '생명'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유키나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듬뿍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려 했던 아이였다. 그리고 자신의 시에서 쓴 것처럼 정말 열심히 살아갔으나, 불행히도 이 시를 쓰고 4개월 뒤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비록 유키나는 떠났지만 그 시는 남아 지금도 많은 어린이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을 것이다. 유키나가 이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병원학교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키나는 일본의 나가노 현립에 있는 어린이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리고 그 병원에는 장기 입원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자그마한 병원학교가 생기게 되었다. 유키나를 비롯 많은 어린이들이 이 병원학교에서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병원 침대를 누운 상태로 학교에 참여하는 어린이도 있고, 많은 어린이들이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이 병원학교는 즐거움이자 희망이었다. 이 병원학교를 다니면서 그들은 그들만의 고통과 두려움, 절망, 기쁨, 희망을 토해 낼 수 있었다.
'은방울꽃모임'이라는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 아빠 모임에서 아이들이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기록했고, 이것이 『건전지가 다하는 날까지』라는 제목을 달고 책으로 나왔다. 이 책에는 아이들의 글과 그림, 그리고 부모들의 글이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두 종류의 눈물을 준다. 하나는 절망이 주는 눈물이고, 다른 하나는 희망이 주는 눈물이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힘겨운 싸움 속에서 두려움과 절망을 드러낼 때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고, 그 속에서도 어른처럼 생각하고 주변 사람과 자신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는 뭉클한 감동과 함께 눈물짓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삶을 말한다는 것은 그 누구이든 경건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 화자가 어린이병동의 어린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글 속에서 더욱 성숙해지는 법이다. 더군다나 그 또래가 병마와 힘겹게 싸우면서 토해내는 얘기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바가 많을 것이다.
이 책은 1권으로 부제가 '어린이병원에서 보내온 편지'다. 오는 12월에 아이들의 병원생활을 엮은 2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