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역사
페터 벤데 엮음, 권세훈 옮김 / 시아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혁명의 역사>는 영국혁명(1640-1660)에서부터 동독의 89혁명까지 근현대사를 관통한 17개의 혁명을 17명의 저자들이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각각 별개의 혁명을 기술하고 있는 듯 하지만, 이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혁명은 이전의 혁명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어 보이며, 결국 하나의 혁명은 구슬 하나처럼 바늘에 꿰어 역사라는 목걸이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혁명의 역사'는 혁명을 기술한 것일 뿐아니라, 우리의 역사가 혁명의 역사로 이루어졌음을 은연중 얘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혁명, 명예혁명, 미국혁명을 거쳐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진다. 마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 클라이막스는 단순히 끝나지 않고 7월혁명, 독일혁명으로 숨고르기를 하며 이어진다.

시대에 따라 혁명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19세기말에 이르러서는 이전의 근대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혁명을 넘어서 계급혁명으로 치닫는다. 사회주의자들은 그 첫 관문으로 파리코뮌을 들고 있으며, 그 첫 관문은 이어 20세기 첫 벽두에 볼세비키혁명으로 완성되는 듯 하다.

20세기에 들어서서는 혁명의 양상은 아주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때로는 민족주의적인 방향에서, 때로는 농민 중심적 계급주의적인 방향에서, 종교적인 측면에서, 또는 자유민주주의의 회복 측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혁명이라는 깃발이 내걸린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혁명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고 있으며, 결국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혁명의 연장선 상 위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20세기에 나타난 혁명의 다양성은 과거가 곧 미래를 명쾌하게 제시할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후쿠야마의 "인류의 역사는 자유주의의 실현을 향한 일관된 진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들간의 충돌로 나아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여전히 이 양자의 해석 사이나 이 범주를 벗어난 또 다른 지점에서 21세기를 진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각 혁명에 대해 기술할 때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술보다는 그 혁명의 해석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있는 관계로 쉽게 재미를 가지고 빠져들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단점은 대체적으로 저자들이 혁명을 바라볼 때 그 관점이 대체로 우파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파리코뮌이나 볼세비키혁명의 역사성에 대한 편협한 접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동의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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