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큰애가 아내에게 묻는다.
"엄마, 엄마는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요,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으음.. 나무.. 나무 중에서도 느티나무."
"아빠는요?"
"으음.. 아빠도 느티나무가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늘도 만들어주고, 아늑하고... 윤호 너는?"
"나는요, 그럼. 그 느티나무를 찾아오는 새가 될래요. 이를 테면 까치요."
느티나무가 되겠다는 우리에게 까치가 되어서 찾아오겠다는 아이의 대답에 뭉클해진다. 요즘 왜 이리 늑장을 부리냐, 왜 미리미리 준비물은 챙겨놓지 못하냐, 밥 좀 빨리 먹어라, 빨리 빨리 자야 지각 안하지 하면서 이래저래 간섭이 부쩍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세상에서도 까치가 되어 우리 곁으로 오겠다고 하는 것이 무척이나 고맙고 기특해보인다.
요즘 우리의 나무는 가지가 얼키설키 그물 모양이 되어 있어 날아든 새가 날개짓도 제대로 못하도록 만드는 나무는 아닌지 서글퍼진다. '빨리 빨리병'이 아이의 날개깃을 멍들게 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야 다음 세상에서라도 가지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새들이 마음껏 둥지도 틀고 날 수도 있을 터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