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진실 - Special Edu Parents 1
프랑신 페르랑 지음, 강현주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장애인 학생 및 부모들과 같이 1주일여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처음으로 장애인과 얘기를 나누고 생활한다는 설레임이 있었던 반면, 혹시나 내가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또한 존재했다. 그러나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데 약간 더 시간이 걸렸을 뿐, 오히려 서로에게 다가간 이후에는 더욱 더 많은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나중에는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민감한 장애요인을 주제로 서로 농담을 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다가설 수 있었던 첫번째 점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즐겁게 개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행기간 동안 배운 것은 오히려 나였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법도 내 자신이 더 많이 배웠다. 달랐던 게 있었다면,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데 약간 더 시간이 걸렸다는 점, 단 하나였다.

만약 <아이의 진실> 책을 그 여행 전에 만날 수 있었다면 그 시간마저도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의 진실>은 '장애를 넘어 희망을 엮어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 장애아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그 서문부터가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아이의 탄생을 여행에 비유하고 있는데, 장애아를 낳는 것은 단지 이탈리아로 여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여행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여행 목적지가 네덜란드로 바뀌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른 장소에는 그 장소 나름대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장애아를 맞아들인 부모들의 당혹감, 또는 아노미에 가까운 혼돈을 먼저 얘기한다. 그렇다. 혼돈을 느끼는 쪽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다. 따라서 아이에 대한 교육이나 치료도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장애아의 부모는 일반적인 부모역할과 교사역할 외에 치료사의 역할까지 담당해야만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모의 힘겨움을 먼저 껴안으면서 다독거리는 것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과연 장애아를 키우는 과정은 부모의 고난의 연속일까. 이 책에 인용된 자폐아동의 아버지 글은 이와 관련하여 진한 감동을 준다. '운명이 재앙이 되는지 행복이 되는지는, 우리가 운명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년 전, 나는 아들의 병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나는 아들의 병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리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장애아를 키우는 과정은 곧 부모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여러 부모들의 글은 곰곰이 생각해볼 내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장애아는 단지 성장과정을 다른 사람보다 느리게 밟는 것일 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얘기한다. 어쩌면 더욱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우리 물질세계나 정신세계의 문제가 장애아를 더욱 배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느린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단지 장애아를 둔 부모만이 아니라 모든 부모에게 유용한 책이다. 말 하고, 행동 하는 것 하나 하나의 행동에 대해서 더욱 밀착하여 관찰해야만 하고, 또 행동과 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욱 아이 입장에 서야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육아서보다도 아이를 더욱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장애아나 그렇지 않은 아이나 아이 본성은 모두 똑같기 때문에 이 책에 쓰여진 육아원칙은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민체조 동작을 다른 책에서는 간략하게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동작 하나 하나를 나누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부모들이 읽기에도 아주 좋은 육아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것 이전에 다른 세계에 눈을 뜰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소중한 소득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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