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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꽃피는 캐나다 - 30년 이민생활과 나의 산행기
최윤자 지음 / 인터비젼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캐나다 산의 풍광은 달력의 그림마냥 아름답다. 그러나 아무 감흥없이 전달하는 사진은 그저 다른 세계의 무감각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상상 속에 구현된 인형이 질리도록 아름다운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캐나다 산의 풍광을, 그 산 속에 숨어있는 속살을 헤치며 따뜻한 시선으로 던지며 그려낼 때 질리도록 아름다운 자연은 생명이 있는 아름다움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30년 이민생활과 나의 산행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산 꽃피는 캐나다>는 그런 시선을 던지고 있다. 캐나다 및 그 인근의 수많은 산을 찾아다니며 산행기와 시를 적절히 섞어 쓴 이 책은 단순 산행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제는 적합하지 않다.
산에 왜 오르는가. 사람마다 여러가지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 최윤자씨는 산을 어루만지기 위해서 오르는 듯 하다. 산에 피어 있는 야생화, 여러가지 새들, 경이로운 나무들, 청명한 물빛의 호수들, 이 모든 자연의 모습 하나 하나에 시선을 던지고 대화하고 그러면서 자연을 보듬고, 자신의 가슴 역시 쓰다듬고자 오르는 듯 하다. 그 시선은, 그 쓰다듬음은 아름다운 시어가 되어 산행기 사이사이에 단풍잎 마냥 곱게 책갈피가 되어 꽂혀 있다.
시 한편을 여기에 옮긴다.
'꽃잎에게'
꽃을 보노니
산 끝 벼랑에 묻어난 꽃을 보노니
마음은 하늘하늘
꽃따라 수그러집니다.
눈산 밑
저절로 피아난 순결함이여
그대의 어여쁨이
젖고 녹아서
이 벼랑 끝 떠날 줄을 모르니
가슴 한 자락 흘려
이곳에 놓고 갑니다.
꽃잎 하나 하나 지거들랑
그 곳에 떨구어
입이나 한번 맞추어 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