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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마케팅 - 영혼이 있는 브랜드 만들기
해미시 프랭글, 마조리 톰슨 지음, 김민주, 송희령 옮김 / 미래의창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경쟁이 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활동과 타인을 생각하고 이웃과 부를 함께 나누려는 자선 행동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관계인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물과 기름과의 관계’를 조화시키려는 공익마케팅은 어쩌면 그저 허울을 쓴 마케팅 활동, 또는 기업의 목적과 분리된 자선 활동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마케팅 또는 기업이미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품어볼 만한 궁금증이지 않을 수 없다. <공익마케팅>은 이에 대해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공익마케팅에 대해 ‘상호 이익을 위해서 기업이나 브랜드를 사회적 명분이나 이슈에 전략적으로 연계시키는 포지셔닝과 마케팅 도구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공익마케팅에 대해 더욱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접근한다. 단지 공익마케팅을 마케팅의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케팅 단계’로 보는 것이다.
마케팅은 제1물결(이성적 마케팅) 및 제2물결(감성적 마케팅)을 거쳐 제3물결 즉, 정신적 마케팅으로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1,2물결이 각각 우리의 좌뇌와 우뇌를 겨냥했다면, 제3물결은 우리의 뇌 위에 있는 영혼과 윤리를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소비자들은 어떤 브랜드가 어떠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거나 어떠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넘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 브랜드가 무엇을 신뢰하고 추구하는 있는지에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마케팅이야말로 ‘한 차원 위’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들과 모든 기업 관계자들의 새로운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최적의 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인간이 과연 이타적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의 욕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일 기초적인 욕구인 생존 욕구에서 시작해서 자아실현 욕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을 끌어들인다. ‘세탁효과가 더욱 좋아졌다’는 광고문구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소비자들이 ‘물이 없어 고생하는 이디오피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광고 앞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공익마케팅을 자선행사나 단순한 마케팅수단이라는 두 주제와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사항은 고려하지 않고 여기저기 자선행사를 개최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려는 기업 자선행위에 대해 ‘회장님 사모님 신드롬’이라고 냉혹히 비판하는 대목은 통쾌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공익마케팅 관련하여 브랜드와 연계한 공익기관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영역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타적 파트너십’으로 여겨지기는 커녕 ‘쓸데없는 돈 낭비’로까지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P&G가 세제 브랜드와 관계 있는 ‘물’을 이디오피아의 부족한 물과 연계하여 공익마케팅을 전개한 사례라든지, 에어본(화장품 방문판매업체)이 대부분 여성이 고객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전개한 사례, 브리티시 항공이 ‘세계’라는 컨셉을 연계하여 유니세프와 함께 ‘선의의 동전’ 캠페인을 전개한 사례, 또 노위치 유니언(보험회사)이 ‘보호자’ 역할로서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무료 응급처치 강습 캠페인’을 전개한 사례 등을 관련 사례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혹자는 이 책에서 공익마케팅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도 있고, 수많은 사례 중에서 실용적인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또는 구체적인 공익마케팅 실행전략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공익마케팅이라는 신천지가 쉽게 손에 잡힐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물론 지난할 것이다. 그와 관련 저자의 다음 말은 한번 유념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자선행위는 결혼과 비슷하다. 기업의 자선행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을 피하려면 기업은 자선단체와 단순히 하룻밤에 끝날 관계가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될 혼인관계를 맺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