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
이정임 지음 / 학민사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해가 끝나가면 항상 그 해의 10대 사건을 뽑는다. 국내 10대 사건, 국제 10대 사건만이 아니라 여성계 10대 사건, 바둑계 10대 사건 등 각양 각층에서도 10대 사건을 통해 한 해를 압축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한 눈에 보고자 한다. 신문기사도 리드문(Lead文)이 맨 앞쪽에 나와야 하고, 논문도 요약글이 앞에 나와야 하고, 교과서도 요점만 정리한 참고서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기사나 책 한 권도 요약이 필요한데 하물며 인류 역사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도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들 손 위에 과학의 역사를 간단하게 올려주기 위해서 기획된 책이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 우리 역사를 바꾸어왔고, 어떤 사건이 선정될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또는 다른 한편에서 이렇게 징검다리 건너듯이 건너뛰어서는 어떻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잡아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구심은 조금은 접어도 될 것이다. 일찍이 토마스 쿤이 인류 역사나 의식은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점에 단절을 통한 비약적 발전을 한다는 패러다임 명제를 들고 나오지 않았는가. 이렇게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은 역사적 사건 중심으로 역사를 건너뛰기식으로 훑어보는 것도 재미있을뿐더러 간편한 역사 접근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징검다리가 불의 이용에서부터 복제양 돌리 탄생까지 100개가 나온다. 100개라면 많은 징검다리 같지만 구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망라한 징검다리여서 징검다리 간의 간극이 너무 멀게만 느껴져 건너가기에 힘들 때도 있다. 또 징검다리가 생물, 화학, 물리, 철학, 지리 등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기에 한참동안 색다른 징검다리를 만나다가 오랜만에 아까 보았던 징검다리에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만나기도 한다. 또 징검다리를 그리는 영역이 협소할 수밖에 없다보니 그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는 주변 정황과 토대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검다리 하나 하나를 섭렵해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접하던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부차적인 즐거움도 있고, 원고지 10매 내외의 짧은 글로 표현되는 징검다리이지만 그 뼈대 정도는 건져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 권을 통해서 과학사 전체를 알려고 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 수 있다. 욕심을 조금 접으면 징검다리 하나 하나 두들겨가며 건너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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