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닭을 낳는다 - 생태학자의 세상보기, 개정증보판
최재천 지음 / 도요새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자연과학과 글쓰기가 결합된 책이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듯 해서 기쁘다. 데카르트의 철학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자연변증법도 그 자양분은 자연의 법칙으로부터 끌어왔다. 자연은 우리의 거울인데 이를 떠나서도 이제는 자연을 알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에 더욱 자연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탐험, 퀴즈의 세계>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좋게 얘기하면 동물행동학을 내용으로 한 프로그램이고 폄하하여 말하면 동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청률을 붙드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 다음 이 동물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출연자에게 묻는다. 그러나 동물의 다음 행동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또 중요하지도 않다. 이러면 동물을 통한 '거울 보기'는 실패한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알이 닭을 낳는다>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 이어 내놓은 최근작이다. 후자의 책이 동물행동을 토대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에세이라면 전자의 책은 다소 폭넓은 글 형식을 담고 있다. 동물행동에 대해 얘기를 하기도 하고, 동물의 모습에 빗대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거론하기도 하고, 생태학에 대한 담론을 담기도 했다.

동물의 재미있는 행동을 자세하게 거론하면서 단지 이러한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와의 연결성을 전달함으로써 무언가 의미를 전달하면서 <생명이 있는...>은 많은 독자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동물의 얘기도 중요하지만 생태학자가 얘기하는 우리 사회의 얘기와 우리나라 생태학의 현실에 대한 얘기도 궁금하고 중요할 것이다. <알이 닭을 낳는다>는 <생명이 있는...>에서 주제의 협소함으로 인해 담지 못한 다양한 주제의 얘기를 담고 있고, 그렇기에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를 포함한 사회문제에서 자연과학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야만 한다. 현재의 환경문제를 보더라도 단지 몇몇 과학적 사실만을 가지고 문제점과 대안을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환경단체 간부가 방송매체에 나와 '전문가의 견해'를 밝힐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연과학자의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가 좀 더 봇물처럼 쏟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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