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정호승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집 <모닥불>을 읽으면서 정호승 시인의 감수성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가에 서 있는 나룻배, 자물쇠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가지고 그러한 동화를 그려내는 사람이라면 산문집에서도 감동을 주리라 생각해서 집어든 책이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이었다.

그러나 이 산문집에서는 <모닥불>의 감수성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의 명징한 울림도 없었다. 앞의 반절 정도의 글은 좀 심하게 말하면 시간에 쫓겨 제출한 숙제 같았다. 그냥 스쳐지나가다 떠올린 영감을 가지고 쓴 글이라기보다 어떠한 주제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써내려간 글인가 싶을 정도였다.

중간에 책을 덮을 뻔 하기도 했으나 그래도 부담없이 읽히는 글이라 계속 읽어내려갔다. 전반부를 읽고 덮었더라면 약간의 후회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후반부의 글에서 정호승 시인의 오십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러운 감성의 소유자라는 것을 몇 편의 글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 마음이 따뜻하고 항상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채근하는 사람만이 시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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