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를 위하여 - '아웃사이더' 편집진 산문모음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 지음 / 아웃사이더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조선일보를 위시한 극우파에 대항하는 전투적 글쓰기를 한다는 4인이 모여 책을 냈다. 홍세화씨의 글에 있듯이 그들은 보수라 통칭되는 개념에서 보수와 극우를 구분해내고 그 중 극우에 자신들의 펜 끝을 겨눴다. 그들은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지칭했다. 그리고 글로써, 책으로써, 자신의 사상을 밝혀나감으로써 극우를 배척하려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잡지가 빨리 역할을 다하여 쇠망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잡지의 힘은 이미 몇 개의 전형이 있다. <녹색평론>이 그랬고, <인물과 사상>이 그렇다. 모두 이를 눈물겹게 움직인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나름의 물줄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인물과 사상>의 조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 책에 많은 기고를 하기 시작했듯이 <아웃사이더> 역시 이러한 하나의 조류를 형성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그러나 이는몇몇 지식인의 연대에 불과한 조류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것은 <아웃사이더> 편집진의 글에 그 단초가 있다. 편집진 4인, 즉,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씨의 글 성격은 4인 4색이다. 따라서 각인에 대한 평론 대신 전체에 대한 평을 할 때 각인에 대해서는 오류를 낳을 수 있지만, 이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그들의 글에는 '전투'만 있지 '건설'은 없다. 한껏 바람이 부풀려진 풍선을 놓으면 풍선 안에 있는 바람이 빠져나오면서 풍선은 요동을 친다. 그들의 글을 볼 때 그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먼저, 그들은 극우세력을 향해 일관적으로 포문을 열었다고 하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바로는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냉소'가 느껴졌다. 진정한 아웃사이더는 항상 변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앙을 향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극우세력을 적으로 한다면 극우이지 않은 많은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들의 글이 그러한 깊이를 갖출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 하나, 그들의 대립전선은 너무나도 단선적으로 이분법적일 때가 많으며, 이의 과정에서 비약, 속단도 있어보인다. 그러나 현실세계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생각이다.

이상화 시비에 표징비를 세우면서 문인단체 이사장 이름을 넣었다 해서 이를 두고 '문학을 허명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규정하는 것은 그들의 이분법의 폐해이자 비약의 조그만 한 예이다. 극우세력에 대해 포문을 연 전투적 글쓰기라 하여 박수를 칠 준비를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미안하지만 박수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날카로운 침은 있으나 그 침은 만인을 포용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홍세화씨 글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Fact에 근거하면서 여기에 논리적인 설득력은 갖춘 그의 글은 여전히 힘이 있었다. 거기에 그는 시어질 때까지 사병으로 끝까지 싸우겠다는 전의를 보이고 있다.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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