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 - 허세욱 교수와 함께 읽는 중국 고전산문 83편
허세욱 옮겨엮음 / 학고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에는 '허세욱 교수와 함께 읽는 중국 고전산문 83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2천년 전의 고대문학에서부터 1백년 전의 최근 산문까지 바다같은 중국문학에서 엑기스 같은 산문만으로 83편을 건져올렸다고 하니 섭렵하고 싶은 군침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고전산문이라 하면 흔히 이런 느낌을 먼저 받는다. 중국 고대 철학의 사유가 은은하게 배어있을 듯 하고, 우화나 촌철살인 같은 비유로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만한 글도 있을 듯 하고, 중국 대륙의 호방함이 느껴지는 글도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에만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이 책을 읽을 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위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다른 느낌이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여기에 실린 산문들은 주로 열하일기나 동명일기 류의 산문으로 읽고 난 다음에 무릎을 치며 감탄하는 글이 아니라 그 표현 하나 하나를 오래 음미해가며 읽으면 맛이 깊을 수 있는 산문이다. 따라서 마음이 급한 사람에게는 잘 안읽혀질 수 있는 글들이다.

영어도 원서로 되어 있는 것 읽을 대와 번역본 읽을 때 맛이 틀리나, 한문은 더한 듯 하다. 원고지 5매도 되지 않는 짧은 글들도 많은데 번역된 글로 읽어서인지 아무 느낌없이 휙휙 지나간다는 것을 조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시로 지을 때는 엄격한 형식률의 미학이 있었을텐데 이를 모르고서 주마간산격으로 지나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여유롭게 앉아 청풍명월을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음이 급하고 얕은 지식욕에 눈먼 나에게 맞지 않았을 뿐 누군가에는 좋은 책이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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