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수수께끼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이민용 옮김 / 이끌리오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우주는 신비롭다고 한다. 그 정교한 자연 질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얼마나 신비롭고 얼마나 정교한지 이런 비유를 들면 어떨까. 태양을 오렌지 크기라고 가정하면, 지구는 1mm짜리 모래알이고, 이 모래알이 오렌지 주위를 10m 떨어진 위치에서 1년에 한 번 회전하는 셈이다. 해왕성은 1/6mm 크기이며 오렌지에서 400m 떨어져서 250년에 한 번 회전한다. 얼마나 신비롭고 정교한가. 오렌지에서 400m나 떨어진 먼지 같은 존재를 중력으로 끌어 당기면서 조금씩(실제로는 엄청난 속도이지만) 움직이면서 250년에 자신 주위를 한바퀴 돌게 하는 것이다.

또 이 얼마나 실사적인 묘사인가. <우주의 수수께끼>를 쓴 게르하르트 슈타군은 과학자가 아니다. 문학과 종교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인문학적 시각으로 그려내었기에 위와 같은 비유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은 특별한 단락 구분 없이 70여개의 글이 이어져 있다. 그렇다고 70여개 주제를 단편적으로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설처럼 물 흐르듯 줄거리를 가지고 이어져 있다. 가장 먼저 우주라는 것을 읽기 위해서 기본 개념 정립이 필요한 지 저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의 접착제라 할 수 있는 빛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얘기하고 있다. 다소는 어렵기도 한 이 부분을 지나면 빙뱅, 우주의 팽창, 별의 탄생과 죽음, 블랙 홀 부분에 이르면서 다소 책 속으로 좀 더 흡착하게 된다. 그러다가 은하에 생명체가 있는가, 외계인을 찾을 수 있는가, 우주 식민지 건설은 가능한가 하는 부분에 이르면 책 읽는 가속도가 정신없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첫 번째 이유는 우주가 너무나도 정교하고 예술적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과학을 연구하면 할수록 자연의 모습에 경탄하면서, 연구 과정을 곧 초월적인 탁월한 이성을 밝히는 과정이자 조물주의 영역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주를 보면 도대체 일반적인 시공간 개념으로는 상상이 안된다. 외계의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974년에 처음으로 우주를 향하여 광속으로 전파를 쏘아보냈다고 한다. 이 전파는 2만 4천 광년 떨어진 구상 성단을 향해 쏜 것으로 이 구상 성단에 외계인이 있어 이에 반응한다 하더라도 지금으로부터 4만 8천년 뒤에나 수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26년 전이면 상당히 오래 전인데 그 동안 그 전파는 자신이 가야할 거리를 불과 1천분의 1밖에 가지 못한 것 아닌가.

이러한 얘기들을 읽으면 자신의 상상력이 팽창하는 우주만큼은 못될지언정 상당히 팽창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떨 때는 팽창하는 상상력이 너무나도 상상이 가지 않아 그 사고가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좀 더 나이 들지 않았을 때 읽었다면 상상의 팽창력이 더욱 힘있었을 것이다. 아니다. 아닐 수도 있다. 나이 들어서 읽어도 얻기는 나름일 것이다. 우주의 무한함과 신비로움에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인생 철학을 끄집어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했든 우주의 진리는 언제 읽어도 읽는 자의 시각과 마음 만큼 각각의 몫으로 전달될 것이다. 서른이 넘어서 읽는 우주의 신비는 그렇기에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구본철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가 감수를 하면서 몇몇 부분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거나 변화된 부분을 보정하고 있어 인문학자가 쓴 과학서라 해서 오류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저자의 내용이나 보정한 내용간의 차이가 크게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 정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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