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탐험가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 중 하나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을 읽다 보면 한 인간의 삶이 홀로그램처럼 생동감 있게 다가오곤 한다. 발자크도, 프로이트도 슈테판 츠바이크의 날카로운 분석과 살아 꿈틀거리는 언어의 마술 앞에서 그들의 가슴과 머리를 송두리째 열어줘 버린 느낌이다. 일단 그들의 가슴과 머리 안에 들어앉은 슈테판 츠바이크는 거칠 것 없는 수려한 필치로 독자들의 숨을 사로잡아버린다.

<정신의 탐험가들>은 메스머, 에디, 프로이트라는 세 명의 현대 심리학 개척자를 그리고 있다. 그들 이전의 심리학은 탐구되지 않은 대륙이자 '알 수 없는 땅'이었다. 인간 의식 내부는 너무나도 막연하고 어두워 그 깊이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 끝 모르는 심연의 어둠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세 명의 심리학자는 세상의 소수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풍파를 자신의 믿음에만 의지하며 어둠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프로이트에 이르러서는 침묵하고 있던 무의식이 살아나 말을 하기 시작하고, 꿈의 카타르시스와 상징이 드러나고, 性의식의 시원이 열리게 되었다.

모 광고에서 인간은 1등만을 기억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 1등조차도 일부만이 기억될 뿐이다. 인간의 정신세계라는 그 거대한 대륙은 프로이트 혼자 개척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츠바이크가 이 책을 통해 살려낸 '메스머'와 '에디'는 값진 복원이다.

그들은 심리학이라는 신대륙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비밀의 문에 우연하게 다가갔으나, 콜럼부스가 아메리카를 인도라도 믿었듯 그들이 찾아낸 신대륙이 무엇인지 몰랐다. 또한 그들은 그들이 발견한 비밀을 완전히 벗겨낼 수 없었기에 사기꾼 대열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그들은 단지 방향만을 짐작했을 뿐이다.

최면요법의 메스머는 후일 현대 심리학의 개척자라는 평가로 이어졌지만, 아직도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선구자라는 에디에게는 여러 평이 오버랩되어 있는 편이다. 츠바이크 역시 하나의 평에 의지하고 있다.

한 인물의 평전이나 역사를 쓰는 과정은 조사 분석의 건조한 과정이라기보다, 그 인물이나 시대상에 대한 동화(同化)와 분리(分離)간의 무단한 긴장의 과정이자, 애정의 마취약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가는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츠바이크 역시 애정이라는 마취약이 없었더라면 이들 세 명의 신념과 열정을 복원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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