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미운 짓을 시작했다 엄마 글방 27
김숙경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어린이를 기르는 것은 부모로 하여금 때로는 성인군자가 되도록 하고, 때로는 심리학자가 되도록 하고, 또 때로는 모진 사람이 되도록 한다. 특히 아이가 미운 짓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시작하면서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 량이 늘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부모의 할 일을 갑절로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관계를 편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나 이것이 아이와의 관계로 적용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의 표현, 의사전달, 행동이 더욱 다양해지므로 이를 대하는 부모 역시 이를 수용하고 아이의 행동과 표현이 더욱 발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의 가슴을 점차 넓혀나가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성적인 생각일 뿐 아이의 늘어나는 욕구와 그에 상응하는 미운 짓에 부모는 지치기 십상이다. 이렇게 지치다 보면 아이의 미운 짓이 더욱 미워보이게 되고, 아이에 대한 보살핌이 안일해지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육아책을 보는 이유는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내가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이런 안일함과 지침을 일깨우기 위함도 있다.

아이 둘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숙경씨의 <우리 아이가 미운 짓을 시작했다>는 이런 안일과 피로함을 일깨워주기에 좋은 책이다. 보통의 육아정보를 다룬 책을 읽을 때 나는 한가지 불만이 있다. 아이를 대상화시키고 이렇게 대상화된 아이를 다루는 팁(Tip)을 일깨워주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나 귀여움이 깔려있지 않은 건조체의 육아서적을 읽다보면 그 내용이 체화되어 잘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미운 짓을 시작했다>는 그런 점과는 거리가 멀다. 모두 42개 주제를 가지고 썼는데 모든 글들에 육아에 대한 상세한 사례가 풍부히 담겨 있다. 대체로 대화체로 쓰여져 있는 사례들을 읽다 보면 저절로 '아이식 대화방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이런 방식으로 아이와 대화를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잔소리 대신 아이 마음을 움직이자는 저자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은연중 물을 다스리는 것은 물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물꼬를 통해 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해내는 것이라는 비유가 생각나기도 한다.

부록인 '아이 마음 움직이는 엄마의 말 99'도 부모라면 한번쯤 꼭 읽어서 새겨둘만한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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