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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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연어>에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딸려 다닌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 하면 나는 맨 처음 떠오르는 책들이 <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 등이다. 동화는 아니지만 주인공이 다섯 살 난 어린이라는 점에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역시 함께 연상된다. 이 모든 책들은 두 번 이상씩 읽었다.

두 번 이상 읽게 되는 것은 이들 책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실상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주인공들이 나보다 어리거나 열등한 존재인 듯 하지만, 실상은 나보다 어른이고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 주인공들이 주변의 일상적 삶을 얘기하는 듯 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 꿈과 일탈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듯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많은 얘기가 남기 때문이다. 단어와 문장으로는 얘기하는 것 같지 않지만, 행간에는 그 이상 무한한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책들이 짧은 얘기인 듯 하지만, 실상은 길게 음미해볼만한 긴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책은 선물도 참으로 많이 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열 권은 선물한 듯 하다. 이렇게 선물하는 이유는 단지 '공감'하기 위한 것이고, 그 책의 '여백'을 같이 얘기하거나 느끼기 위한 것이다.

이들 책들은 굳이 '어른'을 대상으로 했지만 세계 어느 곳, 어느 사람까지 폭넓게 사로잡았다. 그러나 어른을 대상으로 했다는 안도현의 <연어>는 정작 어른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화를 어른 버전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어른의 용어를 쓰고 있을 뿐 구성이나 전개는 동화의 틀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여백'도 없고 '음미'도 없다. 은빛연어에 몰입되지도 않고 결말이 뻔히 보이기까지 한다. 나아가 자아 확인과 환경문제, 그리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등 여러 주제가 섞이기까지 한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갈매기의 꿈>이 그리울 뿐이다. 어찌 조나단과 은빛연어는 그리 다를 수 있는가. 내가 비교 대상을 잘못 잡은 것인가. 내가 눈이 너무 높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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