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강인하고 영향력이 있을까. 세계를 움직인 여러 위인들을 얘기할 때 보면 세계를 움직이는 중추적인 힘이 있을 듯 하고, 세계사에 묻힌 수많은 범부를 보면 미약할 듯도 하다. 그러나 전자의 위인일지라도 그 혼자만의 힘은 아닐 것이다. 그 당시의 민중들과 수많은 교감을 하면서 때로는 그들의 어깨 위에, 때로는 민중이 미처 보지 못한 곳에 눈을 두면서 그들보다 한 발 앞서나가면서 길을 개척하기도 할 것이다. 어떤 형태든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힘과 합쳐져서 큰 힘을 낼 것이다.

그러한 영웅들 말고 순수하게 개인의 힘은 얼마나 강인할 수 있을 것인가. 보통은 조직이나 세월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좌절하거나 그 흐름에 자신의 몸을 내맡기기 일수 아니겠는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愚)를 '우직하다'보다는 '어리석다'로 해석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 아니겠는가.

<나무를 심은 사람>은 중국식 우공이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울림을 주는 프랑스식 우공이산이다. 중국식 우공이산에는 교훈만이 뼈대로 남아있는 반면, <나무를 심은 사람>에는 인류의 가치, 환경, 생명 사랑, 개인에게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힘이 있다는 등의 많은 얘기를 육중하게 담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가 1953년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발표한 이 소설은 주인공이 1910년대 우연히 남프랑스 고원지대를 도보로 여행하다 만난 '나무를 심는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에 관한 얘기다. 지오노는 부피에에 대한 기록을 1950년대까지 담담하게 40여년간 기록해간다. 부피에의 삶이 땅에 대해, 생명에 대해 경건하듯이, 지오노의 필체 역시 아무 가식 없이, 미사여구 없이, 순수의 땅에 대한 순수의 경배의식처럼 담담하다. 그러나 순수의 힘은 대단한지 그 요란하지 않는 삶의 기록에 뭉클한 메시지를 전달되어진다.

단지 이 책에 대해 한 사람의 꾸준한 노력으로 프로방스의 황무지가 거대한 숲으로 바뀐 기적이 실현되었다는 식으로 간단히 얘기할 수 없다. 흔히 얘기하는 환경이나 생명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좀 협소하다는 생각도 든다. 부피에가 심은 것은 단지 나무가 아니라 인간이었으며, 변화시킨 것은 생태계가 아니라 인간사였다.

몇십년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을 만나면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러한 인생의 무게를 묵중하게 느껴보길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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