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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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8권은 서기 68년 네로황제의 죽음 이후 30년간을 그리고 있다.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인데도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역사의 진도를 겨우 30년밖에 나가지 못했다. 1세기 후반의 머나먼 얘기를 후세 사람들이 그렇게 사실적이고 생동감있고 재미있게 기술할 수 있도록 사료가 남아있다는 게 부러울 따름이다.

8권에서 가장 도두라지게 나타나는 인물은 베스파시아누스황제이다. 황제의 혈통이 로마 명문가문인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혈통에서 이어져오다 새롭게 플라비우스왕조를 연 사람이다. 이전 황제들이 로마 귀족이었다면 베스파시아누스는 고귀한 혈통은 커녕 아버지의 직업도 확실치 않고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출세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황제로 추대될 수 있고, 또 황제가 되어서도 '카이사르 가도'를 따라 훌륭하게 제국의 기틀을 닦는다는 점에서 아직 로마는 살아있는 셈이다. 활어(活魚)는 역수(逆水)하고 사어(死魚)는 유수(流水)한다는데 아직 로마는 활어인 셈이다.

8권에서 주요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또 하나 음미해볼만한 인물이 역사가 타키투스다. 시오노 나나미는 타키투스에 대해 전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간히 타키투스의 저작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 시대를 그려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타키투스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지 않다.

시오노 나나미는 '인간은 자기가 사는 시대의 위기를 다른 어느 시대의 위기보다 가혹하게 느끼는 성향이 있다'면서 타키투스가 당 시대 역사를 신랄하게 기술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한걸음 떨어져서 역사를 보려고 하고 있다.

간간히 인용되고 있는 타키투스의 저작 내용을 보면서 현대인이 타키투스를 역사가로 분류하고 있는 기준에 대해 다소 의혹이 생긴다. 안병직교수나 신용하교수가 근세 역사를 서술했다 해서 이들을 역사가라 부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타키투스는 당대의 비평적 지식인의 전형이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지 역사가가 아니라 당대의 현실 전체를 논한 선각자이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몇 인용문구를 보면서 타키투스가 1세기에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 21세기인 오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이 시기에 로마가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68년에 세 황제가 피살되는 극심한 혼란기를 겪는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뒤이어지면서 시오노 나나미는 8권의 부제를 '위기와 극복'으로 붙였다. 9권에는 이른바 오현제가 기술된다. 1세기의 로마문화도 놀라울 정도인데 아직도 로마는 더 번창할 게 있단 말인가. 9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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