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느낌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도스토예프스키의 <악어>는 19세기 후반 자본주의 도입의 진통을 겪고 있는 러시아 상황을 빗댄 사회 풍자소설이다.

소설은 어떤 관료가 유럽에서 도입, 전시되고 있는 악어를 관람하다가 악어에게 삼켜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느 소설 같다. 항상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살인이 등장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 살인을 둘러싼 인간군상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지 않은가.

그러나 악어에 삼켜진 그 교양있는 중년 신사가 악어 뱃속에 들어간 것일 뿐 살아 있음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아하~ 도스토예프스키의 일반 소설류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악어>는 러시아에 도입된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악어의 주인 역시 독일인이다. 악어가 중년 신사를 삼킴에 따라 (자본주의가 러시아를 삼킴에 따라) 이를 둘러싼 사회문제, 인간 갈등관계가 발생한다.

중년 신사(러시아)를 구하기 위해서 악어의 배를 따려는 부인/친구와, 자신의 자본인 악어가 혹시 죽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윽박지르다가 오히려 이로 인해 관객이 늘어 (자본 가치가 증식되어) 입장료를 4배로 올리며 즐거워하는 독일인이 대립하면서 벌써 이 소설이 무엇을 풍자하려는 것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악어를 등장시켜 사회환경 및 각 계층을 망라하여 풍자하려 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풍자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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