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안도현 / 샘터사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외로워할 때는 외로워 하자>는 시인 안도현의 첫번째 산문집이다. 안도현 씨는 현대인이 외로움을 잃어버려가고 있다고 한다. 아니, 인간 소외가 심화되어가고 개인으로 파편화되어간다는 이 세상이 외로움을 잃어가고 있다니 그럴 수 있는가. 더군다나 외로움을 얘기하면 그게 마치 무슨 사치품인 양 비아냥거리거나 감상주의에 빠진 신세 좋은 소리라고 치부받기 쉬운 세상에 외로움을 온 몸 깊숙이 받아들이라니 될 소린가.

그러나 그가 천착하는 외로움이란 다르다. 꼭 낀 바지보다 헐렁한 바지를 입을 때, 채워졌을 때보다 부족한 것이 있을 때, 주마간산 지나칠 때보다 어슬렁거리며 사물을 관찰할 때 자신을 찾게되고 이 세상을 볼 수 있기에 외로움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마음의 빈 공간이 있을 때 흘러들 수 있기에 우리는 이 빈 공간 한 뼘쯤은 남겨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 그의 글이기에 자연에 대한 글이나 과거, 작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글이 많다. 다니던 교직을 던지고 전주시 교외에 흙집을 수선하여 전원에 묻혀 글을 쓰는 이로서의 자신의 생활상과 그리 동떨어진 감성은 아니다.

인공(人工)적 변화에 대한 한탄과 경시가 조금은 지나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또한 한 삶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인공적 굴레로부터 벗어나서 밖에서 조망한다면 그러한 느낌으로 현대의 변화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관조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는 시인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글들이 많다. 사물의 깊이에 다가서는 시인의 감성을 느껴질 때 아, 감탄할 때도 있고, 가슴이 쩌릿쩌릿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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