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제1권 - 도원에 피는 의(義)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198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삼국지는 후한시대인 180년대부터 위/촉/오 삼국시대가 성립하고 다시 진으로 통일되기까지의 약 100년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이문열 평역인 이 책의 장점은 나관중의 삼국지를 기반으로 번역했되 다른 삼국지에 비추어 평설을 해놓았다는 점이다.

삼국지는 픽션과 논픽션의 비율이 7:3 정도라고 하나 이는 올바른 비율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굳이 이 비율을 따지자면 픽션이 9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나관중은 역사 사실에 기반하였되 상당히 새로운 경지에서 재창조를 한 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료 부족도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역사적 사실에 얽매이기에는 소설적 창작력의 기운이 욱일승천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여간 읽으면서 나관중에 대해서 찬탄하게 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삼국지를 보면서 역사는 영웅에 의해 움직이는가 아니면 민중에 의해 움직이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의 하나인 조조와 유비에 대한 평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삼국지는 젊어서는 읽되 늙어서는 읽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는 삼국지에서 기개와 기상을 취하고 늙은이는 교활한 술수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설사 자신이 삼국지를 통해 기개와 기상을 느꼈다 해서 젊은 축에 낀다 자랑할 것도 못된다. 왜냐하면 삼국지에서 항상 술수는 기개와 기상을 돋보이게 하는 소도구일 뿐이지 주연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3세기(삼국시대)의 그런 웅대한 대륙의 기상과 14세기(나관중 집필 시기)의 그런 찬란한 문학을 꽃피우고도 20세기에 <로마인 이야기>를 뒤집을 수 있는 저작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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