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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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잠언시집이다. '잠언'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고리타분함으로 인해 '잠언시'를 '잠온 시'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고쳐 앉아 보면 '잠깬 시'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잠언시가 잠오는 시가 안되기 위한 첫번째 자세는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낮춰야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잠언시의 엑기스가 흘러들 것이다.

잠언시를 꼭 고리타분함으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다. 시대에 둔감하고 인생을 다 산 사람들의 교과서 같은 내용을 담은 시라는 식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잠언시는 시대의 조탁과정을 통해 정제된 글들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의 다양한 흐름도 역사 저변에 흐르는 도도한 흐름 속에서 파생되었듯이, 현대의 개인의 개성 역시 개인 저변에 깔린 자신에게로 던지는 자성의 흐름 속에서 생성되었다 할 것이다.

잠언시는 선각자의 날카로운 혜안이 돋보이거나 시인의 사물을 꿰뚫는 시각이 가슴에 저며오는 시는 아니다. 진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어느 수녀의 기도문에서도 올 수 있고 이름모를 범부에게서도 올 수 있는가 보다. 자기 자신에게로 조용히 향하는 글이라면 요란한 혜안보다 이러한 잔잔한 진리가 더욱 가슴에 젖어들기 쉬울 것이다.

테레사수녀의 '난 한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를 원용하여 이 책 뒷편에 평을 쓴 이문재 시인은 '난 한번에 단지 한편의 시만을 사랑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테레사수녀나 이문재 시인처럼 한사람 한사람.. 한편 한편.. 사람과 시를 대해 나갈 수는 없지만 이 잠언시집에서 한 편의 시 정도는 가슴에 묻어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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