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의 코
리영희 지음 / 까치 / 1998년 11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의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역정도 담겨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리영희 교수의 글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는 리영희 교수의 글은 '저널리즘'과 '아카데믹'한 성격이 결합된 것으로 느껴진다. 전자는 리 교수의 글이 탄탄하고 구체적인 Fact에 기반하여 쓰여진다는 점이고, 후자는 그 Fact를 논리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가공하여 전달한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이 중에서 전자(탄탄한 Fact)에서 리 교수의 글의 매력을 더더욱 느끼고 있다. 군비 축소, 반공 이데올로기, 남북 문제, 통일, 냉전, 이데올로기 대립 등의 문제에서 리 교수만큼 실사구시에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통쾌한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스핑크스의 코>는 리 교수가 95년부터 98년까지 3년 동안 불교 잡지나 기독교 잡지를 위시하여 각종 신문/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

아마 유물론자이면서 불교/기독교 잡지에 두루 기고를 한 사람은 아마 리 교수 외에 없지 않을까. 이렇게 기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중립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거나, 양자 모두를 껴안는 사람이거나, 양자 모두를 비판하는 사람일 게다. 이중 리 교수는 두번째와 세번째 모두에 해당된다. 즉, 어정쩡한 중용이 아니라 양자의 장점을 모두 끌어 안을 수도 있고, 양자를 모두 질타할 수도 있는 그런 선상에 서 있다.

종교 잡지에 기고했다지만 꼭 종교만을 주제로 하지 않았다. 사회 전반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 책은 리 교수가 한양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후 쓴 최초의 책이다. 이전에 <역정>에서도 좀 색다른 글을 썼는데, 이 때와는 또 다르게 퇴임 이후라는 상황이 좀 더 많은 주제에 대한 관심을 오히려 유발시키지 않았을까도 생각된다. 앞으로 또 나올 책들은 좀 더 다양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리 교수 개인의 상념을 더욱 많이 담긴 책이 나오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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