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은희경 씨의 최근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읽어보려다 한번 덮어버리고, 또 다시 마음을 잡고 읽어보려 했으나 결국 두번째로 책장을 닫고 말았다. 내가 두 번째로 이 책을 열려 했던 것은 지난해 11월말 동아일보에 김형경 씨와 함께 인터뷰한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은희경씨의 말을 읽고서였다.

"한 출판사 편집회의에서 요즘 여성작가 작품은 이름만 가리면 누구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비꼬았다더군요. 하지만 남성이 쓰면 인간성 탐구고 여성이 쓰면 무조건 자아정체성 탐구라는 식의 선입견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역사나 사회를 다룬 거대 서사를 써야만 역량있는 작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책을 다시 100여 페이지 읽어나갔다. 그리고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나는 은희경 씨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거부에 관한 강박관념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이 사실임을 오히려 반증하는 것일까?

나 역시 거대 서사를 써야만 역량있는 작가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나 은희경 씨 소설은 자아정체성 탐구쪽에 가깝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왜 이혼 경력이 있는 30대 후반 여교수의 행적을 쫓고 있는지, 아니 쫓을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결국 책장을 두 번째로 덮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이를 두고 은희경 씨의 작품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그는 90년대가 낳은 불세출의 작가임은 분명하다. 다만 그가 서 있는 문학적 폭이 방대하지 않을 뿐이다. 그게 나와 다소 맞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또 다른 소설은 어떨는지에 대한 기대까지 버리지는 않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떨는지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