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관객 학고재 산문선 2
유홍준 / 학고재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어떤 글을 읽고 '시원하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는 그 글이 어떤 고리를 통하든 사물의 근본적 본질에 다가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이다. 즉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을 통해 사물간의 관계 및 근원을 단편 단편 보여줄 때이다. 반면 이를 무리하게 보이려 하다 보면 거칠게 느껴짐은 물론 설익은 독단까지 드러나게 된다.

유홍준 교수의 글이 맛깔스러운 것은 해설의 무리한 확장을 자제하면서 그 속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을 차분히 제시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다소 낯설을 수 있는 답사, 예술비평, 문화재 등의 소재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읽히게 해준 것도 한 요인이 될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글은 우선 독자의 손 위에 '요리'할 사물을 올려 놓아준다. 그리고 요모조모 뜯어보는 과정에서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는 묘미를 부릴 줄 안다.

<정직한 관객>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시평들이고, 두번째는 각 화가, 판화가 등에 대한 간략한 평이다. 세번째는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소논문 비슷한 글들이 선택되어 있다. 네번째는 한국미술사 고전들에 대한 서평이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단원을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 '유홍준의 글쓰기'의 전형이 나타나는 부분이자, 미술 주변 얘기를 통해 '사회'를 읽게 해주는 부분이다. 사람의 가슴을 콕 찌르는 맛이 곳곳에 숨어있는 글들이다.

두번째 단원은 내가 아는 미술가나 그림에 대한 평이 나올 때는 글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조금 지루했다. 단지 한 장의 사진과 세 페이지 정도의 해제를 가지고는 그 미술가를 알기 힘들었다.

세번째, 네번째는 다소 숨이 긴 글들이다. 몇몇 미술 주제들을 가지고 알기 쉽게 풀어쓴 글들이다. 다소 따분할 수도 있지만 화랑문제, 미술비평 문제를 바라보는 유홍준 교수의 시각이 새로운 지식 습득 차원을 넘어 그런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을 짧게나마 전달해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