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의 소머리 장만이라 그런지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드디어 중복中伏이즈오픈! 그런데...
사진을 찍고 자리에 앉고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 안 익은 거랑께."
"아니제, 익었는데 원래 껍떡은 푹 더 고아얀당께."

한 점을 입 안으로 넣었다.
원래 소머리는 콜라겐 성분이 많다보니 쫄깃하긴하다.
그 맛에 소머릿고기를 먹는 것이기도 하고. 노인들이 씹기엔 좀 질기긴 하다.
몇 군데로 나누어진 자리마다 이 문제로 의견이 분분하다.
연세별로 반응 정도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원래 쫄깃한 거인데요."
"아 씹들 못하겠구만."
"아조 질기구만."

박샌('샌님 ← 생원님' 으로부터 연유된 표현일 것이다.)이 결정타를 날린다.

"아, 배꾸녕서 빨리 내려보내란디 당췌 이빨이 붙들고 놔 주질 않는디..."

'껍떡' 이 아닌 살코기를 먼저 건졌어야 했다.

"아, 긍께 지나가는 사람마다 솥뚜껑을 열어쌋터만 김이 다 세나불제."
"그라제. 걍 잊어불고 눌러놔야제."
"한 사나흘은 고아얀당께."
"그라믄 녹아불제."

하시던 소머리 품평회는 결국,

"누가 소를 하자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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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날,
뜨거운 국밥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장터 국밥집으로 들어선다.
환갑 정도로 보이는 부부가 식당으로 들어선다.
국밥 두 그릇이 주문되고 곧이어 먼저 한 그릇이 놓여진다.

"우리 영감 먼저이. 그 담으로 나 각시꺼이."

부부금슬에 대한 자찬이 식사 중 계속 이어진다.

"우리 영감은 항시 나에게 말을 헌단 말시. 긍께…
‘자기야, 나 오늘 모임 있응께 늦소이잉’ 그란당께."

맞은편 젊은 사람들이 묻는다.

"연세가 워떠케 되시는데 '자기' 라고 하신데요?"
"우리 영감이 올해 환갑이여."

영감님은 말없이 국밥 그릇에 코를 박고 계신다.
입구 쪽 다른 노부부와 주방 쪽으로 싸한 냉기가 흐른다.
잉꼬부부는 대각선의 나에게 계속 눈길을 던지며 그들의 일상사를 나열한다.
명백하게 나의 추임새를 원하는 눈초리다.
나 역시 황혼의 잉꼬부부가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좀 서둘러 겨우 한 그릇 비우고 일어났다.
맞은편 젊은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란디 본 마누라, 본 남편 맞어요? 원래 본 마누라 본 남편은 그라년디?"

당돌한 질문에 잠시 식당이 뒤집어지고 잉꼬부부는 뭔 소리냐고,
열아홉에 시집 온 사람이라고 항변 중인데 주인아주머니와
다른 노부부는 안심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얼핏 그리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표정도 함께 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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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어느 통신사.
창구는 2개. 상담 중인 사람 2명.
대기 중인 사람은 우리뿐.
1분만 기다리면 되겠군.
10분 정도 흐른다.
뭔 말씀들이 저리 많을까…….

"엄니 이제 끝났거든요."

대기 중인 우리를 의식해서 창구 직원은 앞에 앉아 계신
어르신과의 방담을 종료하려는 의지를 조금 보인다.

"내가 농협도 가야하고……."
"농협요?"
"아 그라네도 거시기가 떨어져가꼬…….

다시 5분 정도 흐른다.

"엄니 이제 끝났거든요."

대기 중인 우리를 의식한 창구 직원의 어르신과의 방담 끝내기 2차 시도.

"아 서울 사는 딸네 집에……. ?*&^%&^*$#@!

다시 5분 정도 경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환장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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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값이 올랐다.
원하는 양의 절반씩만 지급되었다.
비료 네 포대 값이 쌀 한 가마니다.
그래도 농사는 짓는다.

촛불은 물대포를 만났다.
모니터에서 피를 보았다.
그래도 촛불은 계속 밝혀진다.

"엄니 서울서는 난리가 난 모양이요."
"사람 안 상혀얄텐디."

농사와 촛불은 함께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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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밖으로 나오니 들판 절반이 비워졌다.
아침부터 트랙터 두 대가 들판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지만
밀을 밀어버릴 것이란 상상은 하지 않았다.

"왜 밀을 벌써 밀어요?"
"소 먹일라꼬."
"소를 먹여요?"
"소 사료랑께."
"아니 밀가루 값이 얼마나 올랐는데 소를 먹여요?"
"소 사료 먹이는 사람들이 밀 뿌리고 우리는 모심기 바로 허게
논 두 번 두들겨 주는 값이 더 산수가 낫당께."
"밀 추수해서 파는 것 보다 모심기하게 만들어 주는 돈이 더 비싸다고요?"
"그라제."

다시 황토 빛을 드러낸 절반의 들판을 보면서 머리가 어지럽다.
왜 밀을 비싸게 수입하고 마을 들판에선 소 사료용 밀이나 경작하는 것인지.
작년 들판 다르고 금년 들판 다르다.
내년 들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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