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날,
뜨거운 국밥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장터 국밥집으로 들어선다.
환갑 정도로 보이는 부부가 식당으로 들어선다.
국밥 두 그릇이 주문되고 곧이어 먼저 한 그릇이 놓여진다.

"우리 영감 먼저이. 그 담으로 나 각시꺼이."

부부금슬에 대한 자찬이 식사 중 계속 이어진다.

"우리 영감은 항시 나에게 말을 헌단 말시. 긍께…
‘자기야, 나 오늘 모임 있응께 늦소이잉’ 그란당께."

맞은편 젊은 사람들이 묻는다.

"연세가 워떠케 되시는데 '자기' 라고 하신데요?"
"우리 영감이 올해 환갑이여."

영감님은 말없이 국밥 그릇에 코를 박고 계신다.
입구 쪽 다른 노부부와 주방 쪽으로 싸한 냉기가 흐른다.
잉꼬부부는 대각선의 나에게 계속 눈길을 던지며 그들의 일상사를 나열한다.
명백하게 나의 추임새를 원하는 눈초리다.
나 역시 황혼의 잉꼬부부가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좀 서둘러 겨우 한 그릇 비우고 일어났다.
맞은편 젊은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란디 본 마누라, 본 남편 맞어요? 원래 본 마누라 본 남편은 그라년디?"

당돌한 질문에 잠시 식당이 뒤집어지고 잉꼬부부는 뭔 소리냐고,
열아홉에 시집 온 사람이라고 항변 중인데 주인아주머니와
다른 노부부는 안심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얼핏 그리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표정도 함께 본 듯 하다.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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